(X) 환경용어

환경관리인

그늘 속의 환경관리인, 미래는 있는가
꼭지명 : 집중취재

월간환경운동6월호 시작 – 64쪽
성낙진/본지기자

환경관리인이라는 직업은 그 짧은 역사에 비하면 희비의 굴곡이 심한 편이다.
80년대 후반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환경관련 직종은 빠르게 인기직종으로 부
상했다. 대학에 환경관련학과들이 속속 생기고 환경기사자격증 시험에 수만의
응시자들이 몰렸다.
그러나 그들이 막상 졸업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의 현실은 생각하던 만
큼의 ‘전문지식을 수단으로 사명감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직
업이 아니었다.
그나마 대학을 졸업하고 공해방지시설업체나 대기업으로 간 사람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환경관리인으로 취업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경전담과가 아닌 공무과나 총무과에 소속되어 업무성격도 분명하지 않은 채
자격증만 걸어 놓고 있다가 단속반이 오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희생양
이 되었다.

낮은 보수, 열악한 작업환경, 불가능한 승진
현실이 그러하니 이직율은 높고 당연히 직업에 애착이나 사명감이 생길 수 없
었다. 92년 <환경관리인 연합회>가 실시한 환경관리인의 직업만족도를 보면
23%만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응답,나머지 77%는 이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관리인들의 현실은 지금까지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다. 오히
려 94년 6월 제정된 <기업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법은 사업장이 공
단에 속할 경우 개별기업에 환경관리인을 두지 않고 공단의 환경을 공단에 소
속되어 있는 3~4인의 환경관리인에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중소기업의 부
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을 비롯하여 후퇴하는 환경정책을 생각하면
환경관리인이 천대받는 현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연장될 것이다.
현재 환경관리인은 대기업, 중소기업, 축산업, 빌딩의 정화조 처리등의 사업
장에 종사하고 있다. 대기업의 환경관리인은 승진의 가능성이 좁다는 점을 제
외하고는 보수에 있어서는 기업 전체의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다른 사업장
의 환경관리인에 비해 조건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환경관리인들
은 거의 막노동과 다를 바가 없는 작업환경에다가 환경업무가 아닌 다른 일을
겸할 것을 애초에 입사 조건으로 요구받는다. 뿐만 아니라 단속에 걸렸다 하
면 양벌제 규정에 의해 처벌도 받아야 한다. 물론 최근 들어 사업주 우선 책
임의 경향이 있긴 하나, 책임의 소재가 사업주에 있다 하더라도 사업주가 일
단 구속되면 계속 근무하기가 어렵다는 데 이들의 갈등이 있다. 빌딩,축산업
에 종사하는 환경관리인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악조건이다. 이런 곳들의
오염방지시설이란 ‘순수한 소비성 투자’이므로 자본주는 투자를 극도로 꺼
리고 보수,승진 등은 거의 최저 생계비의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몇가지의 현실의 변수들은 확실히 환경관리인들에게 빛을 던져주고 있
다.
가장 큰 변화는 정부와 기업이 국내외적 압력과 필요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측의 변화의 조짐은 환경관리부처의 위상의 변화이다. 부로의 승격 이후
에도 실질적인 위상이나 예산 편성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없
진 않으나 아래로부터의(실무자들의) 변화의 조짐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한
다. 공해방지시설업체의 대관업무를 6년간 해온 이현숙씨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과의 공무원들이 전문지식이 없을 뿐 아니라 대강 처리하려는 태도
가 짙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오히려 기업쪽에서 어려울 만큼 꼼꼼히 물어
보고 작은 사업장에도 전담환경팀을 두도록 유도합니다” 라고 변화를 설명했
다. 단속 공무원들도 예전의 의례적이고 실적위주의 단속풍토에서 상당히 벗
어나 지도,예방차원의 단속으로 점차 그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다.
기업 역시 환경문제에 있어 그 태도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국제무역상
의 환경규제로 가장 민감하게 압박을 받는 대기업에서는 이미 3,4년 전부터
환경전담팀을 두고 있다. 삼성이나 두산,쌍룡 등이 대기업에서는 경영주 직속
기구로 환경전담반을 두고 사후대처방식이 아닌 사전 예방차원의 환경관리를
한다. 원료의 선택을 비롯한 생산라인 전과정으로부터 최종단계에 이르기까지
환경관리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점점 높아지는 무역
에 있어서의 환경규제벽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점
차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세번째의 변수는 환경관리인 스스로의 변
화이다.
지난 4월 30일,환경운동연합교육관에서 작은 모임이 발족식을 가졌다. 1년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적은 숫자이지만 큰 뜻을 갖고 발족한 <환경전문 기술 인 모임>의 발족식이었다. 환경관리인을 비롯, 공해방지시설업체, 축산폐수관
리인, 환경공무원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관련한 직업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
로 구성된 이 모임의 정관에 명시된 목적은 그동안의 문제의식을 집결한 것이
었다.
‘환경전문인들의 조직화를 통하여 올바른 직업관을 확립하고 이를 통한 사회
적 실천활동을 지향하며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한다.’
이 목적에는 그동안 사명감과 직업관을 가지고 임하려 했던 환경관리라는 일
에서 이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고충과 갈등이 내포되어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환경관리인들은 입을 모아 “한마디로 말하면 현재의 환경
관리인은 할 일은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관리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에 따른 기업의식의 변화로 볼때 지금부터 환경관리
인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직업관과 사회적 사명감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
다.” 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의 사업장에 대한 경험을 교류하고
나아가 개별 사업장 이상의 환경문제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공유할 것을 계획
으로 잡고 있다.
또 하나 최근의 변화로는 환경기능사 제도의 도입이다. 지금까지 환경관리인
들은 개별사업장에서 한두사람이 모든 처리를 다하므로 전반적인 환경관리
는 커녕 약품을 풀고 기계를 작동시키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게
현실이다. 환경기능사는 3~4년전 부터 얘기되어 왔던 것으로 올해 9월 초에
첫 시험이 치루어진다. 환경기능사가 도입되면 기능사가 약품 투여나 오퍼레
이팅을 전담하고 환경관리인은 전반적인 환경관리를 기획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다.

경험가진 기술인력 양성이 관건
그러나 위에 열거한 몇가지 변수에도 불구하고 환경관리인의 앞날은 넘어야
할 벽들이 산재해 있다. 미국의 경우에 환경관리인은 기업주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 관청에 주기적으로 환경실태를 보고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어
관리인의 지위와 업무가 독립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독일은 관리인의 부당해
고, 임의해고에 대한 금지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과 단속반 사이에서 울
상을 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실정과는 한참 먼 이야기지만 환경관리인
들이 소망하는 제도이다.
또 중소기업에 있어서 여전히 오염방지시설에 대한 투자가 인색한 현실에서
모든 기업이 사후처리가 아닌 사전 예방차원의 환경관리가 정착되기를 그들은
원한다. 이는 환경관리인들의 사내지위와도 연관되는 일이다. 현재의 환경관
리인은 몇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마치 외곽조직과 같아서 승진이 되어도 과
장까지가 고작이다. 환경관리가 근본적으로 생산의 전과정에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사후처리만을 환경관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진, 보수문제 등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환경관리인들이 절대적으로
일선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문제는 기술,경험을 가진 인력의 부족이다. 수원에
있는 대기업의 현지공장에서 환경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임씨는 1급 환경기
사자격증을 소지한 환경관리인이다. 그가 다니는 사업장은 지난 4월에 수질오
염 기준치위반으로 조업정지처분을 받았다. 하느라고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
고 조업정지처분을 받게 된것에 대해 그는 오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한다.
이런 전문적 기술인력의 부족은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짧은 환경역사와 열
악한 조건으로 인한 잦은 이직에 기인한다. 환경문제가 인식되기 시작한 지
불과 10여년이라 개별사업장마다 조건이 다른 환경관리를 제대로 해 낼 수 있
는 기술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환경관리인의 지위와 작업환
경, 경제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경영주의 투자부족도 원인이 된다. 이천의 한 농장에서 축산폐수관리를
맡고 있는 최요왕씨는 지난 겨울 인근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장흥천의
오염에 대해 강박에 가까운 죄의식에 시달렸다. 이유는 겨울 내내 오수처리
기계가 고장난 채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냥 농장주를
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자본도 넉넉하지 않은 데다 어떤 기계를 어떻
게 들여야 할 지도 막막했기 때문이다. 최요왕씨는 “축산산업의 환경관리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행정부서가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
하고 필요한 기술과 재원을 기업주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환경기능사에 관한 법령이 마련되는 것 또한 시급한 문제이다. 9월 첫시험이
치뤄지긴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법정 의무고용 조항등의 제도마련이
전혀 안되어 있고 언제 결정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92년부터 신설되기 시
작한 공업고등학교의 환경과 졸업생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추측되는 환경기능
사 제도는 자칫 자격증을 가진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고 환경관리인들은 여
전히 비체계적이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그냥 떠안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의 대기, 수질, 소음진동, 공해관련시설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환경
관리인은 4만 5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일본의 22만여명의 환경관리인에 비
하면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왕 환경기능사가 배출된다면 이들을 적극적으로
환경관리업무에 투여해 부족한 환경관리인력을 보충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매
년 전국의 77개 대학에서 배출되는 3천여명의 환경관련학과 졸업생들에게 환
경관리인이라는 직업에의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들을 사명감을 가
진 전문인력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기업에서의 환경관리인의 지위와 작업조
건의 향상이 기본적인 전제가 될 것이다.

지위향상, 직업의식이 환경에 직결
환경관리인은 기업의 폐수배출구와 국민사이에 서 있는 환경문제에 있어서의
매우 중요한 고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 시점에서 이들의 환경문제
에 관한 사회적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환경관련직업을 가진 젊은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하려는 시도는 반가운 일이다. <환경전문기술인모임>의 구성
원 중 유일한 공무원인 김철준씨는 일선에서 단속을 펴고 있는 환경공무원이
니만큼 누구보다도 환경관리인의 역할과 직업의식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 축적, 오염시설에 대한 투자만큼 중요한 것은 환경관리인들이 스스로
환경보존의 맨 앞에 서 있다는 사명감을 투철하게 가지는 일입니다. 환경공무
원,환경관리인이 고양이와 쥐의 관계여서는 안됩니다. 환경보존이라는 대의하
에 진지한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여전히 환경정책의 후진성과 중소기업의 투자부족이라는 그늘아래 있는 환경
관리인들,어려움 속에서도 진지하게 환경의 앞날을 모색하는 그들의 생각이
현실화되어가는 과정은 국민과 자연에게 직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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