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인터뷰]페놀사건이 주는 이 시대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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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당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대구공해추방운동협의회 의장으로 계시면서
페놀피해임산부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서홍길 전 의장님을 만나 보았다. 현재 서홍길 전 의장님은
고향인 하양읍 청천리에서 암연구소와 요양원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계신다.

페놀사건은 어찌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만큼 참 힘든 싸움이었을 텐데요?

– 그래요, 당시 대책활동을 하는 사람들조차 “이거 뭐, 하긴 하는데 이기겠느냐?”고 반신반의했었지.
내가 그랬어요. “페놀은 독약이다. 수돗물에 들어가도 독약이다. 독약을 먹는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꼭 밝혀내야 한다.”
사실 돈도 없는 시민단체에서 거대 기업을 상대로 싸운다는게 참 쉬운 일은 아니오.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변호사들도 모두 무보수였지.

▲페놀피해임산부대책위원회 서홍길 전 위원장

페놀피해 임산부 재판에서 승소판결 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재판부의 조정안을 양쪽에서 받아들인 건데요, 이러한 결과를 두고 이겼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이긴거요, 이긴겁니다. 어차피 1심 재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정신청해서 대법원까지
가게 되는데 이게 양쪽 다 부담이 되는 거거든. 또 페놀과 임산부 피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재판부의 조정안은
어떻게든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보상하게끔 한 거라고 봐야 해요.

제일 힘들었던게 무엇이었습니까?

– 당시 우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경대 의과대 예방의학 주임교수라는
사람도 대책위 쪽에 있다가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마지막에는 사퇴하고. 잘 나간다는 의과대학교수들도 모두 불리한 보고서를 작성했지.
제일 문제가 페놀사건이 터졌을때 페놀이 들어간 원수를 확보하지 못한 거요. 그러니 누구도 확실한 통계를 가질 수 없었고 누가
수치조작을 해도 물증을 가지고 반론하지 못했어. 어떠한 경우든 최초의 증거를 확보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요?

그런데도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일까요?

– 당시 효대 약대교수로 있던 권교수라는 사람, 참 정의파였어요. 돈이나 개인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그런 정의파 교수들이 몇 있었지. 또 대구시가 수치조작한 사실을 밝혀낸 거요. 1, 2차 페놀 파동 이후 나온 실험결과를
역추적해 들어가서 파악해낸 거거든. 영대 조무환교수가 대구시의 수치조작과 관련한 증언을 했고, 효대 권교수가 페놀 독성의 영향을
동물학적 견지에서 증언해 준거요. 심리학 교수는 당시의 공포분위기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플래시보효과로 설명을 했지. 그런
것들이 재판과정에 많이 작용했었지요.

▲페놀피해 임산부가 기형아 출산
-붙어버린 손가락

당시 피해 임산부들이 페놀피해 임산부 모임인
‘맑은 사랑모임’까지 만들어 활동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 싸움이 길어지니까 중도탈락을 많이 했었지. 남은 사람들이 민사소송을 해서 보상금을 받았어요.
보상금이 나오면 환경단체에 십일조 한다 했는데 뭐, 막상 이겨서 보상금이 나오니까 시끄러워져서 그냥 우리 쪽하고 피해임산부들하고
마지막으로 불고기 먹고 헤어졌어요, 허허허…

페놀사건이 주는 교훈이라면?

– ‘조지니까 되더라’ 하는걸 보여준 거지. 공해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응징해야 해요. 사실 많은
공해기업들이 벌금무는게 더 경제적이었는데 당시 두산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 시민위로금으로 200억의 배상금을 내놓아야 했고
재판 뒤에는 임산부들에게 1억2천을 보상했으니까. 이래선 안되겠다 해서 두산이 지금은 환경1등 기업이 되었잖소. 환경투자비용이
벌금 내는 것보다 이득이 된다는 걸 알게 해야 해요. 그래야 근본적인 해결이 돼요.
그리고 자료작업을 꼭 해야 합니다. 나도 이제 늙었고 피해자나 관련자들 모두 죽기 전에 자료작업을 해야 합니다. 당시 재판기록들을
모두 모으고 관련자 인터뷰를 해서 페놀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낙동강 악취사건 캠페인 및 사진전시

암연구를 20년동안 하고 계시지만, 전공은
약학박사시죠? 현대의학의 항암치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지식인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입니다. 저 쪽에 불이 났으니 저 길로 가지 말라고 해야
하는게 역할이지. 대안을 묻는데 그거야 말로 조급증이오.

정리/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은정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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