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환경용어

쏘가리

생물다양성 보호 전략
꼭지명:물고기이야기

월간환경운동 1994년 12월호 – 시작 92쪽
최기철/서울대 명예교수

우리의 조상들은 쏘가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1만년 전의 쏘가리는
오늘에 비해서 어떠했던가? 황쏘가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인
가? 쏘가리가 멸종되는 날이 올 것인가?
고서`에서는 쏘가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쏘가리는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어떤 사람은 약간의 독
이 있다고 말한다. 허하고 피로한 것을 보하고 비위를 이롭게 하며, 창자의 풍
기나 혈변을 치료하고 뱃속의 작은 벌레들을 제거하며 기력을 더하게 하여 사
람들을 살찌게 하고 건강하게 한다. 강이나 산골물에서 산다. 등에는 까만 점
이 있고 입이 크다. 궐돈(蹶豚)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 금린어(錦
鱗魚)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의 쏘가리와 중국의 쏘가리가 같은 종은 아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
와 전어지에는 “소가리(궐어)는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배가 넓으며 입이 크
고 비늘이 잘다. 몸색의 바탕은 노랗다. 살갗이 두껍고 살이 여물다. 등지느러
미 가시가 있어서 잘못하면 찔린다. 여름에는 돌 사이에 숨고 겨울에는 진흙
속에서 지낸다. 봄에 복숭아 꽃이 필 무렵이면 부쩍 살이 오른다. 몸의 무늬가
그물 눈과 같아서 그물고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돼지고기처럼 맛이 있어서 수
돈(水豚)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금린어(錦鱗魚)라고 부르
고 있다”라고 나온다.
세종실록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고사신사 등 많은 고서에는 쏘가리의 산
지를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만년`전에도 우리 나라에 쏘가리가 있었을까? 그 때 이미 한반도는 오늘과 같
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을 것이므로 오늘의 하천들은 그 때 이미 모두 독립 하
천이었을 것이다. 그때도 쏘가리는 건재했을 것이다.
쏘가리는 2급수에서 사는 종이다. 그 당시는 농업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었고
농촌이 형성되기 이전이었으므로 인구는 현재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남북한
을 합쳐서 5만명 이상이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식량 문제 한가지만 고려해도
그런 추리가 가능하다. 그 당시 우리 선조들은 원시 생활을 했었을 것이므로
하천 생태계에 영향을 줄만큼 오염 물질을 방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 당시는 어디를 가나 1, 2 급수가 흘렀을 것이고 하천은 원시림 속을 흘렀을
테니 수량도 오늘에 비하여 많았을 것이다.
쏘가리는 수량이 많고 2급수가 흐르는 곳을 좋아하는 물고기이므로 그 당시는
오늘에 비하면 쏘가리의 밀도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농업 혁명, 산업 혁명을 거치는 동안에 서울 한강의 경우처럼 쏘가리 수가 격
감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수질 오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수질이 3급수 이하로 떨어져서 쏘가리가 살 수 없게 된 실례는 얼마든지 있다.
둘째는 자갈과 모래 채취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산란기에 산란장을 자갈 채취
로 교란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대형 저수지 구축으로 쏘가리의 서식지가
확장된 것도 지적해두고 싶다.
문화재 잉어에 금잉어가 있듯이 쏘가리 중에도 황금색을 띤 쏘가리가 있다. 황
쏘가리라고 부른다. 쏘가리의 피부에서 멜라닌계의 색소가 50% 이상 퇴화되면
황금색이 된다. 이런 현상은 송사리, 미꾸리, 메기 등 다른 종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황금색은 유전이 된다. 그러나 쏘가리의 경우, 어떤 방식
으로 유전이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967년 7월 `11일자로 당시 문화공보부는 한강에 서식하는 황쏘가리를 천연기
념물 190호로 지정했다.
보존 실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68년에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에서 청평호를 거
쳐서 춘천에 이르는 사이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가가호호 보란 듯이 황쏘가리
말린 것을 매달아 놓고 있었다. 일사병의 특효약, 소의 영양제 등등 해괴망측
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가장 불쾌했던 것은 황쏘가리를 일본 사람들에게
선물로 보낸다는 것. 망국배들이라고 생각했다.
황쏘가리의 산지를 3년간 조사한 결과 개체수가 가장 많은 곳은 파라호이고,
파라호에서 멀어질수록 거리에 반비례해서 개체수가 감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8년이란 세월이 흐른 오늘에도 황쏘가리를 잡아서 고가로 파는 사람, 찌개로
제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문화재 보호법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
지?
전망`쏘가리가 멸종되는 날이 올 것인가?
일제 시대에 어떤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선 사람은 쏘가리를 먹어서는
안된다’라는 방이 붙은 일이 있었다. 그 당시 한국 사람들은 그 방을 보고 무
엇을 생각했던가. 굴욕, 치욕, 격분, 그런 감정들을 억누르면서 광복의 날만 기
다렸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천연기념물을 잡아먹는 자유를 얻기 원했던 것
은 아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싶다. 받은 국세로 하수구망과 종말 오
수처리장을 완비해달라고. 그리하여 자연 하천에는 빗물과 샘물만 흐르게 해달
라고.
쏘가리와 황쏘가리들에게 조금만 참고 견디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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