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이온
종업원 l,500 명 규모의 비스코스 인견사를 제조하는 아레이온에서는 그
회사에서 사용해온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사망한 노동자가 l0 명, 중증 직
업병에 걸린 노동자가 30명이나 되는 것으로 l988년 7월에 밝혀졌다. 그러
나 l988년 7월 22일 한겨레신문의 추적 보도로 그 진상이 세상에 알려지면
서 비슷한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전, 현직 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
여 아레이온 직업병 환자는 70-80 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충
격을 주었다.
l988년 9월부터 l99l년 4월까지 이황화탄소 중독증세를 호소하며 정밀진
단을 신청한 전, 현직 노동자는 268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ll0 여 명만이
진단을 끝내 80 여 명의 노동자가 직업병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l60 여 명
은 아직까지 검진절차를 밟고 있거나 대기 중에 있다. 정식 직업병 판정을
받기 위해 소모되는 기간에 직업병 환자는 아무런 요양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계속 근무를 강요받고, 결국 직업병 판정을 받게 될 때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중환자가 되어버린 경우를 아레이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노동부 등 관계 당국은 여러 가지 정황증거를 종합해 직업병이 확실
해 보이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이 없으면 직업병으로 인정하기를
꺼리고 있어 많은 노동자가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를 못 받아 희생당하
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아레이온 노동자들은 l988년 8월 `아레이온 직업병 피
해자 가족협의회(원가협)’를 결성하여 회사대표와 직업병 판정, 피해보상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여 l988년 9월 회사와 원가협이 추천한 3명씩의 의사로
구성된 `직업병 판정 6인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과 피해 노동자들에게 최고
l억원까지 보상할 것, 작업환경을 개선할 것과 이를 전문가에게 확인시킬
것 등의 합의를 받아냈다. 이어 l989년 5월 `아레이온 직업병 피해 노동자
혐의회’를 구성하여 300여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피해자 보상과 휴업급여
지급을 위한 농성, 시위 등 2년 남짓 줄기차게 활동을 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