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중독 직업병
노동자들 중에 납, 수은, 크롬 등 중금속에 중독된 직업병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금속중독 직업병 중 가장 치명적인 납중
독의 경우 l989년 한 해 동안 모두 ll4 명이 중독환자로 판명돼 지금까지의
연평균 발생수준(50-60 명선)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또 도금업체 노
동자들 사이에 주로 발생하는 크롬중독의 경우 도급업체 송사 노동자들의
3l.7% 가 코속에 구멍이 뚫리는 등 각종 중독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연세대 의대 문영한 교수가 최근 국내 도금
업체 327 개소의 노동자 627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노동
자의 55.5% 가 크롬중독 증상을 보였으며, 이 가운데 3l.7% 가 코 속에 구
멍이 뚫리는 증세를 보였다.
한편 l년 평균 lO 명 정도 발생해온 수은중독 환자는 l989년 5월 서울 구
로공단 내 아전자에서 9명이 집단 발생하는 등 중독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
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밖에 l990년 충북 영동군 아화학 노동자들
가운데 망간중독 환자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발생, 현재 3 명의 환자들이 입
원치료 중이다.
중금속에 중독되면 인체 내 중추신경계와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겨 몸이
뒤틀리거나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며 중금속물질을 장기간 다루게 되면 신
체조절기능이 상실돼 결국 사망하게 된다. 특히 국내 중금속 사용업체들은
대부분 종업원 30 명 이하의 영세공장들로 노농자들에 대한 특수검진 등 회
사측의 예방조치가 거의 이루어 지지 않는 현실이다. 최근 들어 중금속 직
업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들 업체들의 작업환경이 좀처럼 개선되
지 않고 있는 데다가 직업병 증세를 앓고 있으면서도 실직 등을 우려, 남에
게 밝히기를 꺼려오던 노동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증세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부의 건강 검진 대상이 점차 영세사업
상까지 확대되어 그 동안 직업병 환자이면서도 통계에 나타나지 않던 환자
들이 직업병 환자로 판명되는 탓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업
병을 인정받기 위해 노동부에 산재 요양서를 제출할 경우 확증이 없는 한
직업량 인정을 거부당해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자비를 들여 일반병으로 치
료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