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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돌덩어리 갖고 난리 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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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돌덩어리 갖고 난리 치느냐고요?
[만평&뉴스로 본 이명박운하 ①] 포클레인에 찍힌 고인돌과 불탄 숭례문




ⓒ 김경수






 


[뉴스 에세이] ‘생명의 강 순례’의 길을 따라 걸으며


건축 쓰레기를 이마에 뒤집어 쓴 채 앉아있는 한 개의 돌덩어리를 만났습니다.


거대한 바위가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세운 고인돌. 죽은 사람의 영혼을 편히 쉬게 하려고 밧줄과 나무를 이용해 세워올린 우리의 ‘역사’가 포클레인 삽날에 패인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3일째되던 지난 14일, 종교인들이 경기 김포시 운양동의 택지조성사업 현장을 걷다가 마주친 지석묘 군락.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길가에 나뒹구는 바윗돌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을 겁니다.


이런 택지조성사업을 하기 전에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데, 하루라도 빨리 공사에 착수해 이윤을 남기려는 건설족의 탐욕 앞에 이 법은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그 옆을 지나다가 문득, 저는 며칠 전 잿더미로 변한 우리의 600년 역사 숭례문을 떠올렸습니다. 그 역사는 국민들 앞에 제 몸을 사르면서까지 우리 시대 ‘역사 말살’의 범죄 행태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이처럼 제2, 제3의 숭례문이 불도저에 밀려 쓰레기 더미 속에 묻히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2월 16일 찾아간 숭례문 잿더미 현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서울시장 때는 서울시 봉헌한다더니, 대통령이 돼서 남대문 바쳤냐.”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보전대책 없이 숭례문을 개방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우리의 국보 1호를 화마 속에 처넣은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당선인은 숭례문을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주머니 돈을 갈취해 평화의 댐을 만들어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아온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그 청동빛 고인돌을 보면서 ‘이명박 운하’도 떠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국보급 문화재를 대량 수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백화점 1개 건설하는 데만도 1년동안 문화재지표조사를 한다는 데, 남쪽 운하 구간만도 장장 2100km. 이런 엄청난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를 1년만에 뚝딱 해치우고 내년 2월에 착공하려는 것은 문화재에 무지이자 오만입니다. 


“웬 돌덩어리 갖고 난리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청계천 복원사업 때 출토된 조선시대 유구를 보고 한 ‘명언’입니다. 황평우 문화연대문화유산위원장의 전언입니다. 하지만 청계천에서 신라시대 토기 등 수백점의 유물이 나왔습니다. 청계천 구간은 불과 5.8㎞. 경부운하 구간만 해도 이보다 100배나 긴 550㎞이고, 소위 ‘이명박 운하’가 건설될 한반도의 남쪽 구간만해도 2100㎞에 달합니다.


운하를 민간자본으로 건설하기 때문에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한 이 당선인. 2100㎞에 이르는 지역에 산재한 조상의 무덤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문화재를 운하 속에 수장시킨 뒤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우리의 민족혼을 개발업자와 투기세력에게 팔아치운 뒤에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아닐 지 심난합니다.


적어도 한 시대를 이끌 지도자라면 돌과 고인돌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순례자들의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탐욕의 포클레인에 찍힌 청동빛 고인돌과 잿더미가 된 숭례문의 안타까운 교훈을 떠올렸습니다.


2008.02.18 오마이뉴스/ 김경수·김병기 (minif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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