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안전지대는 없다.! 체계적이고 투명한화학물질 관리가 시급하다.

아침 출근 시간은 누구나 마음이 바쁘다.
여유롭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랬다가는 지각하기 십상이고 만원 지하철에 탈 생각을 하면 더 끔찍하다.
밤새 뿌려놓은 스프레이 모기약의 잔향이 머리를 더 무겁게 한다. 발암물질이라는 프탈레이트가 들어있다는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감고
헤어스프레이로 셋팅을 하고, 테프론으로 코팅된 후라이팬에 항생제를 맞은 닭이 낳은 달걀을 프라이 해서 성장호르몬 맞은 젖소에서 짜낸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운다. 출근 길 매연 연기가 싫어서 지하철을 타지만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유독가스로 사망한 사람들을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환경호르몬이라는 비스페놀 A로 코팅된 자판기 종이컵에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점심시간이면 복사기 토너의 원료가 첨가된 냉면과 철가루가 들어간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로 시장기를 달랜다. 화장실과 사무실에 공기
청정기에서 뿜어 나오는 화학약품으로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고 나면 어느 덧 퇴근시간이다. 퇴근길에 백화점에 들려 3살 박이 조카 선물을
골라보지만, PVC로 만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그냥 돌아서게 된다. 샤워를 마치고 쉬고 있지만, 뉴스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사고
소식에 맘이 편하지 않다. 어제 세탁해서 말린 새 이불은 세척제 냄새가 진하게 나고, 기후변화 때문인지 벌써부터 극성인 모기들 때문에
전자 모기향에 패드를 새로 갈아 끼우고 잠을 청한다.


화학물질

한 때 기적의 물질이라고 불리며 널리 사용되던 DDT는 사용금지 된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인체와 주변 환경에 남아있고,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농약과 화학비료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미래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구세주에서 애물단지로
변한지 오래다. 건강을 위해서 사용하는 의약품도 오·남용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과 중독이 나타나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태다.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은 그 수가 기아 급수으로 늘어가고 있고, 아이들이 너무나 쉽게 열수 있는 화장품과 약품
뚜껑 때문에 생기는 사고 건수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에서 마련한 ‘생활 속의 화학물질과 시민의 건강’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에서 송인상 식품의약품안전청 안전평가관은 5세 미만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에 의한
사고 보다 가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 등에 의한 안전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고 밝혔다. 송 평가관은 EU 등에서는 화학물질에 의한
어린이 안전사고를 심각하게 여기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병마개를 어린이들이 쉽게 열지 못하도록 장치하는 등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에도 26개 품목 이상에 ‘안전마개’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정회상 화학물질과장 역시 유럽에서는 환경관련 정부부처의 70% 정도의 인력과 예산이 화학물질 관리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히며 한국 환경부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화학물질 관리에 집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과장은 현재
화학물질에 대해서 ‘과’ 단위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을 환경부 조직개편을 통해서 더 상위 단위에서 다룰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관리 등은 한 국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강화되고 있는 등 구체적이고 조속한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이며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안명옥 교수는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체 살고 있으면 그 피해는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등 노약자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평가, 감시, 교육, 응급시스템
등 전반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전문기관, 시민단체가 함께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특히 시민단체와 전문기관이 시민들에게 화학물질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대비책을 알려나가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이 날 심포지엄을 기획한 서울환경연합 문진미 팀장은 “우리 일상에서 더 이상 화학물질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정부기관의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이끌어
내고 안전 불감증에 걸린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 알리고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가자는 의미로 심포지엄을 기획하게 되었다”

했다.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관련 정부 부처의 인식과 시민단체의 대응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심포지엄은 새들이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을 이야기한 레이첼 카슨 여사의 경고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사진 : 시민환경정보센터 박종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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