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경유차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올해 7월 1일부터는 싼타페, 카렌스 II, 트라제 등 8인승 이하 소형 경유승용차는 국내에서는 생산이
중단 될 예정이었다. 2년전에 소형 경유승용차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산이 중단될 시기를 일주일 앞두고, 지난 6월 24일 2년 전에 제정된 법안을 뒤엎는 합의문이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기업·시민
공동위원회」(이하 ‘공동위원회’)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결국 산타페는 경유승용차에서 다목적 자동차로 재분류되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다. 카렌스의 경우에는 조건부로 생산재개를 보장받게 되었다.
이번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경유승용차의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은 외국산 경유승용차의 국내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 2년 전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정부에 요구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자동차 업계는 생산중단이 임박한 상황에서 수출과 경제 등을 빌미로 정부에 생산재개를
위한 압력을 넣었고, 환경부는 차종분류를 개정해 주는 편법을 동원해서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주었다. ‘공동위원회’의 합의문은
결국 우려했던 대로 일부 차종의 생산중단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가 되고 말았다.

▷ 경유승용차문제를 둘러싼 지난 2년 동안 상황 변화

‘공동위원회’의 합의문이 나오기까지 지난 2년 동안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나? 이 문제는 합의문의 성격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그 사이에 자동차업체에서는 경유승용차를 미국과 유럽에 팔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성공했을 지 모르지만,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실태는 계속해서 악화되어 왔다. 특히 경유차와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는 서울시가
미국과 유럽 대도시보다 오염도가 두배나 심하고, 작년에는 서울시 대기환경기준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서울에서만
매년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현 정부의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 대형 경유차에
대한 관리부실과 함께, 특히 다목적 승용차가 승용차 내수 판매대수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왜냐하면 서울의 경우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의 49%와 미세먼지의 90%가 경유차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올 해 안에 수도권대기질개선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추진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 점점 심각해지는 다목적 경유차 문제

올해 승용차 국내판매대수의 42%가 다목적 승용차이고, 이중에서 74%가 경유차다. 올해 4월 가장 많이 팔린 10개 차종중에서
4개 차종이 다목적 경유차다. 이렇게 다목적 경유차가 잘 팔리는 까닭은 온갖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에 비해서
절반밖에 안되는 낮은 경유가격 때문에 IMF 이후 휘발유차 대신 다목적 경유차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는 경쟁적으로 다목적 경유차를 개발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저렴한 운행비때문에 휘발유차보다
차값이 훨씬 비싼 경유차를 사는 것이다. 이 와중에 소비자는 비싼 차량구입비를 지불해야 하고, 대기오염은 점점 악화되는 반면
자동차업계만 이익을 챙기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유럽에 수출하는 차는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매연후처리장치’가 부착된 채로 팔리지만, 느슨한 국내기준 때문에
국내에서 같은 차를 팔아도 ‘매연후처리장치’ 없이 팔고 있다. 다른 경유차의 배출허용기준은 현재 유럽의 기준인 ‘유로-3’과
같거나 엄격한데 비해서 유독 다목적 경유차만 ‘유로-3’ 기준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다른 경유차종과 마찬가지로 국내
다목적 경유차의 기준도 유럽의 유로-3 수준으로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다목적 경유차에 대해서만 특혜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업계는 묵묵부답이다. 2005년에나 보잔다. 반면에 자동차업계는 경유승용차에 대해서 일종의 시장장벽으로 만든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유럽 수준(유로-3)으로 완화시켜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 ‘공동위원회’ 합의문의 문제점

합의문에 따르면 산타페와 카렌스는 동일한 엔진으로 만들어졌지만 차량의 무게가 무겁고 연비가 나쁘며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산타페가 되려 판매가 허용되는 모순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이번 차종분류기준 개정조치는 다목적 경유차 문제를 외면 한 채,
대기오염관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자동차배출가스 관리의 혼선을 초래할 것이다. 반면 이번 차종분류기준 개정조치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입을 손실은 미미하다. 트라제의 경우 판매대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으며, 유일하게 일부 제한이 주어진 카렌스조차
실제로는 유럽 수출용으로 생산조정을 하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갤로퍼의 조기단종문제는 갤로퍼와 동일한 엔진을
약간 손질해서 탑재한 테라칸이 생산되고 있고, 단지 단종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는 점등을 고려할 때 산타페의 생산허용에
대한 반대급부로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결국 자동차업계는 현실적 이익을 챙긴 반면에 환경단체는 앞으로 경유차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는 약속만 얻은 셈이다. ‘공동위원회’의
이번 합의내용도 문제가 있지만, 합의문에 실제로는 정부와 시민단체만 서명했고, 자동차업체의 서명이 빠져있는 것은 더군다나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미 법률은 입법예고되었고, 합의문은 자동차업체 측의 합의 번복으로 공수표가 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이런 결과를 “최악의 상황을 막고 더 큰 문제인 경유차 전반의 문제를…위한 협의의 장을 살리기 위해서 합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비추어보아 너무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자동차업계로서는 이번 합의문을 통해서 “산타페 구출작전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싼타페는
웃고 사람은 숨이 컥컥”거리는 모습이 합의문이 낳을 결과를 잘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공동위원회’의 합의문은 오마이뉴스의
기사에서 분석한 것처럼 “환경을 위한 경유차 생산제한 조치” 또는 “환경을 위한 사회적 합의”라고
볼 수는 없다. 이번 환경부의 차종분류개정안은 몇몇 차종에 대한 생산중단조치를 번복하기 위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명백한
개악일 따름이다.

▷ 앞으로 남은 과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경유차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오락가락하는 환경부의 태도이다. 자동차 대기오염문제를 관리,
감독하는 책임부서인 환경부는 정책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집행함으로써 대기오염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킬 책임이 있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동위원회’의 합의문처럼 어느 차종은 살리고, 어느 차종은 죽이는 식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환경부가 ‘공동위원회’를 동원하는 방식은 면피용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작 환경부의 책임하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서 해결해야될 과제는 따로 있다.
첫째, 출퇴근용으로 경유차를 구입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휘발유차량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험로주행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다목적경유차들이 출퇴근용으로 도심을 누비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대기오염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경유가격과 휘발유가격의 격차해소하고, 중대형차보다 경차를 이용하고, 자동차를 덜 이용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해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자동차관련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른 경유차종에 비해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다목적 경유차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경유차종은 유로-3기준을
도입하면서 특히 국내 승용차판매의 40%를 넘는 인기차종인 다목적 경유차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정책이다.
셋째, 대기질 개선계획의 목적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원칙에는 어떠한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앞으로 준비될 예정인 수도권대기질 개선을 위한 실천계획이 매년 수백명 규모의 추가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그래도
환경부는 업체와 합의에 연연할 것인가? 양보와 합의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기오염관리정책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지, 더이상 업체의 영업성적표에 의해서 좌우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미국환경보호청은 대형경유차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기 위해서 매연후처리장치와
초저유황유를 도입하는 내용의 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은 대형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95%를 삭감하는 계획을 담고
있는데, 년간 8300명의 추가 사망, 5500건의 만성 소아기관지염과 17600건의 급성 소아기관지염을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규정으로 평가되었다. 이 규정에 반대하는 미국내 자동차업계와 정유업체들이 미국 환경보호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2년 5월 3일에 워싱턴시 법원은 미국의 환경보호청 입장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요지는 매연후처리장치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적용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초저유황유(15 ppm)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경부가 새겨볼
대목이 많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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