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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파괴가 키운 재앙, 쓰나미에 거대 세력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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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임파서블’ 포스터. 이 영화는 2004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에 벌어진 실화를 배경으로, 재난 속에서 빛나는 가족애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 더 임파서블 포스터

지난 1월에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더 임파서블(The Impossible)’은 2004년 동남아시아 닥친 거대한 쓰나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설경구, 하지원 등이 열연한 2009년 우리 영화 ‘해운대’가 ‘메가 쓰나미’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아픔을 묘사했다면, ‘더 임파서블’은 재난 속에서 빛나는 가족애를 주요 테마로 잡고 있다. 영화 ‘해운대’가 가상의 상황이라면, ‘더 임파서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공감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헨리(이완 맥그리거 분)와 마리아 (나오미 왓츠 분) 부부는 아들 셋과 함께 태국 푸껫 카오락 국립공원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보이는 호텔에 투숙한 그들에게 세상은 주변 풍경만큼이나 평화 그 자체였다. 밤하늘 별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사이로 헨리 가족이 날리는 풍등은 그들의 현재 상태를 대변해 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12월 26일, 그들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친다. 호텔 풀장에서 아이들과 놀아 주는 사이, 새들은 요란하게 육지 쪽으로 날아가고 땅이 흔들리는 등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이어 집체만한 쓰나미가 야자수와 전신주를 쓰러트리면서 이들에게 밀려온다. 급한 격류에 아이가 떠내려가자 마리아는 아이를 잡으려 깊은 물속을 뛰어든다. 그 상황에서 또다시 거대한 쓰나미가 닥친다.

▲ 쓰나미가 닥치는 상황. 헨리 (이완 멕그리거 분)는 아이들을 앉고 급히 피해 보지만, 쓰나미는 이들을 덮친다.  ⓒ 더 임파서블 스틸컷

호텔과 해안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버린 상황에서 마리아는 큰 부상을 입고 헨리, 어린 두 아들과 떨어지게 된다. 그녀 옆에는 큰 아들 루카스만 남게 됐다. 이때부터 영화는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서로를 애타게 그리는 헨리 가족의 고난과 주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족을 찾아 나서는 과장에서 트럭에 짐짝처럼 실려 옮겨지는 시체들과 밀려드는 환자들로 병원마저 아수라장이 된 장면은 그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말해 주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 ‘더 임파서블’은 엄청난 피해를 만들어 낸 쓰나미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이어 극한 상황에서 가족을 찾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 헨리와 마리아 가족은 극적으로 상봉한다. 전쟁터와 같은 재난 속에서 소중한 가족을, 그것도 살아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큼 다행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보다 더 비참한 쓰나미 피해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쓰나미와 그 피해 장면은 사실감이 돋보인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더 했을 것이다. 당시 쓰나미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말이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쓰나미 후 피해국가의 하나인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를 조사했던 기록이 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만 3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쓰나미가 세 차례나 밀어 닥쳤다고 한다. 그리고 쓰나미의 파도는 해안가에서 무려 2Km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31살 마넬이란 여성은 “나는 그때 임신 7개월이었는데 남편이 달려오더니 뛰어야한다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뛰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한손에는 나를, 다른 한손으로는 세살 먹은 딸을 안고 달리다가 야자수 나무를 껴안았는데 배가 부른 나와 아이와 야자수 나무를 한꺼번에 안고 있다가 손가락에 힘이 빠져서 그때 딸아이를 잃었어요. 눈앞에서 아이가 휩쓸려 떠내려갔어요!” 라며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을 말해줬다.

쓰나미는 사상자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스리랑카의 경우 현대사에 매우 큰 변수로 작용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영국은 고무 등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위해 자신들의 식민지인 스리랑카에 인도의 타밀족을 유입시켰다. 이때부터 스리랑카의 불행이 시작됐다. 힌두교를 믿는 타밀민족은 스리랑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불교를 신봉하는 싱할라민족과 민족적, 종교적 마찰을 빚었다. 스리랑카에서 타밀민족(18%)은 싱할라민족 (74%) 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이지만, 이웃 나라 인도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타밀족은 6천 만 명으로 싱할라민족의 3천 만 명을 압도하고 있다.

스리랑카 내 타밀민족은 해외 타밀민족의 지원을 받아 반정부군으로서 정부군과 싸웠다. 한국국방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스리랑카 내전으로 1983년부터 최근까지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십만의 부상자, 그리고 1백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자살폭탄테러와 암살, 납치와 인간방패 등 수많은 인권 유린사태가 보고되면서 스리랑카 내전은 세계적으로 가장 잔혹하고 폭력적인 분쟁의 하나로 지목되어왔다고 한다. 그만큼 두 민족의 갈등의 골은 깊었다.


쓰나미 여파로 현대사 급변

실제로 2000년 대 초반, 싱할라족 군인과 결혼한 타밀민족 여인은 스리랑카 육군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해 임신 상태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 했다고 한다. 타밀민족의 무장 세력인 LTTE (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의 자살 특공대인 the Black Tigers에 의해 인도 전 총리, 스리랑카 대통령 등이 암살당했다. LTTE는 해외 거주 타밀민족의 지원을 받아 열배나 많은 스리랑카 정부군과 대등하게 싸웠다. 오히려 그들은 풍부한 전투 경험과 앞선 무기, 해군력 등으로 2000년 대 초반까지 사실 상 정부군을 압도해 스리랑카 북부와 동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던 LTTE는 2009년 와해 됐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던 비국가 무장단체인 LTTE가 몰락한 원인으로는 ▲ 스리랑카 정부군 전력 증강 ▲ LTTE 내부 분열 ▲ 미국 주도 대테러 압박 전술 (해외 유입 자금 차단) ▲ 국제 사회 인권 증시 동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몰락의 시작은 2004년 닥친 쓰나미의 영향이었다. 쓰나미의 여파는 LTTE의 군사 전략 요충지인 스리랑카 동부를 초토화 시켰다. 이로써 LTTE의 해군력은 무력화 됐고, 그로 인해 내부 분열 등이 발생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만약 쓰나미의 여파가 정부군의 주요 거점인 스리랑카 서부를 강타했다면 어찌됐을까? 어쩌면 스리랑카 내 LTTE들의 영향력의 범위는 더 넓어졌을 지도 모른다. 스리랑카 LTTE 사례는 자연 재해가 한 세력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자연재해를 키운 것이 바로 자연 개발 및 파괴라는 점에서 환경파괴가 문명의 몰락으로 연결되는 그간 인류사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몰락은 과도한 관개농업 때문이었고, 모아이 석상으로 알려진 이스타 섬은 숲의 파괴 때문에 몰락하지 않았는가.

▲ 맹그로브 나무. 여러 갈래로 뻗은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는 땅에 단단히 고정돼 쓰나미와 같은 해일의 에너지를 격감시켜 피해를 덜어 준다. ⓒ 이철재

실제 스리랑카 주변은 매우 발달된 맹그로브 숲이 많았다. 작년 11월 스리랑카 맹그로브 숲 보호 지역을 방문했다. 거기서 맹그로브 숲이 있고 없음이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 피해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맹그로브는 나무 하나에서 말뚝 같은 여러 갈래의 뿌리가 뻗어 나와 땅에 단단히 고정된다. 이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면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해일의 에너지를 격감시켜 결국 피해를 덜 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 ‘임파서블’에서 주위에 맹그로브 숲이 있었다면 피해는 격감했을 것이다.

자연 파괴는 곧 문명 붕괴

이외에도 맹그로브는 해안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가 쪽에서는 뻗은 뿌리는 치어들의 은신처가 되고, 무성한 가지와 잎은 각종 야생동식물의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해 준다. 또한 수질을 개선시켜 주는 효과와 함께 탄소 저장 효과도 중요시 되고 있다. 스리랑카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민간단체들은 2004년 쓰나미 이후 맹그로브 숲 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맹그로브 씨앗을 채집해 일정정도 키운 후 (자연 상태 발아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숲이 훼손된 지역으로 옮겨 심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빈민 구제 활동도 벌이고 있으며, 국제적인 네트워크 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동남아 산 새우(블랙 타이거)는 대부분 맹그로브 숲을 밀어 버리고 양식된 것들이다. 새우 양식장은 5년 정도가 지나면 바닥에 진흙이 싸이고 황산화물 같은 강한 독성이 생성되기 때문에 또 다른 바닷가 숲을 파괴하고 조성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 탓에 기후행동변화 연구소 안병옥 소장(생태학 박사)에 따르면 “맹그로브와 해조류 숲, 염습지 등은 열대우림보다 4배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100년 뒤에는 맹그로브 숲 등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한 쓰나미, 그리고 그 지역에서 맹그로브 숲의 파괴 등은 얼핏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서 지적 한 것처럼 인류 역사는 자연을 파괴 하는 것이 곧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환경파괴의 피해는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즉 지구적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주변의 자연과 생태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 즉 인류의 문명을 지키는 길이라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닐 듯하다.

▲ 맹그로브 생태계. 맹그로브 숲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그림.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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