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이 언론에 공개 됐다. 당시 관련 문건을 입수해 4대강 사업 관련 불법 사찰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4대강 사업에 대한 관련 문건이 있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 명의의 사찰 문건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보고 (총 4쪽, 이하 4대강 결과보고)>란 제목으로 2009년 8월 10일 작성됐다.

▲ ‘외부 불순 세력 연대투쟁’이라 기록한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
당시는 팔당 지역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었고, 지역 농민들과 천주교, 기독교 등의 성직자와 환경단체들의 연대가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4대강 결과보고> 문건 2쪽과 3쪽에는 양평 두물지구 등의 ‘사유지 수용 및 영농지 상실에 의한 민원발생 등 주민 반발’ 등을 언급하면서 ‘외부세력이 주요 민원 예상지에 침투하여 연계 투쟁 우려’라 기록되어 있다.
이어 ‘불순한 외부세력이 민원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들어와 이들과 함께 연대 투쟁할 가능성 상존함’이라면서 문건 3쪽 ‘향후 계획’ 항목에서는 ‘민원발생지에 불순세력 개입 상황파악’이라 적시하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목한 ‘불순세력’은 이대로 농사짓게 해달라는 농민들과 간절함에 함께 연대한 성직자들 및 환경운동연합 등과 같은 시민단체다. 이들이 불순세력이 된 이유는 MB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오늘(18일) 4대강 사업 등 MB 정부가 추진하는 일을 비판하면 ‘불순세력’을 넘어 ‘종북세력’, ‘내부의 적’으로 규정됐음이 드러나는 국가정보원 발 문건이 공개 됐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대선 등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공개했다.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문건을 검토한 경향신문은 19일자 기사에서 “(국정원이)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내 온갖 정치·정책 업무 처리와 홍보에 관여했다”면서 “‘국가 안보’를 핑계로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진보 성향의 단체를 ‘종북세력’ 또는 ‘내부의 적’으로 몰아 대응하도록 지시한 것”이라 분석했다. 이는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원세훈 원장 지시 사항 문건에는 4대강 관련 된 부분도 여럿 나온다. 그는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입장(2010. 3. 12)을 밝힌 뒤인 2010년 3월 19일에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4대강 반대는 정치적 반대’라는 당시 MB 정권과 한나라당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어 원세훈 원장은 2011년 1월 21일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 ‘책잡히는 일’이 없어야하므로 지역민들에게 최대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함”이라 말했고, 같은 해 12월 16일에는 “4대강 사업 후속관리와 좌파 언론 등에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재해복구비용·물 확보 등 많은 이점을 감안,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것”이라 말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국정원이 MB 정권을 위해 4대강 홍보 대행사를 노릇을 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4대강 사업 홍보 대행사가 국정원의 업무가 아님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 동아일보 기사 중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표 (출처 : 동아닷컴)
앞서 국정원은 4대강 비판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국정원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동아일보는 2월 4일 자 「한쪽이 정부비판하면 바로 옳소(동아닷컴 ‘북한-종북단체들, 온라인선전 2만 건 글 보니’)」기사에서 4대강 녹조 등과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실수”라며 ““유감스럽게 생각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공식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동아일보 기사와 이번에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문건을 종합해 보면, 국정원이 4대강 사업 비판 진영을 확실히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는 앞서 국무총리식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에서 4대강 비판 진영을 ‘불온세력’이라 칭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즉 MB 정권은 임기 동안 4대강 비판 진영을 ‘불온세력’ 및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MB 정권은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이기 위해 국가의 모든 권력을 동원했다. 시민단체의 일상적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의 ‘4’자만 나와도 경찰은 집시법 위반 운운하며 으름장을 놨고,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표적으로 삼아 구속까지 시켰다. 종편 채널 선정권을 쥐고 보수 언론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감사원은 4대강 1차 감사(2011. 1)에서 4대강 봐주기 감사를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담합을 정권의 임기 말이 돼서야 인정했다.
MB 시대 공직윤리지원관실, 경찰과 검찰, 국정원, 감사원, 공정위 보수 언론사 등은 정권의 사조직과 다르지 않았다. 권력이 사조직화 됐다는 것은 MB 시대가 그만큼 광기의 시대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한 광기에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은 마비 됐다. 대한민국을 광기로 몰아 넣고, 이성과 상식을 망가트린 MB 정권과 정권에게 충성을 다한 사조직들이 말로 ‘불온세력’이 아닐까 싶다. 이들에 대한 근본적 개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광기는 또 다른 불행을 만들고 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등은 잘못된 4대강 사업으로 파생된 16개 댐과 4대강 2단계인 지류지천 사업, 친수구역특별법 등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MB 시대 가장 앞장서서 섬뜩한 광기의 칼날을 휘둘렀음에도 조금의 반성도 없다. 참으로 황당하고 개탄스럽다.
국토부와 수자원 공사에 대한 근본적 개혁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 광기의 종결과 이성과 상식의 회복을 위한 해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