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민주 인사 고문 훈장과 4대강 파괴 훈장, 치욕의 증거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영동 1985’ 포스터. 영화는 군사독재 정권이
폭력이 극에 달했던 1985년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남영동1985

2000년 1월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 영화 ‘박하사탕’은 순수했던 한 인간이 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면서 타락해 가는 모습을 1999년부터 1979년까지 시간을 거슬러가면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김영호(설경구 분)가 삶에 쪄들고 자포자기한 얼굴로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친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사무실 동료들과 영화관에서 ‘박하사탕’을 봤을 때의 일이다. 영화 중반부, 영호는 광주민주항쟁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다가 실수로 어린 소녀를 총으로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다 제대 후 시국 사범을 쫓는 초임 경찰이 됐다. 그런 그에게 선배들은 그들이 잡아온 이를 고문하라 한다. 영호는 쭈뼛거리면서도 팬티바람으로 포승줄에 사지가 묶인 이를 짐승 다루듯이 때리며 고문 한다.

그 장면에서 옆자리에 있던 선배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녀는 자신의 선배가 생각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80년 대 중반 대학을 다닌 그녀는 자신이 옥바라지 했던 선배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경찰에게 끌려간 그녀의 선배는 적지 않은 고문을 당했고, 그로인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망가져 갔다고 한다.


비명 소리, 흐느끼는 소리, 투덜대는 소리

전기고문 장면. 민주인사 김종태 (박원상 분)는 고문 기술자 이두한 (이경영 분)에게 전기 고문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영화 속 이두한은 고 김근태 민주당 국회의원을 고문했던 이근안 전 경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근안 전 경감은 1986년 당시
군사정권에게 훈장을 받는다. ⓒ남영동1985

우리 일행 뒤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있었는데, 영호의 고문장면에서 “아 재미없어”라면서 투덜댔다. 스크린에서는 고문에 의한 비명 소리가, 바로 옆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뒤에서는 투덜대는 소리가 묘하게 합쳐져 내 귀에 들어왔다. 내게 영화 박하사탕은 영화 속 장면보다 그때 영화관 상황이 더 크게 기억된다.

나는 투덜대던 어린 친구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80년 대 후반 대입을 준비했던 나에게 당시 시대 상황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한여름에도 창문을 닫게 만드는 최루탄 가스 때문에 공부에 방해되는 것만 근심하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 시절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게 됐고 눈물짓게 됐다.

1980년 대 고문 장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영화가 지난해 11월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이다. 영화는 군사독재의 폭력이 극에 달한 엄혹한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는 박정희 정권에 이어 전두환 정권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전 민주당 국회의원의 자서전 ‘남영동’을 바탕으로 그 시절 고문을 당했던 이들의 증언이 더해져 영화화 됐다.

1970~1980년 대 대학에는 경찰이 상주해, 민주화 시위를 5분 동안만 해도 성공이라 여겨졌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50대인 한 선배는 그 때 학내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서로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그러다 어는 한 순간 아픈 것이 하나도 안 느껴졌다고 한다. 몸이 나른해 지면서 졸음이 쏟아지는데, ‘아 이렇게 죽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남영동 1985’에서 낯선 남자들에 의해 눈이 가려진 채 끌려온 김종태(박원상 분)는 천장에 백열등이 달린 어두운 방안에서 몽둥이와 구둣발로 구타를 당한다. 김종태가 끌려온 곳은 남영동 대공 분실. 민주화 인사를 숱하게 고문했던 이곳은 현재 경찰 인권 보호 센터가 되어 있다.

영화에서 낯선 이들은 김종태의 팬티까지 벗긴 채 자술서 쓰기를 강요한다. 김종태를 북의 지령을 받는 간첩으로 조작하려 하지만 이를 거부하자 그들은 일명 ‘장의사’라 불리는 고문 기술자를 부른다. 그가 바로 극중 이두한 (이경영 분)으로 나오는 이근안 경감이다. 영화에서는 각종 고문 장면이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구타와 무릎 밟기, 그리고 잠 안 재우기, 밥 안주기는 등은 그나마 편한 고문처럼 느껴졌다. 칠성판이란 고문 기구에 김종태의 몸을 묶고 물고문 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치를 떨리게 한다.

이어 고춧가루를 탄 물을 붓는 장면과 전기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보는 내가 눈물이 났다. 당시 정권에게 인권과 민주주의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고문은 공포정치의 수단일 뿐이었다. 영화는 김종태가 남영동 대공 분실에 끌려간 9월 4일부터 9월 24일까지 고문을 받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극심한 고문 끝에 조작된 진술을 받아낸 김두한은 김종태에게 “김 선생! 사형 당하기 전에 세상이 바뀌면 그땐 날 잡아다 고문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사라진다.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고문

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고문. 이명박 정권은 4대강을 파괴한 공로로 1300 여 명에게 훈장, 포장, 표창장 등을 수여했다.
인간에 대한 고문 훈장과 자연에 대한 고문 훈장은 우리 사회에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되는 치욕의 역사다 ⓒ대구환경연합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저렇게 대할 수 있는가’라는 심한 모멸감을 받았다. 속칭 ‘장의사’로 불린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다음 해인 1986년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옥조근정훈장 받았다. 훈장은 국가나 사회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국가에서 그 공적을 표창하기 위하여 수여하는 것이다. 근정훈장은 공무원(군인 ·군무원 제외)으로서 직무에 정려(精勵)하여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라 한다.

이근안은 정권을 위해서, 본인의 출세를 위해 간첩단 및 공안사건을 조작했고, 그 과정에서 고문을 자행했다. 그가 받은 훈장은 군사정권이 그가 매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군사독재 정권이 정권의 안전을 위해 민주인사를 고문하고 진실을 날조했다면, 이명박 정권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진실을 왜곡해 4대강을 파헤쳤다.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한 강을 물고기가 살지 않고 새들이 찾지 않는 죽은 강이라 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부정하며 강 가운데 16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세워 흐르는 물을 가뒀다. 물을 정화하고 물고기들의 산란 처인 모래밭은 오염된 퇴적토이자 홍수를 유발시킨다면서 서울 남산을 대여섯 개 만들 수 있는 양을 퍼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이라면서 강이 재창조 됐다고 억지를 썼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실패했다. ‘녹조라떼’, ‘보 세굴 현상’, ‘역행침식’ 등은 이 사업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 중에 일부일 뿐이다. 이 정권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고문으로 인권을 철저히 유린하는 것과 억지 논리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둘 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고문이다.

이근안이 민주인사를 고문해 훈장을 받았다면, 자연을 고문해 훈장을 받은 이도 있다.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장과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4대강을 고문해 훈장과 포상을 받은 이는 무려 1,300 여 명이 넘는다. 이들에게는 철탑산업훈장, 옥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 및 장관 표창 등등이 수여 됐다.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이들의 명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소속기관과 훈포장 내용 및 날짜는 기록되어 있지만, 정작 이름은 ‘이00’으로 표시되어 있다. 훈장과 표창을 주는 의미는 이를 널리 알려 귀감을 삼으라는 의미인데, 이 정권은 무엇이 켕기는지 이마저도 숨기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4대강 사업이 잘된 사업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중에 26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난 평화의 댐을 두고 꼭 필요한 사업이라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4대강 사업 훈포장을 받은 이들과 MB와 그 측근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4대강 사업은 성공한 사업이라 주장할 것이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기억되기 위해서 그들의 언행을 기록하고, 알려야 한다. 몇몇 뜻 있는 인사들과 환경단체가 나서서 4대강 사업 인명사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인간에 대한 고문과 자연에 고문 등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참고로 70~80년대 민주화운동 자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http://www.kdemo.or.kr/ko)를 통해 접할 수 있으며, 환경운동연합 (www.kfem.or.kr)에서는 4대강 인명사전 진행 상황을 확인 할 수 있다.

※ 원문 : [민중의 소리-이철재의 영화 속 생태 ⑥]‘남영동 1985’와 4대강, 그리고 이명박의 훈장

admin

물순환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