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붕괴된 낙동강 외관철교 ⓒ이철재
지난 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 설계부실에 따른 보(댐) 내구성 부족 및 계속된 유실, 침하로 근본적 보강 필요 ▲ 수질을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만으로 관리해 수질 상태 왜곡 등 수질 악화 우려 ▲ 조류경보제 미 운영으로 상수원 안정성 우려 ▲ 준설량 검토 불합리 등을 지적했다.
언론들은 감사원의 4대강 감사에 MB 정권이 매우 당혹스러운 입장이라 보도하고 있다. 18일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과 환경부 유영숙 장관은 감사원 감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고, 청와대는 일부 부족한 것을 전체인 냥 과장했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2011년 1월 4대강 감사와 180도 다르다. 당시 감사원은 “하상 퇴적토 준설과 노후 제방 보강, 댐 건설 등으로 홍수 예방, 가뭄극복, 기후 변화 대비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MB 정권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인 듯하지만, 이번 4대강 감사도 내용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다.
왜관철교 붕괴, 지천 침식 원인 등 왜 빠졌나?
감사원의 4대강 감사에서 누수 문제가 빠져 있다. MB 정권은 콘크리트 댐에서 물이 새는 것은 ‘물 비침 현상’이라며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물을 가두는 방수시설에서 물이 새는 것은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물론 콘크리트 구조물도 물이 스며든다. 하지만 4대강의 16개 댐에서 벌어진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댐 전문가들의 투수계수(어떤 물질에 물이 스며드는 속도) 분석에 의하면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물이 1m 스며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4대강의 16개 보 대부분은 지은 지 단 몇 달 만에 물이 줄줄 샜다. 낙동강의 낙단댐(보)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물 쏟아지듯 물이 나오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렇게 물이 새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설계부실과 공사과정 부실에 이어 그로 인한 댐의 안전성 문제를 충분히 짚을 수 있었는데 감사원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감사원은 ‘MB캐년’과 ‘MB야가라’와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 질 정도로 극심했던 지천침식 현상, 즉 역행침식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 감사원은 “준설량에 대한 정확한 사업효과 및 경제성 검토 없이 4대강 전 구간을 200년 빈도 홍수 대비와 물 부족 대비를 위해 4.6억㎥ 일괄 준설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역행침식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과도하게 준설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6.25 전쟁과 태풍 매미, 루사 등을 견딘 왜관철교 (호국의 다리) 붕괴와 남지철교 침하 등도 준설 때문이다. 구미시민들에게 두 번에 걸쳐 단수의 고통을 안겨준 것도 대규모 준설에 의한 피해였다. MB 정권, 국토부, 수자원공사 등은 이러한 사고를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과도한 준설이 문제라 지적한 감사원은 그에 따른 문제점까지 짚어 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물고기 떼죽음, 4대강 2단계 지류지천 사업
작년 말에 금강과 낙동강에서는 물고기 집단 떼죽음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을 조사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최소 10만 마리 이상이 죽어 나갔다고 전했다. 확인되는 죽은 물고기가 대체로 큰놈들만 보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고기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상상이 안 될 정도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지난 번 사고로 물고기의 씨가 말랐기 때문에 대규모 집단 폐사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할 정도였다.
흐르는 물을 고이게 만들어 가장 피해를 보는 것 중에는 겨울 철새도 있다. 물이 얼면 이들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매서운 추위 속에서 고니 구출 활동을 벌인 이유가 철새 도래지로 유명했던 낙동강 해평 습지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댐이 만들어 지기 전에는 아무리 추위가 강해도 그들의 먹이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생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도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는 빠져 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수달은 공사과정에서는 먹잇감이 줄지만 공사 후 먹잇감이 늘어 서식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 하는 등 황당한 평가를 해왔다. 공사과정에서 파헤쳐진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귀이빨 대칭이, 표범장지뱀 등이 어떻게 됐는지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이들도 이 땅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감사원 감사에서는 모두 빠져 있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평화의 댐 3차 증고 사업이 하나의 예시이다. 전두환 정권의 거짓에 의해 만들어진 평화의 댐은 외신에서 ‘불신과 낭비의 기념비적 상징물’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필요 없는 댐이다. 이러한 평화의 댐은 2002년 2단계 사업을 하더니, 작년 말 1,650 억 원 예산으로 3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원래 국가예산 500 억 원 이상 소요되는 사업에 있어 예산 사용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규정을 바꾼 탓에 수해대비 사업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4대강 사업 2단계라 불리는 지류지천 사업도 국토부는 여전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은 국가 제도 및 정책이 자연 파괴에 매우 용이하게 바뀌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변경으로 댐 계획 추진
4대강 사업이 가져온 정책 변화 중에 대표적인 것 중에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하 수장기)의 변화가 있다. 수장기는 우리나라 치수분야 법정 최고 상위 계획으로 아래로 댐장기종합계획, 유역종합치수계획 등이 있다. MB 정권의 4대강 사업도 수장기의 규정을 받아야 하지만, 정권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며 기존 수장기와 전혀 다른 치수 계획을 밀어 붙였다.
MB 정권 이전에 만들어진 수장기(2006년)의 핵심은 홍수를 강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제방을 아무리 높게 쌓아도 자연의 힘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방과 댐 같은 구조물에 의한 홍수 방어보다는 빈번한 홍수지역을 홍수터로 하천으로 돌리고, 상하류의 홍수량 할당제, 홍수 예경보제 강화 등 비구조물적 홍수방어대책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1년 말 만들어진 수장기는 4대강 사업의 지침을 그대로 따랐다.
2011년 수장기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13억 톤의 물은 비상용으로 규정했다. 즉 당장 쓸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도서와 산간 등 일부지역에서 가뭄 정도에 따라 약 1억6000 만 톤에서 4억6000 만 톤의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영양댐 등 14개의 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1.6억만 톤의 물 부족은 우리나라 수자원 이용량의 0.4%이며, 4.6억만 톤 역시 1.5%에 불과하다. 이 정도는 수요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으며, 당장 수도관 누수량만 잡아도 가능한 수치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2021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 등 3대강 수계에 6개의 대규모 댐과 각 지자체가 건의한 지역에 8개의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댐 건설 장기계획’을 확정했다. 여기에만 3조 원이 든다. 결국 부실한 4대강 사업은 그릇된 수장기를 만들어 냈고, 엉터리 댐장기종합계획까지 이르게 했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앞으로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악 중의 악,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지난 대선기간에 논란이 됐던 것 중에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이하 친수법)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친수법 폐지 입장을 발표 하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이동환 수석부대변인은 “안철수 후보의 4대강 강박관념이 부산에코델타시티만 죽인다”면서 “친수법이 폐지되면 이 법을 근거로 하는 (부산)델타에코시티사업은 무산된다”고 친수법 찬성 입장을 강하게 비췄다.
새누리당은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법’은 국가하천의 주변지역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성, 이용해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친수법이 어떤 법이기에 새누리당이 적극 지지하고 나설까? 새누리당 대변인 말처럼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일까?
결론부터 말하지만 친수법은 4대강 사업으로 파생된 문제점 중에 가장 큰 문제, 즉 악 중의 악이다. 이 법은 2011말 국회 예산 통과 과정에서 함께 날치기 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한나라당 내부 목소리를 빌어 날치기의 진짜 목적이 2012년 예산이 아닌 친수법이라 말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친수법은 ▲ 수공 특혜법 ▲ 난개발 특별법 ▲ 국민식수 오염법 ▲ 4대강 사업 후속법 등으로 불릴 만큼 파괴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친수법은 4대강 등 국가하천 양안 2Km를 개발할 수 있는 법률인데,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4대강 사업에 부담한 8조 원을 회수하기 위해 수공에게 막대한 특혜를 주는 개발법이다.
친수법은 수질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오염원을 걸러주는 수변지역을 훼손하고, 대규모 개발에 따른 오염원이 유출되는 상황을 만든다. 이는 93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으로 생성된 준농림지제도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심각한 난개발이 사회문제 됐고, 수질 악영향으로 1990년 대 말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도시 개발후의 비점오염원(강우에 의해 유입되는 오염물질) 유출량은 개발전보다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는 92배, SS (부유 물질)는 24배 더 증가한다. 환경부는 과거 비점오염원 증가가 한강 등 수질 목표 달성의 실패 요인으로 분석하면서, 한강의 경우 2003년 42%에서 2015년 70%로 비점오염원 부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수법은 수질 오염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친수법은 지난 해 10월 말 구리 친수구역 (구리시 토평동) 지정 추진 논란에서 보듯이, 상수원 보호 구역 등 수질 관련 보전법을 무시할 수 있는 특별법의 특별법이다. 한강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수변구역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친수구역이 지정되면, 친수구역 지정이 자동으로 해제되기에 상수원 수질 관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친수법에는 주거, 상업, 산업, 관광, 레저 등의 개발이 가능하며, 특히 마리나 (선박 접안) 시설까지 가능하게 돼 있어, 운하까지 연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을 제대로 감사하려면 이런 것도 반드시 포함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국정조사 등으로 통해 진상을 제대로 살펴야 하는 것이다.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은 현재 진행형이다.
4대강 사업을 제대로 조사해야 할 이유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배경으로 사업 종료 시점까지 논란이 계속 됐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문제 이외에도 구미공단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하수위 증가에 따른 침수 문제, 농경지 침수 피해와 가뭄에 도움되지 못하는 현실 등도 감사원 감사에서 빠져 있다. 또한 이 사업이 기후변화 대비 사업이었는지도 빠진 부분이며,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빈번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비리 문제도 빠져 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앞서 지적했듯이 앞으로 계속 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은 실패한 국책사업이다. 실패한 국책사업은 공통적으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4대강 사업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제대로 짚어 내야만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만으로는 여전히 부작용을 헤아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