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생태파괴 논란을 불러온 지리산댐 연내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국회가 지난 1일 본회에서 지리산댐(문정 홍수조절댐) 대안개발조사비 2억6700만원 전액을 삭감한 것이다.
지리산댐 건설은 초기 부산식수 확보를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2011년 타당성조사에서 ‘전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자 정부는 ‘남강 유역 홍수조절용’으로 목적을 변경해 댐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남강 유역 최근 10년 동안의 인재, 재산 피해 원인이 홍수가 아닌 산사태로 밝혀져 홍수조절이라는 목적 역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리산댐을 건설하려는 실제 이유가 4대강사업 실패로 낙동강 수질이 악화되면서 부산의 상수원을 남강으로 옮기려는 계획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이는 홍수 조절용이라는 지리산댐이 연중 9,000만톤 이상의 물을 담아두는 것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 댐 건설로 인한 지리산 수몰 예정지역
지리산댐 건설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국립공원 지리산의 환경파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생물종의 30%가 서식하고 있는 ‘한국의 허파’로, 하늘다람쥐, 수달, 지리산반달곰 등 천연기념물과 희귀 동식물들이 살고있다. 그러나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흐르는 강물이 정체되는 호수로 변하면서 급격한 생태계 변화를 맞게된다. 또한 강물을 가두기 위해 수몰지가 발생하면서 동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고, 국내 유일의 원시림인 칠선계곡의 생태계 역시 보존을 장담할 수 없다.

출처:국립공원관리공단/문화재청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용유담도 수몰된다. 용유담은 지리산 계곡물에 깍인 골짜기 암반이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적도사가 아홉마리의 용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다 폭포수 소리와 자연에 도취해 자신의 말을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다는 전설을 가진 곳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문화재청은 이 곳의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2011년 12월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으나, 지리산댐 건설 계획으로 보류한 상태다. 그러나 문화재와 이를 둘러싼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 용유담의 명승지 지정은 반드시 다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명승 지정 예고를 했으나 지리산댐 건설 계획으로 보류한 상태다 ⓒ 함양 군청
지리산댐은 수량 확보의 경제성도 없고, 홍수 조절이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없는 댐이다. 부산 상수원 문제는 4대강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며, 지리산 댐을 통해 대체 상수원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백지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리산 용유담의 명승 지정도 더 이상 늦춰선 안된다. 이와 함께 물 부족량을 과다 산정해 지리산댐의 건설 타당성을 부여한 댐장기계획도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 그동안 지리산의 보존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함께 활동해왔다 ⓒ진주환경운동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