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지리산에 드리운 4대강 사업의 망령

최근 정부가 지리산 북쪽 자락을 따라 이곳 마천을 관통하는 한 하천인 ‘엄천강(임천강)’을 가로막아 댐을 짓겠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빌딩 50층 높이로, 현존하는 국내 댐 가운데 가장 높고 그 폭도 국내 두 번째로 긴 ‘지리산댐 건설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국립공원 제1호로서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은 수많은 동ㆍ식물들이 서식·자생하는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동서남북 어디를 가더라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대표적 명산이다. 경남 함양 마천지역은 예로부터 바로 이 지리산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지리산 제1관문’이라 불린 곳이다. 그러므로 이 댐이 애초 계획대로 지어지면 지리산 북쪽 자락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는 그 원형을 완전히 상실해, 두 번 다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 지리산댐수몰예상도 ⓒ진주환경운동연합

 

백무동ㆍ칠선계곡 원형 사라지게 할 콘크리트 지리산장벽

정부는 댐의 본체가 함양 휴천면 문정리란 곳에 있고, 그 목적이 함양을 비롯한 남강유역의 홍수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이 댐을 ‘문정 홍수조절댐’이라 부른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소신 있는 관계전문가들은 홍수조절용이라는 정부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가지가 이유에서다.

먼저, 정부는 태풍 루사나 매미, 에위니아 당시 입었던 함양군과 남강유역 홍수피해를 지리산댐 건설이 필요한 주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수 홍수피해 내역이 왜곡, 과장되거나 그 근거가 불명확해 댐 건설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일례로, 지리산댐 계획의 핵심적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함양군 인명피해 현황’을 보면 대부분 산사태로 인한 피해였고, 그나마 하천 홍수피해는 댐 예정지와 전혀 상관없는 지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정부 논리대로라면, ‘우면산에 산사태 났다고 서울 광화문에 댐 짓자’고 하는 만큼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담수계획에서도 진실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홍수조절댐은 평상시 댐을 비워두었다가 폭우가 쏟아질 때 일시적으로 물을 가두어 하류 지역 홍수피해를 예방한다. 그런데 지리산댐은 총저수량(1억7000만 톤) 가운데 그 절반이 넘는 9500만 톤 이상의 물을 연중 담수할 계획으로 있다. 다른 댐에 다 있는 ‘비상용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수량이 10여 년 전 백지화되었던 기존 ‘부산 식수댐 건설계획’의 총저수량(9700만 톤)과 맞먹고, 다른 댐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 다른 댐들과 지리산댐의 ‘총저수량 대비 비상용량’ 비교 ⓒ진주환경운동연합

 

산사태 났는데 댐 추진하는 황당한 MB정부
 
사업추진 과정은 더더욱 정부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4대강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말, 정부는 부산 식수대책이라며 ‘낙동강 상수원 이전계획(=남강댐사업, 남강댐 물 부산공급계획)’을 밀실 추진하기 시작했다. 진주 남강댐에 물을 더 채워서 추가로 확보되는 물 ‘하루 107만 톤’을 부산 등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경남도민들의 거센 반대로 좌초됐다. 물을 더 채우면 그만큼 남강댐의 홍수조절능력이 떨어져 주변지역에 큰 물난리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정부는 2010년 1월 남강댐에 물을 더 채우지 않는 대신, 기존 상태에서 남강댐에 남는 물 확보(65만 톤/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음), 낙동강 강변여과수 개발, 지리산댐 건설을 통해 부산의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포함된 이 계획도 지난해 실시된 타당성 조사에서 ‘전혀 경제성 없는 것으로 판명(B/C=0.688)’ 남에 따라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급기야 정부는 지리산댐을 애초 ‘부산식수 확보용’에서 ‘남강유역 홍수조절용’으로 그 명목상 용도를 변경하고, 댐 건설로 확보하려던 수량(42만 톤/일)도 ‘낙동강 강변여과수 개발사업’에 전가(26만 톤/일→68만 톤/일)하는 꼼수를 동원했다. 이렇게 하면 댐 건설은 치수사업(治水事業)으로 규정돼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따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또 댐 관련 예산이 전체 사업비용에서 제외돼 남강댐사업의 경제성이 그만큼 향상됨으로써 타당성 확보와 사업추진이 원활해진다. 4대강사업이 이 같은 편법이 동원된 가운데 추진됐다.

심지어 정부는 댐 수몰예정지 내에 ‘용유담’이라는 명승지가 자연경관 및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려 하자 댐 계획을 이유로 이를 가로막고 반대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MB정부의 지독한 댐 사랑

단군 이래 최대 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4대강사업이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부산 등 1천만 영남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도 10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가운데 막바지 보완공사가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정부는 3조 원 가까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 지리산댐 건설 및 낙동강 상수원 이전계획에 목을 매는 것일까.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4대강사업이 애당초 강을 살리려는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아니었을 가능성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대운하계획’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지금의 4대강사업으로 변경, 추진했다. 따라서 지리산댐 건설계획 등은 4대강사업이 대선공약이었던 ‘운하’의 변종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토목공사 중심의 단순 하천개발사업’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공사비 보전을 위한 것이며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그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놓고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4대강사업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참담한 낙동강의 현실이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낙동강 강물이 썩어서 ‘녹조라떼’가 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그것이다. 만약 4대강사업이 애초 취지대로 성공했다면 이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따라서 변종 운하 또는 단순 하천개발사업이 아니라고 전제하면, 지리산댐 건설계획 등은 4대강사업의 진실과 그 폐해를 가리기 위한 ‘돌려막기 사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지리산 자락에 드리운 4대강사업의 망령

향후 5년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과 각 정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정책들을 쏟아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 국민은 ‘누굴 뽑아야 하나’, 고민이다.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할까?

MB정부 지난 5년은 경제를 살린다는 핑계로 철 지난 토건사업에 몰두함으로써 토건경제가 극한에 이르고, 4대강사업으로 대변되는 국토유린, 생명파괴,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절이었다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MB정부의 지난 잘못을 성찰하고 슬기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4대강사업, 지리산댐 건설계획, 남강댐사업 등 MB정부에 벌여놓은 쓸데없는 토건사업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누구인지 잘 가려내는 데 있다.     


남강유역 홍수피해, 과연 사실일까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아래 표에 나타낸 것과 같이 ‘남강댐의 치수능력 한계로 남강유역에 홍수피해가 크다’는 이유를 앞세워 지리산댐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터무니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 지리산댐 관련 국토부 보도자료 중. 2012년 5월 24 ⓒ진주환경운동연합

먼저 ‘유역면적 대비 남강댐 저수용량 부족’ 운운하는 것은 남강댐의 연원과 그 효용성을 전면 부정하는 주장이다. 

남강댐은 부산과 김해, 함안, 창녕 등 낙동강 하류지역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유역변경식 홍수조절댐’이다. 일제 강점기 때 고안된 것으로, 홍수 때 지리산 등지에서 흘러내린 남강물을 바다로 빼내어 낙동강 하류의 홍수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빈번했던 낙동강 하류, 특히 ‘부산, 김해, 창녕, 함안 등지의 홍수피해를 줄이려고 만든 것’이다. 해서 남해(사천만)와 가깝고, 인공방수로 설치가 용이한 진주 도심 인근 평지(平地)에 건설됐다.

따라서 유역면적 대비 저수용량은 안동댐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으나, 인구 360만의 부산시를 비롯한 320만 경남의 홍수예방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효용성(치수능력)을 결코 다른 댐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유역면적 대비 저수용량’이란 단순논리로 홍수문제를 적극 부각해 지리산댐 건설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더 기가 찬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는 지난 2008년 말 남강댐의 담수량을 기존보다 대폭 늘려서 추가 확보된 물을 부산 등지에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유역면적 대비 저수용량(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이 작아 홍수피해가 많다’는 주장과 ‘부산물 공급을 위해 남강댐의 물을 계획홍수위(계획홍수량에 해당하는 물의 높이) 바로 1m 아래까지 더 채우려 했던 계획’은 서로 모순되고, 논리적으로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지리산댐 건설 이유로 내세운 ‘함양군 등 최근 10여 년간의 남강유역 홍수피해’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댐 건설의 핵심 근거로 제시하는 인명피해의 경우 아래 표와 같이 그 대부분이 지리산댐 건설문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함양군의 경우 존재하지도 않은 피해(9명)가 포함돼 있는가 하면, 산사태로 인한 피해까지 댐 건설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 우면산에 산사태 났다고 광화문에 댐 짓자’고 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재산피해’ 관련 주장 또한 신빙성이 별로 없다. 일례로 정부는 ‘태풍 루사 당시 함양군 재산피해(1500여억 원)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댐 건설로 실질적인 수혜를 입게 될 임천강지역(사업대상지)의 당시 피해는 함양군 전체가 입은 것의 15%(약 220억)에 불과했다. 그 이후 대대적인 치수사업으로 그나마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전체 남강유역 재산피해(7446억 원) 또한 한 번도 그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으므로 신뢰성이 크게 없을 뿐만 아니라, 위의 함양군이나 4대강사업의 사례를 놓고 볼 때 지리산댐 건설 근거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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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프레시안] 지리산에 드리운 4대강 사업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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