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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맹꽁이, 절체절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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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시는 노들섬을 주말 농장으로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농업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이로써 전임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 시절 동안 계속된 오페라 하우스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오페라 하우스 백지화를 가장 반길 이는 누굴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여졌지만 노들섬에는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살고 있다. 맹꽁이는 성체가 3~4Cm 크기로 장마철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땅속에서 생활하거나 동면하기 때문에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종이다. 이들은 노들섬 서쪽 옛 테니스장 부근에서 살았다.





▲ 무성히 자란 풀과 나무 맹꽁이의 지난 8년간의 처절한 생존기를 모르는 듯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라있다. (사진 이철재)


노들섬 맹꽁이 입장에서 대규모 오페라 하우스는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는 시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지속된 지난 8년 동안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이었으니, 박원순 시장의 오페라 하우스 백지화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기간 동안 논란을 지켜본 필자를 비롯해 노들섬 맹꽁이 3인방에게도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매우 뜻 깊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며칠 앞 둔 지난 3월 1일,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노들섬을 찾았다. 평상시 펜스로 굳게 다쳐 있던 서측 옛 테니스장 부지는 그날따라 열려 있었고, 흰색 소나타 한 대가 운전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옛 테니스장의 가장자리에는 ‘위험 접근금지’ 구호가 붙어 있는 줄이 쳐 있다.




▲ 잊혀진 맹꽁이 경칩을 며칠 앞둔 지난 3월 1일 노들섬. 맹꽁이 서식을 알리는 안내문이 코팅이 벗겨진 채 후미진 곳에 방치돼 있다.(사진 이철재)




북쪽 후미진 곳에 그나마 코팅이 벗겨진 채 나부끼고 있는 A4 크기의 안내문이 없었다면 시민들은 무엇 때문에 ‘접근금지’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안내문에는 “이곳은 맹꽁이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 서식처입니다. 맹꽁이 보호를 위해서 출입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 줄을 쳐 맹꽁이 서식처임을 알리기 전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필자는 이곳에서 맹꽁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멸종위기종 노들섬 맹꽁이,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서식지 훼손 계속돼



노들섬을 처음 찾은 것은 2005년 7월,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였다. 당시 노들섬 서측은 약 2만여㎡(6천 여 평)이 테니스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테니스 코트 사이마다 배수로가 설치돼 있었다. 배수로 중간 마다 물이 고여 있었고, 그 속에서 수 십 여 마리씩 올챙이들이 보였다. 노들섬 맹꽁이와의 첫 대면이었다.






▲ 노들섬에서 확인된 맹꽁이. 좌측부터 맹꽁이 알, 올챙이, 성체 (사진 이철재)



그 해 8월까지 전문가들과 현장 조사를 수차례 벌이고 노들섬에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오페라 하우스를 추진하는 서울시를 찾아가 담당 팀장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맹꽁이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보자”란 말에, 서울시 담당 팀장도 “좋다”면서 흔쾌히 답변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딴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은 오래되지 않아 드러났다. 필자가 지하철로 한강철교를 건너 던 중 노들섬 서측에 못 보던 구조물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급히 함께 노들섬 맹꽁이 보호 활동을 벌였던 이들에게 사실을 확인케 했다. 현장을 가장 먼저 확인한 당시 서울환경연합 이현정 팀장은 울먹이며 “서울시가 맹꽁이를 다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해 보니 서울시가 추석 연휴 대중가수 공연을 위해 테니스장 부지를 완전히 밀어 버리고, 멸종위기종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땅을 파고 무대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자신들이 확인해 보니 ‘맹꽁이가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 노들섬에서 맹꽁이 산란지 훼손. 2005년 7월 테니스장 사이 배수로마다 맹꽁이 올챙이가 확인됐으나, 같은 해 9월 대중가수 공연을 위해, 서울시는 배수로를 밀어 버렸다. 2006년 2월에는 대보름행사를 위해 불도저로 흙을 밀어 그나마 남아 있던 북측 배수로를 매워 버렸고, 2007년 5월에는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위해 산란처 일대를 마사토로 복토했다. 그 결과 맹꽁이 유생(올챙이) 수는 눈에 띄게 격감했다. (사진 이철재)



맹꽁이 서식처 훼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6년 2월, 서울시는 대보름맞이 행사를 노들섬에서 치렀다. 이를 위해 불도저로 땅을 밀었고, 맹꽁이 산란지로 그나마 남았던 배수로가 흙으로 매워졌다. 예년 같으면 한강 둔치에서 치를 행사를 오페라 하우스 추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들섬에서 개최한 것이다. 서식지와 산란처가 훼손된 결과 2006년 맹꽁이 올챙이는 눈에 띄게 격감했다.





맹꽁이의 수난은 환경시장을 자처했던 오세훈 시장이 취임해도 변하지 않았다. 2006년 10월 오 시장은 TV 토론에서 노들섬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에 대해 “누구보다도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약속은 이행되는 듯 했다. 2007년 초부터 사전환경성검토에 따라 전문가들의 보전 방안이 수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노들섬에서 맹꽁이 서식지(추정) 훼손. 많은 전문가들은 사진 좌측 옹벽이 맹꽁이들의 이동을 막기 때문에 이 주변에 집중적으로 서식할 것으로 추정했다. 산란지가 훼손되는 동안 집중 서식이 추정되는 곳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사진 이철재)


하지만 또다시 서식처가 훼손됐다. 2007년 5월 서울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인 ‘미라클 수중다리’와 ‘외줄타기’행사를 위해 노들섬 맹꽁이 서식지 및 산란처 일대를 30~50Cm 높이로 복토를 한 것이다. 서울시의 문화과 담당 팀장은 “매립된 곳이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산란장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고 말해 전문가들과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게 만들었다. 당시 서울환경연합 한숙영 간사는 분을 참지 못해 그 자리에서 울기까지 했다.



현재 있는 줄은 그 때 만들어 졌다. 그리고 세인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필자는 장마철 마다 가끔 노들섬 맹꽁이를 살피러 간다. 2006년, 2007년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맹꽁이 보전 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시에게 제출한 바 있다.  결론은 서식지 내 보전이 최상의 방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오페라 하우스에 이어 오세훈 시장 시절 문화예술센터란 이름으로 크기에 집착했다. 노들섬에 있는 맹꽁이와 같은 멸종위기종은 그저 잡아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한 것이다.





’맹꽁이 공원’으로 불렸으면



노들섬 맹꽁이는 지난 8년 동안 서울시의 약속 불이행으로 처절한 생존기를 보냈다. 서울시 ‘농업공원’ 발표 후 당시 함께 맹꽁이 보전을 위해 고생했던 이들의 심경을 듣기 위해 통화를 했다. 이현정 당시 서울환경연합 팀장 (현재 이화여대 박사과정)은 “철거민 심정이었겠죠”라면서 “인간의 욕심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므로 미안함 마음이 너무 크죠. 이제라도 맹꽁이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 노들섬에서 맹꽁이 서식지 훼손 기자회견 및 캠페인 (사진 :한겨레 사진 보도 / 이철재)


한숙영 간사 (현재 환경운동연합 부장, 호주 유학 중)는 “그때 (2007년) 서울시 공무원에게 항의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노들섬이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와서 좋아요. 다만 노들섬의 가치를 보존하며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합니다”라고 말한다.



필자는 노들섬에만 오면 모기에 잔뜩 뜨기며 섬 곳곳을 조사하던 때와 한 여름 장마철 비를 잔뜩 맞아 가며 맹꽁이 소리를 녹음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장의 치적을 위해 생명의 가치가 내팽개쳐 졌던 아픈 기억도 되살아난다.



어쩌면 맹꽁이에게 생존기는 계속 될 수도 있다. 서울시가 ‘농업공원’을 임시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에게 요청한다. 노들섬 서측을 ‘맹꽁이 공원’이라 이름 붙여 주길 말이다. 그래야 이곳에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야 지난 8년 동안 서럽게 생존했던 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호주에서 여전히 노들섬 맹꽁이를 걱정하는 이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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