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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은 날릴 기회를 왜 놓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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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氏’가 결국 문화방송(MBC)를 장악했는가?

MBC 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한 의혹을 다룬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방송되지 않았다. 김재철 MBC 사장이 사전 시사를 요구했으나 제작팀이 거부하자 방송되기 3시간 전에 방송 보류를 결정해 버린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정말이지 이 나라가 ‘보도 지침’이 횡행하던 5공화국으로 회귀했는가? 그래서 전두환이 광복절 행사에 나타나서 태연하게 행세하고 다니는 것인가?

MBC 사장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원의 김우룡 전 이사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엄기영 전 사장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겨우 사장에 임명된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였으며 MBC 좌파 인사 청소부로 임명되었다고 말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내부 비판에 대해서 강력한 징계로 대응해서 더 큰 비판을 야기하더니 이제는 아예 법원에서 방송을 허용한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는 폭거마저 저질렀다. 이 때문에 또 다시 ‘큰집’에서 그에게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되었다. 애초에 정부에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방송을 막으려고 했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으나 김재철 사장이 막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방송을 막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토해양부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 때문에 언론은 국토해양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예컨대 <프레시안>은 8월 17일 오후 6시 53분에 발표된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국토해양부가 문화방송(MBC) 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17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될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예정대로 방송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양재영 부장판사)는 17일 밤 이 방송할 예정이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방영을 막아달라며 국토해양부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기록만으로는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의 내용이 명백히 진실이 아니고 방송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방송이 이뤄진다고 해서 신청인에게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히고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의 올바른 결정에 따른 이 보도는 불과 1시간 여 뒤에 ‘오보’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다름 아닌 김재철 MBC 사장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







▲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예고편이 사라진 누리집. ⓒMBC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자유로운 방송을 막는 것은 당연히 헌법에서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나라일수록 당연히 후진국에 가까운 나라이다. 사실 어디서나 권력과 기업은 방송을 제멋대로 길들이고 이용하고자 한다. 이에 맞서서 방송국의 구성원은 누구보다 결연히 싸워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지키고, 방송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길이다.

그리고 이 싸움의 선봉에 당연히 사장이 서 있어야 한다. 사장은 방송국의 구성원을 대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MBC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장이 앞장서서 법원도 허용한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고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MBC의 사장인가, MB씨의 사장인가?

김재철 사장의 폭거로 말미암아 ‘4대강 살리기’는 바야흐로 헌법에서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까지 비화하게 되었다. ‘4대강 살리기’는 법으로 정해진 절차와 조사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강행되는 역사상 최악의 국토 파괴 사업으로 비판받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이기 때문이다.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여러 자료들을 통해 이 사실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정부가 ‘비밀팀’을 조직해서 운영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내용이 거짓이기 때문에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방송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국토해양부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김재철 사장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수 있다. 만일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거짓을 담고 있다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이 옳다면, 김재철 사장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부정하는 폭거를 저지르면서까지 막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먼저 국민들이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문제를 치열하게 지적했을 것이고, 나아가 정부는 소송을 통해 의 사과는 물론이고 막대한 배상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거짓을 담고 있다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이 옳다면, 김재철 사장은 국민들이 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국토해양부의 능력을 올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막은 것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은 정부가 늘 크게 자랑하고 있듯이 세계 최고의 정보사회이자 지식사회이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허용한 방송을 김재철 사장은 왜 그렇게 황급히 막아야 했는가?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파악한 ‘4대강 살리기’의 진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결국 ‘4대강 살리기’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김재철 사장이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전문가들의 비판과 성직자들의 호소를 모두 묵살하고 ‘4대강 살리기’를 강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들이 벌써 한 달째 목숨을 걸고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무시를 통한 기정사실화’ 전술을 전개하고 있을 뿐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명박산성’의 문제를 이번의 방송 봉쇄 사건은 다시금 적나라하게 확인해 준 것 같다.

오늘날 우리는 무서운 생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는 자연을 대대적으로 개조해서 역사상 최대의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풍요는 머지않아 끝나고 말 것이며, 또 이미 엄청난 문제와 위험을 낳은 상태이다. 우리는 생태 위기가 생태 파국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현재의 물질적 풍요를 최대한 선용해야 한다.

자연의 강을 콘크리트 인공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만드는 것은, 나아가 그것을 결국 콘크리트 운하로 만드는 것은, 생태 위기를 생태 파국으로 더욱 더 급속히 몰아가는 것이다. 그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인 ‘4대강 살리기’는 혈세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를 구조화한 토건국가의 문제를 극단화하는 것일 뿐이다. 온갖 장밋빛 선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토건족과 투기꾼을 제외하고 이로부터 이득을 거둘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생태 위기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한 언론의 책임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막중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는 생태적 파국을 향한 정책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위협받는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강은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생명의 젖줄이다. 강을 파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4대강 죽이기’는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은 ‘4대강 살리기’의 실상을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최소한 무려 22조 원의 혈세를 불과 3년 만에 탕진해서 소수의 투기꾼과 토건족의 배를 불리고 소중한 4대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사업에 관한 방송과 보수 언론의 직무유기는 이미 너무나 심각한 상태이다. 김재철 사장은 이 겨우 사실과 진실의 물꼬를 트고자 한 것을 막았다. 그는 당장 MBC 사장을 그만두고 국토해양부의 홍보 책임을 맡는 게 좋을 것 같다.

토건국가의 문제를 깨닫기 위해, ‘4대강 살리기’의 위험을 살피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속히 방송되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말 ‘4대강 살리기’를 자랑스러운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김재철 사장의 폭거를 비판하고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속히 방송되도록 해야 한다.

사실 김재철 사장이 ‘큰집’의 지시를 받았는가의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가 국민의 권리에 대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고, 바로 그 때문에 소통을 거부하는 ‘큰집’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먼저 이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구름이 아무리 짙어도 그 위에서는 해가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다.
 

* 이 글은 2010년 8월 23일자
프레시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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