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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전쟁, 강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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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전쟁, 강과의 전쟁

4대강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이포보와 함안보에 올라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의 고공농성이 오늘로 20일 째다.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오히려 공사를 다그치고 있다. 반응이 없기는 이른바 ‘주류 언론’, 보수 신문과 지상파 텔레비전들도 마찬가지다. 아주 조용하다. 이들 신문과 텔레비전을 보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도 강물 위 20~30m 고공 농성장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 쏟아지는 폭우와의 전쟁만이 아니다. 몸을 씻을 물은 커녕, 마실 물조차 아껴야 하는 갈증, 벌써 며칠째 선식과 죽염만으로 버텨야 하는 허기와의 전쟁만도 아니다. 자신들의 몸을 던진 절박한 외침이 메아리 없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허망함을 견디는 것이야 말로 가장 힘든 싸움이 아닐까.
그들만 전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농성장이 바라다 보이는 여주 남한강가, 함안 낙동강가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의 고공농성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괴롭혀 어떻게든 쫓아내려는 사람들의 진땀나는 전쟁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포보 앞 장승공원에 차려진 환경연합 상황실엔 주말이면 하루에 300~400명, 평일엔 1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이들은 농성장을 향해 손을 흔들고, 목소리를 모아 외친다. “박평수 위원장님 사랑해요!” “염형철 처장님 힘내세요!” “장동빈 국장님 힘내세요!”

고공농성 오늘로 20일째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대응도 다양하다. 상황실을 찾아와 욕설을 퍼붓던 그들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지난 일요일에도 각목을 휘둘러 상황실을 부수고 방문객과 반대 주민을 폭행했다. 상황실 주변에 거름을 준다며 퇴비를 뿌렸다.
요즘은 농성 상황실과 같은 자리에서 매일 ‘야간 집회’를 연다. 환경운동연합의 집회신고가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인 것을 알아내,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지 집회신고를 한 것이다.
그래서 환경연합 활동가들은 매일 밤 텐트를 걷고 물품들을 싸들고 갔다가 아침이면 다시 텐트를 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근처 식당과 상점엔 일제히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은 사절합니다”라는 표지가 나붙었다. 이장이 건물주와 협의해 붙인 것이라고 한다.
7일 저녁 이포보 앞 장승공원에서는 농성중인 세 사람을 위한 ‘사랑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토순례 중인 전국대학생연합 회원들과 한 교회의 여름생명성경학교 어린이들도 참석했다. 일반 시민들 중에도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여름휴가 대신 함안보를 거쳐 이리로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소박한 노래공연과 대학생들의 율동이 이어졌다. 어둠이 내리자 무대도 조명도 없이 노래하는 가수의 얼굴을 사람들이 촛불로 밝혔다. 무전기와 마이크를 통해 이포보 위의 세 사람이 감사의 말을 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동요 ‘새싹들이다’를 부르면서 작은 음악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 시간에도 어김없이 다툼은 계속되었다. “외지인은 물러가라”는 녹음 방송 말고도, 자동차 경적 소리, 확성기로 틀어대는 유행가가 공연 내내 맞불을 놓았다.
대부분의 보수언론들은 환경운동연합의 농성사실이나 주장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몇몇 신문은 사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국민과 후손에 누를 끼치는 극단적 시민운동을 끝내라”는 것이다.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대운하 추진 때부터 계속된 시민환경단체들과 운하반대교수모임 등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 4대강 공사 시작 이후 오히려 더 널리 불붙은 종교계의 반대 움직임,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의 여론을 이른바 ‘주류 언론’이 제때제때 보도하기만 했어도, 상황이 지금처럼 되진 않았을 것이다.
상식과 법규를 벗어난 4대강사업이 계속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나 환경운동가들의 고공농성 같은 ‘극단적’인 의사표시가 나올 필요도 물론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그치고 있는 4대강 공사야말로 자연을,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라”는 환경운동가들의 고공농성은 그에 대한 다급한 항변의 몸짓일 뿐이다.

*이 글은 2010년 8월 10일 내일신문 [지영선의 초록희망]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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