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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포 바벨탑’에서 보낸 편지 /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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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우리의 미숙한 싸움을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염형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장동빈,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박평수 등 우리 세 사람은 이포댐에서 12일째를 무사히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올라와 있는 이포댐에 ‘이포 바벨탑’이라는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보’라는 이름에 비해서 무지막지하게 크게 지어놓은 ‘댐’ 위에 막상 올라와서 보니 20m에 가까운 높이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더불어 지구별에 세들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욕심이 바벨탑처럼 자꾸만 자꾸만 높아져 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까마득히 높은 구조물에 올라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 30m 높이의 이곳에 오른 것은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요청을 위해서입니다. 국민의 4분의 3이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재검토와 조정을 청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침 정부가 발표했듯 4대강 사업은 우기를 맞아 중단되거나 지체되고 있으니 지금을 대안 마련의 기회로 삼자는 것입니다. 22조원의 거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을 국민의 관점에서 단 한 차례도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79.4%의 국민이 4대강 사업의 전면 중단이나 사업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홍수기 동안만이라도 잠시 공사를 중단하고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의 절차가 충분했고, 국민이 내용을 잘 몰라 반대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소통’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더 알리는 ‘홍보’를 ‘소통’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국민들의 우려가 사실인지, 왜 대통령의 생각과 4대강 사업 현장의 모습이 다른지, 4대강 사업의 미래가 정녕 아름답고 풍요롭고 균형된 것인지 제대로 점검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저 아래 여강(여주 부근의 남한강)은 아득하게 보입니다. 이런 대형 댐을 ‘보’라고 이름 지으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홍보한다고 해서 국민이 설득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실체와 영향을 그대로 밝히고 진지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해야 해법이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합의기구를 만들어주십시오. 사회의 갈등과 미래의 훼손을 막기 위해 시대의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국가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대통령이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새 한 마리의 무게가 내 목숨의 무게와 같다고 합니다. 하물며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인 4대강의 광활한 지역을 순식간에 파헤치고 깔아뭉개는 것은 생태계에 대한 홀로코스트(대학살)일 뿐만 아니라 신성한 대지에 대한 무례이고 모욕입니다.

인성의 상실이고 문명의 파괴입니다. 우리가 이 위에 있는 지난 열흘 사이 천서리 방향의 넓은 둔치가 황량한 공사판이 됐습니다. 스러져간 생명들에 대한 크나큰 죄를 어찌 다 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를 찾아와주셨습니다. 그 가운데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회원들, 종교인들, 야당 대표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책임자인 심명필 4대강사업본부장과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도 있었습니다.

저희의 뜻을 잘 전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여주신 관심을 4대강의 생명들에게도 나눠주시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그들을 연민해 주십시오.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은 4대강 사업을 두고 “세상은 저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어떤 권력도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강이 영원히 흐를 수 있도록 우리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기사원문=(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332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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