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이렇게 강을 파헤치면 홍수가 막아진답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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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뭔 돈**이여!”


제가 이 날 어머님들께 처음 들은 말입니다. 서울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에 간식까지 차곡차곡 싸오시느라 피곤하실텐데도 푸른시민연대 어머니학교 어머님들은 강변유원지 준설장에 내리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하십니다. 지난 여름의 너른 모래강변을 기억하시는 교장선생님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귀기울이시더니 오늘의 안내선생님이라는 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범생들마냥 등나무 의자에 가지런히 앉으십니다.



강변유원지 준설현장 앞에서 여주의 공사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어머님들 ⓒ환경연합 정나래


“어머님들, 매년 홍수, 어디가 심하던가요? 낙동강 어디였나요? 팔당 어디였나요? 인제 등지의 강원도지요. 지난 가뭄대란으로 제일 고통받는 사람들도 강원도민들이였지 4대강 주변 사람들이 아니었지요.”


그렇지, 그렇지를 연발하시는 어머님들은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는 4대강 사업이 사실상 극심한 피해를 입어온 강원도 지역과는 손톱만큼도 붙어있지 않은 4대강을 뒤집어 엎는 사업이라는걸 금새 이해하십니다. 준비한 설명판과 지도를 보여드리며 말씀드리는 내용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이시고 “네!~” 하시는 어머님들. 이분들의 반응이 이리 좋을거라고 사실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오래 사신분들이시고 젊은 시절 여러 이유로 배움에 대한 한을 가지고 계신 어머님들이시라고, 아직 4대강에 대한 정보는 텔레비전이나 정부의 홍보 영상으로만 접해오셨을테니 다소 보수적인 성향가지고 판단하시는 분들이 많을거라는게 처음 남한강 답사를 문의하신 어머니학교 선생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무리하게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 정권에 대한 얘기는 뒤로하고 현재 공사현장을 보여드리고 녹음 우거진 옛 나루터에 앉아 남한강의 생태이야기로 강길걷기 안내를 마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귀로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으로 판단하나봅니다. 반짝이던 은모래금모래 강변유원지의 반쪽 나 파헤쳐진 곳에 도착하신 어머님들, 우르르 강변으로 몰려가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오메오메”를 연발하십니다. “이걸 왜? 도대체 뭐 하려고 이런답니까?” 라는 질문만 늘어놓으십니다. 답해드릴 좋은 이유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함께 머리를 쥐어짜보아도 정부의 홍보동영상에 나오는 푸른 4대강의 모습과 지금 파헤쳐지는 남한강 사이에서 우리는 아무런 접점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호대교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남한강 이야기는  이어졌습니다. 살랑이는 보랏빛 단양쑥부쟁이와 반짝이는 등무늬 표범장지뱀의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정부가 싹둑 썰어가며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는 도리섬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머님들은 들국화마냥 예쁜 쑥부쟁이가 포크레인 삽날에 힘없이 말라버렸다는 것을 정말이지 안타까워하십니다. 그 작고 날쌘 표범장지뱀을 전문가들이 한 조사에서는 없다고 나왔지만 생태분야는 아직 초입인 제 눈에도 2시간 동안 16마리나 보였다는 걸 들으시며 또 한 번 정부의 거짓발림을 욕하십니다.



이호대교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천보현장과 준설현장들  ⓒ환경연합 정나래


이호대교 상단으로 올라갑니다. 강의 오른쪽 준설박스 안은 이제 자갈도 모래도 없는 그저 판판한 운동장이 되었고 그 안에는 포크레인과 트럭들만이 가득합니다. 마치 강바닥에서 빨아먹을것을 끝까지 찾아 꿈틀대는 버러지들 같습니다. 그 넓은 공간이 모두 육지가 아닌 강이었다는 사실에 놀라하십니다. 맞은편 자리에 앉으신 분들도 일어나 창문 너머로 일어나는 만화속 같은 풍경을 바라보십니다. “저 모래는 그럼 다 어디로 갔는데? 이걸 다 뭣하러 판다요?” 질문은 그치지 않습니다. “오메! 이것이 다 뭔 일이야!” 하는 안타까움은 서로 나누는 이야기 속에 점점 커집니다.


어머님들 현장 방문의 클라이막스는 강천보 현장이었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수자원공사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지만 현장 출입을 관리하시는 분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또 오셨네!” 라는 아저씨의 말씀에 어머님들, “뭔, 사람한테 인사를 고렇게 해요? 안녕하세요도 아니고!”라며 언짢음을 내비치십니다. 현장에서 우리를 자극하시는 분들이 있더라도 응대하지 마시고 현장만 잘 보고 떠나자는 당부를 드렸지만 이미 어머님들은 화가 날대로 나셨습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따라 현장을 설명해주겠다며 현대건설 직원이 한 분 나오셨습니다. 수자원공사고 현대건설이고 강길걷기팀에 곱게 설명해 준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분, 갑자기 유난스런 홍보에 나서십니다. “서울에서 오셨죠? 서울분들은 모르지만 여기 여주군민들은요, 비만 오면 잠을 못잔답니다. 홍수날까봐요! 그래서 이렇게 보를 만들고 강을 넓혀서 홍수도 방지하고 저렇게 멋지게 만들려고 하는거에요. 제대로 알고 가세요!”라며 현장에 있는 커다란 조감도를 가리킵니다. 언제나 그렇듯 조감도는 멋집니다. 보가 생기고 주위에는 이미 밀어버린 습지들을 또 돈들여 복원하겠다는건지 푸름이 걸쳐져 있습니다. 



강천보 현장. 콘크리트 기반이 만들어지고 올라가는 교각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강천보 공사현장을 내려다보는 어머니학교 선생님들과 어머님들  ⓒ환경연합 정나래



“도대체 저걸 왜 하는거야.. ” 근심어린 어머님들에게 어디 거짓말 아닌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환경연합 정나래


그때 어머님들이 현대 직원을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 당신이 지금 우리를 눈뜬 봉사 취급하는구만! 다 보고 있는데 어디서 뻔뻔한  거짓말이여?”, “이렇게 하면 홍수가 안난다고 누가 그러든가? 말도 안되는데 이렇게 돈**들을 하느라고 우리 야채값만 비싸지는거지! “하시며 현대직원을 몰아세우십니다. 거기에 현대직원의 안쓰런 답변이 이어집니다. “지금은 이렇지 이게 다 저렇게 멋지게 되는거에요! 내년에 한 번 놀러와 보세요. 얼마나 멋지게 변해있는가!” 허허. 참. 가관입니다.


“누가 이 쌩돈을 들여서 멋지게 해달랴? 원래 여기가 얼마나 멋진 곳이었는지 알어? 우리도 여기 놀러와봤다고, 우리도 안다고! “, “이렇게 대공사를 하면 우리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나? 당신들같은 대기업이나 돈벌지! 우린 점점 살기 힘들어. 물가 오르는 것 봐!” 제가 더 설명할 것도 없이 현대직원의 말랑달콤한 사탕발림을 우리 어머님들, 정면에 맞서 거절하십니다.


십여 분 현장을 보는 동안 어머님들, 열이 오른다시며 웃옷을 팔랑거려 바람을 넣고 모자를 벗어 부채질하십니다. 이제 현장 충분히 보셨으니 열 식히러 멋진 나룻터 구경 가게 버스에 타자고 말씀드립니다. 어머님 몇 분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 같이 놀러왔던 여주가 지금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대로 전하십니다. 그때 끝까지 뭐라뭐라 외치며 우리를 따라오는 현대직원이 보입니다. 거기에 응대하는 몇분을 향해 우리 어머님, 시원한 한 방을 날리십니다.

“잔말 들을 것도 없고 할 것도 없어! 투표만 잘하믄 되! 얼른 가자!”
 
  



강천보에서 열오른 어머님들, 부라우 나루터로 들어가시는 동안 시원한 강바람을 반가워하신다. ⓒ환경연합
나래


인현왕후의 오빠인 민참판이 정자를 만들고 세도를 자랑하던 부라우 나루터에 왔습니다. 부라우 나루터에 들어가신 어머님들 드디어 봄소풍 시작입니다. 서울에서 아스팔트만 보고 계시던 분들이 봄꽃과 풀내음 강바람을 만끽하니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부라우 나루터 멋진 바위에 걸터앉아 사진도 찍으십니다. 그리고 한마디 잊지 않고 외치십니다.


“남한강아! 우리가 지켜줄께!”


강이 우니 나도 눈물이 난다시던 어머님, 기억하시죠? 우리가 슬퍼하고 좌절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희망 가득 안고 돌아가셔서 많은이들에게 이곳 소식을 전해달라 부탁드렸쟎아요. 이날 남한강을 찾아주신 푸른시민연대 어머니학교 어머님들, 교장선생님, 선생님들 모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꿋꿋이 겪으며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은 저도다 훨씬, 아주 훨씬 감사하다고 할 겁니다.

이제 우리 손잡고 함께 흘러가는거죠? 



여기 모인 어머님들처럼 더 많은 이들이 남한강과 함께 하길!    ⓒ환경연합 정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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