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남한강의 생명들을 모두 어디로 옮기시렵니까?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지난 4월 26일 환경부는 궁색하디 궁색한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4월 22일 한강살리기 3공구에서 일어난 물고기 떼죽음 소식에 이어 멸종위기종인 꾸구리까지 발견된 직후 범대위 활동가들의 신고와 공동조사제안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환경부가 올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환경부 홈페이지 



‘꾸구리는 없었고 누치는 있었다.’도 아닌 ‘꾸구리는 누치로 확인’이랍니다. 참 우습고 어이없을 따름입니다. 이 보도자료를 낸 한강유역환경청 직원에게 전화하니 “물고기 떼죽음 현장을 조사한 결과 꾸구리를 찾을 수 없었고 누치만 몇 마리 있었으니 꾸구리 폐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5~10cm 크기 꾸구리와 5~60cm 크기 누치, 이것을 우리가 구분도 하지 못한 걸까요?



‘강가에 물고기들이 허옇게 떠 부글거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4대강 범대위 소속단체 현장활동가들은 4월 22일 아침 7시 여주 내양리 한강살리기 3공구에 들어갔습니다. 강변에서 만난 주민은 “방금 전에 포크레인이 허옇게 부글거리는 물고기를 모두 파묻었다.”, “죽어 떠있는 물고기들이 말도 못하게 많았다.”고 하시며 지금도 물고기가 꽉 찼으니 한 번 가보라 하십니다. 며칠 고여있었을 준설박스 안 강물은 어느새 부글거리는 시궁창이 되어있습니다. 가리키는 곳을 향해 가는 동안 금새 느껴지는 것은 속을 메스껍게 하고 머리를 흔드는 비린내였습니다. 물가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물내음이나 갯내음이 아닌 무엇이 썩는 듯한 비린내였습니다. 이것이 물고기 떼죽음 현장에서 만난 첫 번째 흔적입니다.



준설박스안에 고인 물은 누런 거품만 안고 있다. 이곳에서 어떤 생명이 살겠는가?  ⓒ환경연합 정나래



강의 우안준설이 끝나고 좌안준설을 위한 물빼기 작업이 시작된 3공구 내양리에서 말라가는 물줄기를 따라 한곳으로 몰린 물고기들을 주민들은 신나게 잡아 올리십니다. 우리 입도 떡하니 벌어지던 이 풍경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바로 옆 고인 물에 부글거리는 거품이 일고 죽은 물고기 몇 마리가 떠 있지만 주민들은 지금 당장 눈앞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들이 많다는 것에 들떠 신나게 뜰채질을 하십니다.



물이 덜빠진 강바닥에서 주민들은 누치를 건져올린다. 아무리 건져올려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4대강 범대위



파묻은 물고기들 외에도 준설박스 안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4대강범대위  



죽은 물고기들을 파묻은 흔적. 말을 맞추지 못한 공사장 관계자들은 우연히 이 지점에서 죽은 물고기라고 했다가 결국 장비로 파묻었다는 것을 자기들 입으로 시인했다.  범대위 활동가들을 기자라 생각하고 “잘 부탁한다.”며 내뱉은 말들은 이튿날 욕설과 삿대질로 돌변했다.  ⓒ4대강범대위  


물고기 떼죽음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장비로 깊이 파묻은 물고기들의 흔적은 활동가 여러 명이 삽을 들고 달라붙어 땀 흘린 후에야 드러났습니다. 방금 파묻힌 것이 분명한 부패되지 않은 누치떼들 앞에서 폐사어 은폐의 증거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기어이 이렇게까지 공사가 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좌절감이 동시에 다가옵니다. 그렇게 내양리 3공구 현장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를 오후까지 뜨지 못하고 서성였습니다. 죽어 떠있는 누치들을 한데 모아놓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아직 물이 남아있는 다른 물막이 상자 안에 많은 고기들이 부글거리며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을 봅니다. 말라가는 강바닥에서 작은 치어들이 파닥거리며 애원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 파닥거리는 생명이 내뱉는 신음소리가 속으로 전해져옵니다. 어서 빨리 나가라며 확성기에 대고 소리 지르는 공사장 관계자들의 외침은 들리지 않습니다.



파닥거리는 5cm 내외의 작은 물고기들 틈에서 꾸구리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입니다.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꾸구리는 이미 그 신비한 세로줄 눈꺼풀을 닫고 죽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눈을 가진 건 멸종위기종인 꾸구리밖에 없다는 마용운 국장의 말을 들은 활동가들이 꾸구리를 자세히 볼 틈도 없이 우리 주위를 공사장 관계자들이 둘러쌉니다. 남의 공사장에 들어와 난리치지 말고 나가라고 합니다. 장비가 움직이는 시간이 아니니 위험할 것도 없는데 왜 나가야하냐고 해보지만 소용없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3일 아침 범대위 활동가들은 다시 내양리를 찾았습니다. 꾸구리가 죽어있던 준설박스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작은 웅덩이 하나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꿈틀거립니다. 곧 제지당할 거라는 생각에 일단 하나하나 꺼내어 우비 위에 놓고 사진과 동영상을 기록합니다. 죽은 물고기들은 제자리에 놓아주고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들은 강물을 채운 양동이에 담았습니다. 흙탕물 낀 아가미 사이로 가쁜 숨을 쉬는 물고기들을 보니 다시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그 중 꾸구리가 또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물고기들과는 달리 꾸구리는 살아있는 개체들이 없었습니다. 모두 세로줄 눈을 감고 죽어있습니다. 더 일찍 왔더라면 살려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사진을 기록하며 물고기들을 양동이에 모으는데 어느새 3공구 사업자인 대림건설 관계자들이 다가와 어제와는 사뭇 다른 표정과 어투로 우리를 위협합니다. “멸종위기종 나오면 끝장이야, 쫓아내버려!”라고 물막이 위에서 소리치는 현장 관리자의 말에 직원들은 우리를 밖으로 밀어냅니다. 물고기들이 마른 강바닥에서 죽어가니 조사하고 옮겨주려 한다고 양동이를 보이자 한 사람이 다가와 욕설을 내뱉으며 양동이를 빼앗아 바닥에 쏟아버립니다. 욕설로 일관하는 직원들에게 양동이를 들고 어서 물고기를 주워내라고 소리칩니다. 그 사이 대림건설은 다른 곳에 있는 직원들까지 모두 불러 모아 활동가들을 밀어냅니다.



밤사이 인터넷과 방송에서 물고기 떼죽음 소식이 보도되면서 책임 추궁을 단단히 당한 모양입니다. 그들이 당하는 추궁이 ‘물고기를 왜 잘 옮기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거냐?’일지, ‘공사장 출입 단속을 어찌했길래 환경단체에서 꾸구리를 발견하도록 방치한 거냐?’일지는 그분들이 내뱉는 말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틀 연속 나타난 꾸구리 폐사소식과 사진, 동영상은 범대위의 웹홍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렇게 3공구 내양리의 비린내로 시작한 이틀이 지나갑니다.



4월 22일 발견된 꾸구리. 같은 모습을 아이폰으로 찍어 위치태그까지 분명히 기록했다.
그런데.. 이게 누치라고?  ⓒ환경연합 마용운



비오는 아침 4월 23일 비옷 위에 올려놓고 찍은 꾸구리. 멸종위기종이 나오면 끝장이라던 공사관계자들은 불법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4대강범대위 



4월 30일 또 다시 내양리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그 작은 물고기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강바닥은 새로 깎이고 밀려나가 빈 살 속만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공사로 인한 중요 생물종 파괴의 증거를 찾아 보여주어도 그 삽질은 멈춘 척했다가 이후 더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6일 선정한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10+2종 동식물에 대해 환경부는 또 한 번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4대강에서 이미 분포하고 있는 민물고기들의 서식환경을 망가뜨려놓고 거기에 28억이라는 돈을 쏟아 부어 증식, 방생하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단양쑥부쟁이와 그 서식환경의 파괴를 문제 삼자 대체서식지에 이식, 증식하고 있으니 멸종위기는 기우라 우기던 환경부는 이제 이전하기 어려운 민물고기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자 증식, 방생이라는 카드를 내밉니다.



출처:환경부 홈페이지



지난 주, 우리는 또 한번 남한강의 생태적 우수함을 확인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 국제적멸종위기종 2급인 수리부엉이 가족이 부처울습지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복하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울창한 버드나무 군락 앞에 널따란 모래자갈강변을 펼쳐놓은 부처울습지는 수리부엉이 이외에도 꿩, 꼬마물떼새, 물제비, 쇠제비갈매기, 중대백로, 알락할미새, 물총새 등 수많은 새들의 안식처입니다만 하류와 맞은편 강변을 깎아내고 있는 삼성물산의 장비들이 금새라도 들어올 기세입니다.



지난 4월 29일 부처울습지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남한강에서 서식하는 것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환경연합 마용운



단양쑥부쟁이가 발견된 도리섬을 원형지보존하겠다던 말이 무색하도록 포크레인에 밀려나감을 보았던 우리는 부처울습지를 생태공원화하여 보존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하나의 생물종이 보존된다는 것은 개체 하나의 보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서식환경의 보존을 말하는 것인데도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는 계속해서 생물종 보호를 위해 남한강에서 단양쑥부쟁이를 뽑아 옮기고, 물고기는 떠서 옮기고, 표범장지뱀은 포획해서 옮긴다고 합니다. 이제 수리부엉이는 어찌할까요? 그물로 잡아 옮기려할지 모릅니다. 부처울 습지를 지키는 수리부엉이가 불도저처럼 강을 밀어내는 정부에게는 눈엣가시일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대로 남한강 곳곳을 채우고 있는 생명을 모두 식물원과 동물원에 가두어버리는 인간이 텅 빈 남한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 강이 봄과 함께 품었던 생명들을 빼앗기고 분노한다면, 그 분노의 눈물을 마시는 우리가 과연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



매주 “우리를 지켜달라!” 외치듯 공사현장에서 나타나는 멸종위기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의 환경을 돌보아야 할 환경부가 지금이라도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강과 생명을 찢어놓는 남한강 “살생부처”로의 진화를 멈추기 바랍니다.

admin

물순환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