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단양쑥부쟁이, 그 보랏빛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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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사막이 되어가고 논밭은 벌거숭이 산이 되어갑니다.    ⓒ정나래


 


8시가 되어가는데 아침 하늘이 컴컴하기만 합니다. 매일 보는 준설토 적재지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만 갑니다. 강바닥을 긁어 만든 적재지는 강위의 다리 높이만큼 올라오기도 하고 이곳처럼 봄의 새싹들을 키워낼 논밭은 붉고 검은 흙에 파묻혀갑니다. 저 쌓인 모래가 여강의 살을 도려낸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고 그저 동그라미가 여러개인 돈다발로 보이기에 이렇게 열심히도 쌓아올리는 것일 겁니다.



 


 
왼쪽사진은 3월 19일, 오른쪽 사진은 3월 24일 이호대교 하류 준설현장             ⓒ정나래


 


3월의 아침 바람이 제법 강합니다. 강바람을 타고 이곳의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 보았던 모래톱이 사라지기도 하고 이렇게 지난 주만 해도 찰랑이던 강물이 그새 다 빠지고 준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염전에 가득했던 바닷물이 마르고 소금을 긁어내는 것은 뿌듯한 일인데 이렇게 강물을 빼내고 강바닥을 긁어내는 모습은 우리 맘을 참 아프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이들의 맘은 참 뿌듯하게 하고 있나봅니다.  


 



물빼기가 완료된 준설지에서 포크레인 3개가 준설을 시작했다. ⓒ정나래



준설현장 생방송중인 여강선원 모니터링 팀  ⓒ정나래


 


여강선원에는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가 달리 변해가는 공사현장에서 생기는 ‘강 죽이기’ 진실 알리기를 위해 아침부터 현장을 돌고 밤이 되면 기록과 온라인을 통한 알리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다음 티비팟을 통해 생방송을 시도했습니다. 첫 시도에서는 소리는 내보내지 못했지만 3명의 시청자가 있었습니다. 이제 매일 일정한 시간을 공지하고 ‘여강 죽이기’의 실태를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왼쪽 사진-3월 19일, 오른쪽 사진-3월 24일 이호대교 위에서 바라본 준설현장  ⓒ정나래


 


새로 시작된 준설지 배수작업에 걸려있는 짧은 오탁방지막 ⓒ정나래


 


강가에서 바라본 현장을 이번에는 이호대교 위에 올라와 확인합니다. 위쪽 준설구간의 배수가 끝나가자 포크레인이 커다란 펌프를 집어들고 이제 아래쪽 구간으로 이동합니다. 강물을 모두 빼낸 구간에서는 벌써 포크레인이 모래를 파올려 작은 모래 산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배수가 마친 공간에서 옮겨온 펌프는 다리 바로 아래 구간에 설치되었습니다. 흐르지 못하고 갇혀있던 물색깔이 벌써 녹색으로 변했습니다. 그 물을 본류로 빼내기 위해 한 겹의 오탁방지막을 설치했지만 정말이지 폼으로 달려 있는 오탁방지막입니다. 오탁방지막 아래로 세게 퍼져나가는 물줄기가 다 보입니다. 여느 현장처럼 속도전이 관건이 여기서 물빼기는 엄청난 수압으로 진행되고 있고 오탁방지막이 그것을 견뎌낼리는 만무합니다.  다리 건너편에서 보이는 강천보 현장은 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이 맡고 있는 6공구입니다.


 


 
중장비의 바퀴에 쓸려나간 강천보와 그 옆 준설현장  ⓒ정나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를 보호중이라는 삼합리로 이동합니다. 군락지라는 곳은 이미 바퀴 자국에 반토막이 나 있습니다. 그 중 강변쪽에만 군락지 표시와 함께 노란줄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바퀴선을 경계로 확 나뉘어 서식한다는 것인지 궁금해 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보호구역이라는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쇼였습니다. 단양쑥부쟁이는 도로 한 복판 두 바퀴사이에서도, 노란줄이나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도로 오른편에서도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조사했다는 사람들은 도로 왼쪽에서 올라오는 개체에만 작은 표식을 꽂아두었습니다. 이곳의 단양쑥부쟁이 조사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큰 장비의 바퀴에 다 짓눌려버릴것 같아 맘이 급해집니다 .




 



삼합리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정나래



도로 한복판에서 돋은 단양쑥부쟁이 ⓒ정나래



도로 가에 누워있는 단양쑥부쟁이. 오가는 차량에 눌린 모양이다. ⓒ정나래



중장비 바퀴자국 바로 옆에 단양쑥부쟁이 10개체 정도가 꽃대를 올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밟힐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정나래



강따라 곧 초록을 머금을 버드나무들이 잘려나간다. 앞에 펼쳐진 주검들이 무서운 듯 나무들도 흠칫 몸을 뒤로 제낀걸까? ⓒ정나래



도리섬 조사를 요구하는 모니터링 팀의 출입을 통제하는 공사현장 관계자      ⓒ 정나래


 


오후에는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있는 도리섬 조사를 하기로 하고 청미천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먼지를 날리며 차 한대가 달려와 막습니다. 7명이 함께 있으니 다시 여러명을 호출하더니 밀치기까지 합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에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사예정지로 되어있는 도리섬의 생물상 조사를 위해 들어가겠다는데도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잡아채고 밀쳐냅니다. 이들이 얘기하는 것은 공사장에서 장담할 수 없는 안전문제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직원들과의 몸싸움이 현장조사의 목적은 아니기에 조사의 시기와 방법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오늘은 돌아섭니다. 여강과 보라빛 단양쑥부쟁이를 보러 몇 년간 도리섬 곳곳을 살펴오신 박용현 선생님은 돌아서는 길에 “내가 이럴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라는 말만 되뇌이십니다.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잇다는 도리섬. 지금은 공사진행이 안된다더니 어느새 섬 한쪽을 허물어 놓았다. ⓒ정나래



남한강 대교 아래 바위늪구비 가는 길. 사람들의 진입을 막더니 원인 모를 시멘트 길을 만들어 놓았다.  ⓒ정나래



바위늪구비 가는 길. 남한강 대교 아래 덤프트럭이 흙을 잔뜩 싣고 전후진을 반복하며 땅다지기를 하고 있다.  ⓒ정나래



강천보 현장은 흙이 아닌 암반 지대라 붉은 흙보다 깨부순 자갈층이 쌓여간다. 반복되는 발파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놀래킬까? ⓒ정나래



저녁 8시 신륵사에서 바라본 은모래금모래 유원지 준설지. ⓒ정나래


 


낮동안 현장에서 상한 마음을 밤이 되면 여강선원으로 돌아와 편히 달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밤 늦게까지 계속되는 공사장의 불빛과 소음에 쉽지가 않습니다. 이 밤에도 얼마나 많은 모래를 퍼내려고 수십대의 트럭에 포크레인들이 흙을 퍼담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모래를 퍼담는 작업이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를 넘어까지 이루어집니다. 그 이외에 트럭이 멈추는 때는 오직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뿐입니다. 모두 다 먹고 생명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세상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내 생명을 유지하고픈 마음의 십분의 일이라도 다른 생명에 대한 측은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0.3.24 여강소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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