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다시 또 여강에 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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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공사장비들의 소음은 요란합니다. 신륵사에서 남한강(여강) 건너편에 보이는 널따란 모래사장이 있었는데, 이름이 ‘금모래 은모래 유원지’였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래사장이었으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그런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지금은 아래에 보시는 사진처럼 변했습니다. 강을 살린다는데, 이 아름다웠던 강변 모래밭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 4대강 사업 때문에 파헤쳐지고 있는 ‘금모래은모래 유원지’ (2010. 3. 13) 사진: 환경연합 마용운

이처럼 4대강 사업 관련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신륵사 앞 남한강변에 ‘여강선원’이 오늘 문을 열었습니다. 지리산과 북한산, 새만금갯벌을 살리고 이 땅에 생명과 평화의 화두를 던지기 위해 온몸으로 애쓰셨던 수경스님께서 여는 자그마한 선원입니다. 이곳은 인간의 무지와 탐욕 때문에 이 땅에서 무참히 사라지고 있는 뭇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고 참회하는 도량입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거행된 개원식에서 수경스님은 “내가 무슨 힘이 있는가? 아무 힘도 없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 천지신명께 제 절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드리는 일밖에 할 수 없다. 다만 겁이 나는 것은 기도를 통해 정부가 적절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밟아 이 문제를 다루면 좋겠는데 이에 역행하여 자연에 재앙이 다가온다면 두렵다”고 말씀하시며 아래와 같이 직접 작성하신 기도문을 읽으셨습니다.

 
▲생명의 강을 위한 기도문을 읽은 후 이를 불태우는 수경스님  사진: 환경연합 마용운 



<생명의 江을 위한 기도>

江가에서
이 땅의 생명줄인 江가에서
남한강 가에서 한강 가에서 하늘과 땅과 물과 바람의 혼들에게 온몸 온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새들이 창공을 마음껏 날고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아이들과 강아지가 송아지와 망아지가 토끼와 다람쥐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는
생명의 숨길이게 해주시옵소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공기가 흐려지고 물이 무거워지고 땅이 딱딱해지지 않게 하는
생명의 숨길이게 해주시옵소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따뜻한 눈길로 이웃을 바라보게 하고 약한 친구를 먼저 배려하고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게 하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게 해주시옵소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탐욕 때문에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함부로 물길을 막고 땅을 파헤치는 일 없이
온 생명이 함께 즐거이 살게 하는 자유와 평화의 숨길이게 해주시옵소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사람을 살게 하는 땅과 물과 햇빛과 바람의 은혜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감사의 편지가 되게 해주시옵소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최선을 다한 사람의 마지막 한 방울 눈물이게 해주시옵소서


경인년 정월 스무여드렛날
여강선원 강을 섬기는 사람들 두 손 모으고 천지신명께 고하나이다.



이 기도문을 읽으시는 동안 목이 메여 몇 번이나 읽기를 중단하시고 눈물까지 흘리시는 수경스님을 보면서 하찮아 보일지도 모르는 강의 생물들 하나하나가 받고 있을 고통에 마음아파 하시는 모습이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아래는 여강선원 개원식에 오신 박남준 시인의 시입니다. 이 시에서도 세상의 모든 생명을 아껴주고 더불어 살아가고픈 시민의 마음이 잘 전해지네요. 


▲ 시를 낭송한 박남준 시인  사진: 환경연합 마용운 



다시 또 여강에 몸을 던져

-박남준 시인 


어찌 세상은 이렇게 변함없습니까
삼보일배로 엎드렸습니다
백척간두에 선 이 땅에 등불을 밝히고자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떠났습니다
저 순리의 강을 막고 죽음으로 내모는
온갖 기만과 중상모략을 일삼는 역천의 무리배들 앞에 무릎꿇고
생명의 강을 모시는 간절한 기도로 한강을,
문경새재를 넘어 낙동강을, 영산강과 금강을 걷고 걸었습니다
오체투지로 다시 지리산 노고단에서
계룡산 중악단으로 임진각으로 온몸을 던졌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하루 아침이면 말이 바뀌는 경박하다 못해 야비하고
쥐새끼처럼 사특하고 탐욕스러운
이명박 정권만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맑은 강가에 반짝이는 모래밭, 알록달록 조약돌들
어찌 그것 뿐이겠습니까
모든 눈부신 것들은 우리 곁에 다시는 흔적 없을 것입니다

누구의 탓이겠습니까
어느 누구의 탓을 하겠습니까
진리와 평화와 상생으로 함께 가야할 생명의 세상은
암흑의 나락에 떨어져 보이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파괴와
정치가들의 선심공약과 개발독재의 횡포와
인간 중심의 이기심과 헛된 욕망의 망상만이 판을 치는 오늘,
우리의 무지몽매가 이 죽음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들의 나태와 설마와 외면과 나 하나쯤이야와 어리석음이
이 살겁의 만행을 부추긴 것입니다
지금 죽음으로 파헤쳐지는 한강 여강의 강물 앞에, 낙동강 앞에, 영산강 앞에, 금강 앞에
대한민국은 범죄국가입니다
어떤 양심이 이 앞에 떳떳할 수 있습니까
어떤 지성이 이 앞에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피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씻을 수 없는, 씻겨지지 않는 죄인인 것입니다
죄악의 방조자입니다. 공범입니다
거듭 참회하고 참회합니다
천번 만번 참회합니다
절망의 말로 무릎 꿇습니다

봄날 매화꽃과 산수유와 층층나무 키 큰 나무들의 꽃그늘 아래
제비꽃과 봄맞이꽃과 꽃다지꽃 다투지 않고 피어나는 키작은 꽃들
평화롭게 산다는 것은 나를 온전히 비워내는 것입니다
생명평화세상으로 가는 길
나를 끊임없이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아낌없는 것입니다.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바로 서는 길이며
내가 바로 사는 일입니다
그 길 즐겁고 행복한 일 결코 아닙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이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내 이웃의 슬픔을, 그 흐르는 눈물을,
이 땅과 나아가 세상의 절망을 나누어지겠다는 일입니다
진실로 벌거벗지 않고는 어렵고 어려운 일
나를 온통 내놓지 않고는 함께 할 수 없는 일
참 생명으로 산다는 일 참으로 힘겨운 일입니다
내 안으로 걸어갔습니다
거기 너와 나를 분별하고 금을 긋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내 안으로 걸어갔습니다
네가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태양과 바람과 나무와 새와 꽃과 나비
물과 구름과 달과 별과 산과 바다
너와의 인연 속에서 참다운 내가 비롯되어진다는 것을
우주만물과 대자연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생명이 숨 쉴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내 안으로 걸어간다는 것
나와 더불어 너,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길에 다른 길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이기심의 마음이 너와 이웃의 삶을 짓밟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을 키우는 것입니다
인간중심의 개발논리가 자연을 병들게 하고 큰 재앙을 불러들입니다
못난 내 눈에도 훤히 보입니다
머지않아 범람하는 홍수로 사람의 마을을 덮칠 것입니다
4대강 살리기가 아닌 거대한 묘비명의 지옥도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아비규환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합니까
내안으로 걸어간다는 것
비로소 눈을 뜬다는 것입니다 귀를 연다는 것입니다
눈 들어 귀 기울이면 세상은 상처투성이들
소외당한 것들이, 외면당한 것들이
잊혀지고 버림받은 것들이 떠돌며 아우성입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더불어 산다는 것
나와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을 아끼고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산에 들에 새들과 어린 짐승들 겁 없이 뛰어 놀고
갯벌이 강물이 바다가
흘러온 길 막힘없이 우리 곁에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지친 이들의 그늘이 되고 지팡이가 되고 집이 되고
눈 먼 이들의 눈이 되고 말 못하는 이의 입이 되어
더불어 산다는 것, 꼭 껴안아 준다는 것,
그 세상 정말이지 살맛나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생명과 평화는 스스로의 마음 속에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일입니다
그 나무에 물을 주고 햇빛과 바람의 시간에 귀 기울이는 일입니다
너와 내가 더불어 푸른 나무그늘에 앉아
지는 해와 뜨는 해 바라보는 일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아직 내 안으로 바로 너, 생명으로 가는 길 잃지 않고 있으니
평화로 가는 길 이어지고 있으니
생명이 샘처럼 넘실거릴 것입니다
평화가 따뜻한 품안으로 깃들 것입니다
다시 또 여강에 몸을 던집니다



▲ 현판식 이후 주요 손님들과 기념촬영  사진: 환경연합 마용운



 


<관련기사>

신륵사 마당에 들어선 여강선원 [여강소리 2] 江을 모시는 사람들이 부처님을 모셨어요
아프다고 절규하는 여강 [여강소리 1] 아름다운 여강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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