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아름다운 남한강변, 여주에서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우수 다음날인 지난 토요일 남한강변 여주에 다녀왔다. 한결 도타와진 봄볕 속에 이호대교를 건너서자 강변에 요란한 공사장이 펼쳐졌다. 제방을 쌓아 강물을 옆으로 밀어내고 드러난 강바닥을 파헤쳐 보를 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 강천보 공사장’이었다. 마치 생체해부를 당하는 듯한 그 처참한 강가에 ‘아름다운 남한강, 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공사현장에서 조금 상류로 올라와 남한강교를 건넜다. 강을 따라 꽤 넓은 모래톱이 나타난다. 군데군데 늪이 숨어 있어 바위늪구비라 불리는 이곳은 지난 가을까지도 지천으로 핀 단양쑥부쟁이와 키를 넘는 갈대 사이로 수달과 삵이 깃들어 살만큼 풍성한 녹색의 낙원이었다.

이곳은 남한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문화생태탐방로 ‘여강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찾은 바위늪구비는 너무나 황량했다. 잘라낸 풀과 나무를 모아놓은 무더기들이 마치 주인 없는 무덤처럼 흩어져 있다.

운하백지화국민운동은 지난 17일 이만의 환경부장관과 수자원공사 강천보 건설단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세계에 하나 뿐인 생육지인 남한강 바위늪구비 습지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서다.

보를 만들어 강을 막으면 ‘수질개선’이 아니라 물이 썩게 마련이라고, 강을 엄청난 규모로 준설하면 수중생태계 파괴는 어쩔 것이냐고, 강변은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 자연대로 두었을 때 놀라운 자정기능을 발휘하고 훨씬 아름답다고, 아무리 지적해도 막무가내로 공사를 밀어붙이는 정부를 향해 고육지책을 썼다고나 할까?










▲ 단양쑥부쟁이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이다. 충주댐 건설이후 대부분의 서식지가 수몰되면서 현재 남한강 바위늪구비 일대에서만 발견된다.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단양쑥부쟁이를 위한 외침

멸종해 가는 가냘픈 식물을 대신해, 그 목소리를 빌어, 제발 ‘법대로 하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면서, 단양쑥부쟁이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대체 생육지를 조성하라고 했음에도, 그마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4대강 사업으로 삶터를 위협받는 건 자연 생태계만이 아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옆 팔당호 주변에서는 삶터를 빼앗기게 된 농민들이 겨우내 지금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공장이 들어설 수도, 농사를 지으려도 농약도 비료도 쓸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렵사리 찾아낸 활로가 친환경농업이었다. 20년 가까이 고생한 끝에 딸기며 상추며 방울토마토며 수도권 친환경농산물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유기농업단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농민들이 일군 그 유기농지는 ‘녹색성장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에 따라 자전거도로며 수변공원으로 개발될 운명에 처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걸 보고 있으면, 차라리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억지가 이렇듯 거침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 흔히 들었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생각난다. 오늘의 버전으로 바꾸면 “환경은 멀고 돈은 가깝다”가 될까?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의 75%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지만,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적극적 찬성자들을 이기기엔 힘이 한참 부치는 듯하다.


‘환경’은 멀고 ‘돈’은 가깝다?

대형건설사를 비롯한 토건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장 주머니로 굴러들어올 돈에 이끌리는 지역 인심도 ‘먼 환경’ 편은 아니니 말이다. 바로 그걸 믿고 정부는 수많은 전문가와 과반수 여론의 반대에도 흔들림 없이 이 공사를 밀고 나가는 것이리라.
그런데, 잠깐. 환경은 그리 멀리 있는 걸까? 우리가 사는 이 좁은 땅의 강 모두를 그렇게 난도질하는 것을 자연인들 버텨낼 수 있을까? 곱고 아름다운 여강이 정신없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자꾸 방정맞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재앙이 인간의 억지를 중단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관련글>

못 먹어도 고! 못 지켜도 고! – 그린리포터 안철

<관련기사>

[미디어오늘] 4대강-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변하고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097

[메디컬투데이] 남한강 ‘여강길’ 직접가보니…”어미 배 가르고 젖줄 끊기듯”





* 이 글은 2월 23일 내일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admin

물순환 활동소식의 최신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