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프로그램

월미평화포럼 – 월미공원에 대한 단상

1. 公園이란 무엇인가

싱가폴에 가면 머라이언 공원이 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그 공원은 싱가폴의 상징이라는 머라
이언 상과 독립기념관, 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 공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싱가폴의 역
사이다.
중국 대련에 가면 천 개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 바닷가 공원이 있다. 대련시가 새천년을 맞이해
서 만든 공원이다. 직접 대련의 시민들의 발자국으로 그 기념 조각을 만들었다고 한다. 맨 뒤에
는 노인의 발자국이 있고 점차 그 자취들을 거슬러 올라가 바다 가까이로 가면 어린이들의 발자
국이 새겨져 있다. 그 발자국 앞에 어린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바다를 바라보며 손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 조그만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바닷가로는 마치 책을 펼쳐놓은 것처럼 거대한 석판
이 자리잡고 있다. 바다로 나아가려는 진취적인 대련 시민들의 의지가 저절로 느껴진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에 가면 요코하마의 랜드마크라는 거대한 빌딩과 시립미술관, 개항 당시
요코하마로 들어왔던 범선이 있다. 거대한 허니문카를 비롯해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도쿄 옆에 위치하고 있는 요코하마는 도시의 비전을 국제관광도시로 잡아 각종 인프
라를 구축중이다. 미나토 미라이는 그런 도시의 지향을 담고 있는 항구 공원이다.
공원은 근대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중세 귀족들이나 양반 사대부들은 자기 집 앞마당을 정원으
로 꾸며 즐겼다. 애초부터 그런 정원을 갖기 힘들었던 근대 시민 계급들, 민주적 토론과 의사소
통이 필요했던 시민들은 공원과 광장을 만들어냈다. 그 공원에 공동체가 지향했던 이상들을 담아
내기도 했다. 공원이야말로 가장 노골적인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이다.
그러나 그런 이데올로기적 장치를 꼭 나쁜 것으로 생각할 것은 아니다. 모든 이데올로기가 억압
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는 그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활동도 벌어진
다. 요컨대 공원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어떻게 꾸며가느냐에 달린 것이다.

2. 월미공원이 갖는 문화적 상징성

월미도는 근대 이전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알려져 왔다.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이자 한강의 입구였
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 전쟁때는 이유야 어쨌건 모진 수모를 겪기도 했고, 전쟁 이후에
는 오랜 기간동안 군사 시설로 점거되어 왔다. 그런 월미도가 월미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는 상징성을 주목해야 한다.
한편 월미도는 근대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에 서울 인근의 가장 각광받는 관광지였다. 조탕과 각
종 유희시설, 식당과 주점 등이 즐비한 모던풍의 위락단지가 월미도였다. 식민지 근대의 모습들
이 월미도에는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월미도가 일제가 패망하여 이 땅에서 물러
간지 근 60년만에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월미공원은 시민의 공원으로,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더 이상 당신들
을 위한 공원이어서도 안 되고, 군사기지여서도 안 된다.
한편, 월미공원이 갖는 문화적 의미 또한 각별하다. 우선, 월미공원이 확보하는 조망 때문에 그
렇다. 월미공원 정상에 서면 인천이라는 도시가 압축되어 드러난다. 바다와 공장과 항구와 공항
과 도시가 한 모습으로 응축되어 우리 눈앞에 드러나는 곳이 바로 월미공원 정상이다. 나는 그
런 점에서 월미공원을 인천의 랜드마크로 가꿔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월미도는 인천의 상징
이기도 하다. 수도권 주민들에게 가장 즐겨 찾는 인천의 관광지는 월미도라는 설문결과가 나와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런 월미도를 인천의 정체성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상징적 공원으로 가꿔가
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인천의 도시공간에서 월미도가 갖는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지만, 아직까지 인천의 바다는 막혀있다. 철조망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서 월미도의 바다는 트여있다. 소래와 아암도가 일부 바다를 향해 트여있기는 하나 월미도에 비
기면 보잘 것이 없다. 섬이었기에 공장도 없다. 유일하게 살아있는 공간이 월미도인 것이다. 이
런 공간은 인천에서 너무도 소중하다. 더구나 이번에 군사 기지가 철수함으로써 월미공원은 이
제 완전하게 그 공간의 상징성을 되찾은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단골로 소풍가던 곳이 월미도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황량한 들판에 잡초만 우거
진 곳이 월미도였다. 그곳에서 김밥과 사이다를 먹으며 그래도 바다라고 좋아했던 기억이 남아있
다. 내 어린 시절 사진첩에는 그때의 월미도가 우리 어머니와 내가 어색하게 서 있는 배경으로
등장한다. 어디 나뿐이랴. 월미도에는 인천 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이다. 식민지 시대 방
조제 공사로부터 매립공사까지, 월미 조탕부터 오늘날 문화의 거리까지 월미도는 인천 시민들의
생활을 담아내는 역사 그 자체이다. 식민지 시대 이미 {월미}라는 잡지가 나온 바도 있거니와 이
곳을 두고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기의 작품을 써내기도 했다. 평론가 김동석의 수필 가운데
에는 월미도를 두고 쓴 아름다운 구절도 있다.

오른 편에서 하루의 종막(終幕)을 보자마자 왼편에 등장해 있는 밤의 여왕을 본 것이었다. 우리
는 밤과 낮의 경계선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달이 개고랑 물을 헤엄쳐서 우리가 걷는대
로 따라 왔다. 물이 얕고 좁아서 달은 그 둥근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 하늘에는 아직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수평선 멀리서 등대불이 반짝 하는 것이 보였다.

월미도에는 시민들의 숨결이 생생하게 새겨진 역사가 있다. 배를 타고 나가 월미도를 바라보자.
옹기종기 모든 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는 시민의 역사
를 월미공원을 통해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3. 월미공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인천은 바다가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인천의 바다는 강릉의 바다, 속초의 바다와는 같은 수 없
다. 황해는 동해와 다르다. 특히 수도권 거대 도시군을 끼고 있는 인천의 바다가 동해의 바다와
같을 수는 없다. 애초부터 조건이 다른 바다를 비교해서 인천 앞바다에 대해 자조적일 필요는 없
는 것이다. 인천의 바다는 도시의 바다이다. 나는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고 생각한다.
월미공원도 마찬가지이다. 인천의 바다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월미공원인데, 월미공원
의 바다는 인간에 의해 포획된 바다라는 점에 주목하자. 월미산 정상에 올라서서 보이는 풍경은
다층적이다. 공항과 섬과 수평선과 항구와 공장과 도시가 보이는 곳이 월미공원인 것이다. 그런
특성을 최대한 살려가는 일이 월미도를 월미도답게 만드는 일이다.
이 말을 월미공원에 무슨 위락단지 같은 것을 조성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도시
속의 공원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도시 속의 공원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인위적인 방법으로도 자연환경은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도시 속의 공원은 자연환경이 제대로 보
존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상실한다. 도시인들이 공원을 찾는 이유를 상기해 보기 바란다.
주변 정비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월미공원 일대는 주거와 상업이 혼재되어 복잡하
고 무질서하다. 공원의 기능을 살리려면 이런 현실에 대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시민들이 상인
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적어도 구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도시계획 차원에서 용도 변경 역시 검토해 보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그
런 점에서 현재 월미공원 및 문화의 거리를 관리하는 주체도 가급적이면 단일화되어야 한다. 월
미공원은 시의 공원관리사업소에서, 문화의 거리는 중구청에서 관리하는 이원화된 체제이다. 시
이건, 구이건 월미도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이 필
요하다.
세 번째 접근성이다. 현재 월미도가 갖고 있는 가장 취약한 점이 바로 이 접근성이다. 월미도에
이르는 길의 주변 환경도 좋지 않을뿐더러 접근 자체도 그렇게 편리한 것은 아니다. 주차 시설이
나 접근 고통 수단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
다.

글 : 이 현 식 (문학평론가,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자료출처: 월미공원 난개발 저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admin

참여프로그램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