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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워크숍 – 사찰의제 21을 위한 제언

사찰의제 21을 위한 제언

1. 한국불교의 생태환경적 상황

불교는 불타의 성스러운 일생이 항상 숲(자연)과 함께 하였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생명의 종교
이며, 사찰은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 지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생태적인 공간이며, 그 안에서 일
상적 삶을 영위하는 수행자들은 불살생과 자비를 덕목으로 하는 생태주의자였다.
그러나, 물질문명의 팽창과 사회구조의 개발적 산업화로 인해 불교정신과 사찰환경과 수행환경
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들어 사찰의 생태환경을 둘러싸고 내외적으로 여
러 가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외직인 상황으로는 가야산 골프장, 지리산댐, 북한산 관통도
로, 천성산 및 금정산 고속철도 관통, 미륵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 등이 환경사회 이슈화되었고,
내적인 상황으로는 해인사 대불을 비롯한 대형불사와 반생태적 방생, 사찰 오폐수 등등이 거론되
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불교내에 환경단체들이 속속 새롭게 탄생
되고, 기존단체들도 환경문제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불교계의 이러한 적극적인 입장은 지자
제 이후 지역개발 피해자로서 저항과 자구운동에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불교의 역량이 지리산, 새만금, 북한산 문제 등에 결집되었고, 괄목할만한 성과도 이루
어냈다. 또, 종교환경회의 등을 통한 연대운동이나 생태주의운동에서도 선도적 입장에 서게 되었
다.
그러나, 이는 불교계만의 변화 또는 약진이라기보다 종교계 전반의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
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회환경운동의 주변적 위치에 머물렀던 종교단체들의 위
상이 후반들어 일반환경단체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중심적 위치에 들어서게 되었다. 종교가 가진
생명성(영성), 생태성, 자기성찰 등은 그동안 사회환경운동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특성이었
다. 또, 사찰이나 교회 등이 지방의 군이나 면 단위 동 단위에까지 광범위한 조직(네트워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일반사회환경단체와 달리한다. 그만큼 파급효과도 크고 지속적이다.

2. 불교환경운동의 문제와 나아갈 바
그러나, 불교의 환경운동의 양상이 수세적, 방어적, 소극적, 임기응변적, 자기편향적이었다는 지
적 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사찰환경 문제의 해법을 외부에서만 찾고, 자기성찰적인 면에 소
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불교의 환경운동은 사후수습 차원의 단순운동을 넘어서야 한다. 불
교에서 환경운동은 수행의 한 방편이 되어야 한다.
자연환경은 스스로 먼저 허물어지는 법이 없다. 사찰의 환경문제는 불교정신의 위기가 겉으로 드
러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사찰 환경문제는 한국불교의 정신사적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찰환경 파괴의 가해자가 정부이건 승가이건 또는 개인이건 사찰 환경의 파괴는 그 도
덕적인 책임이 사부대중에게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근래 불교 환경단체들이 자성의 모임을 갖
고 그간의 자연훼손에 대해 참회문을 발표하고, 사찰환경 수호를 위한 <사찰의제 21>을 준비하
고, 또한 조계종단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환경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교계에 참신한 녹색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는 이러한 바람이 지속가능한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환경계획과 역량의 함양
이 뒷받침되어야 할 때이다. 종단, 사찰, 사부대중, 전문가, 지자체,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환경 청사진을 만들 때가 왔다. 사찰환경 21이 곧 이 청사진이다.

3. 의제21(Agenda 21) 개요
지구의 환경문제가 21세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세계 170여 개
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지속가능한 개발(ESSD)’을
기본이념으로 하여 의제21을 채택하였다.
의제(Agenda)라는 말은 ‘토론해야할 주제, 해야할 일’라는 뜻으로 ’21세기 지구환경을 위해 전
인류가 논의하고 실천해야할 과제’를 의미한다. 즉, 지구환경을 위한 ‘약속’이다. 그러나, 의제
21의 대상이 환경만은 아니다. 환경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21세기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이다.
의제21이 전세계가 지켜야 할 실천강령이라면, 국가의제21(National Agenda 21)은 국가가 실시해
야할 행동계획이며, 지방의제21 (Local Agenda 21)은 지역적 실천을 위한 행동계획이다.
지금까지 환경문제는 정부나 기업이나 일반시민들의 몫으로 인식되었으나, 종교도 사회의 한 구
성요소이기 때문에 불교 역시 환경쟁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사찰은 국유림을 제외한 가장 넓은 숲을 지니고 있는 집단이며 따라서 그 책임도 무겁다. 그리
고, 사찰은 지역환경문제의 중심적 공간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마련해야할 사찰의제21(Temple Agenda 21)은 사찰환경을 지키기 위한 사부대중의 ‘행동약
속’이며, ‘행동합의문’이다. 즉, 지속가능한 개발의 이념을 불교적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사찰의제21의 3가지 핵심요소는 <지속가능한 개발(수행환경보전)> <동반자(종단, 사찰, 신도, 사회) 관계> <행동계획>이다.
명칭은 <불교의제 21>보다 <사찰의제 21> 또는 <생태사찰 21>이 무난하다. <불교의제 21>은 다
소 관념적이고 광범위하다. 의제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단위 또는 공간 단위가 명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울의제 21> <경기의제 21> <한강의제 21> 등이다.
서울의제21은 ’21세기 녹색서울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용인의제21은 ‘푸른환경 새 용인 만들
기’로 발표되었는데, 우리는 ‘생태사찰만들기’라는 이름이 적합하다.

4. 사찰의제21 추진단계
현재 우리나라의 의제운동은 흡족히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민들이 의
제21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목적의식 없이 타의에 의해 시
작된 운동은 실패로 끝나기 쉽다. 그리고, 대중 흡인력과 의제21에 대한 홍보계도도 부족했기 때
문이다.
의제 21을 작성은 쉽지 않다. 사찰환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전
통수행방식, 기초자료 및 정보 부족, 행정기관과의 의견차이, 사부대중간의 의견차이, 사하촌이
나 사회단체와의 갈등, 타종교와의 관계 등등이 예상된다. 추진단계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의제 21 추진준비위원회 구성
사찰의제 21은 환경문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제도나 관습을 비롯하여 환경문제를 야기시켜온
모든 문제까지 망라한다. 기존가치에 대한 전환, 페러다임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해야한다.
이를 위해 먼저 추진위 준비실무팀을 구성한 후, 분과편성과 기획과 일정을 대충 정한다. 총무
원, 종회, 교구본말사, 불교환경단체, 불교시민단체, 신도회, 신행단체, 사하촌 주민, 관계기
관, 전문가 등 50명 안팎의 인원이면 적당하다. 위원장 1명과 실무 3명을 인선한다.

2) 추진 분과구성
조직과 운용은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 (bottom-up)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참가자들은
초기과정부터 동등하게 파트너쉽을 갖고 참여한다. 특히 총무원은 추진-실천 행동의 주체이면서
도 객체이다. 총무원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분과편성은 5-7개 주제별로 재편한다. 분과편성은 ① 친환경적 생활과 수행 ② 생태사찰만들기
③ 사찰 자연생태 ④ 수행환경 지키기 분과 ⑤ 사찰과 지역 공동체 등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논의를 거쳐서 더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분과위원장과 분과 실무자를 인선한다. 실무자회의를 갖고 추진상황을 점검한다.

3) 사찰 환경실태 분석
종합적인 사찰 생태조사(auditing)를 통해서 실태를 파악한다. 이때 결과가 구체적인 단위(수치)
로 나와야만 행동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4) 환경 개선을 위한 행동목표 설정.
불교의 생명성과 생태사상을 토대로, 충분한 토의를 거쳐 생태사찰의 바람직한 모습(비전) 제시
한다. 상위개념인 ESSD(Environmentally Sound & Sustainable Development)에 충실해야 한다.
행동목표는 그것들을 바탕으로 설정한 실천지표(가이드라인)이다. 목표를 정하기 위해 생태조사
에서 얻어진 실태를 근거로 장단기(3-10년) 분야별 개선목표를 정한다. 이를 위해 세미나, 워크
샵, 발표회, 조사 과정 등을 거친다.
목표는 반드시 수치화하되어야 한다. 목표수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모니터링이나 평가가 불가능하
다. 의제21은 기본계획이나 환경비전, 선언문등을 발표하여 기본방향을 밝히도록 하고 이를 구현
하기 위한 실행계획이되어야 한다. 졸속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6개월 이상, 3회 이상 회의)
을 갖고 목표를 설정한다.

5) 행동목표에 따른 의제21 수립
행동목표 초안이 만들어지면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하여 제2의 의견들을 수렴하여 다시 수정
보완한 후 사찰의제21을 확정한다. 따로 날을 정해서 이를 선포한 후 추진협의회는 곧바로 실무
(실행)위원회로 전환한다.

6) 집행과 실천
단순한 문서작업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문건작성 이후의 프로그램과 추진의지
의 부족으로 정체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천위원회 구성해서 추진과 실천과정을 보고, 평가,
교환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산을 책정하여 행동목표를 집행하고,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홍
보계도 차원의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고 홈페이지도 마련해야 하며, 필요시 출판물도 펴내야 한
다.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자원봉사자 참여체계도 구축하는 것이 좋다. 의제21 관련기관이나 단
체와의 협조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의제 21이 성공적으로 실천되기 위해서는, ①모든 분야에 걸친 행동계획이 환경친화적인지 여부
를 평가하는 환경측면의 검토(ecoware : ecological factor), ②기술적 가능성(hardware), ③정
보 및 자료의 공개 및 교환(software), ④ 예산 지원(finware : financial factor), ⑤ 파트너십
을 통한 참여적 의사결정 과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지원(orgware : organizational factor)의 5
가지 요소가 통합되는 실천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7) 평가
의제 21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를 여러 형태의 점검표를 만들어 진행과정과 실천사항을 평가
(모니터링)해 나간다. 아울러 의제 21 평가보고서도 발간해야 한다. 그리고 난 뒤 장단기간 평가
를 통해 그 때마다 목표를 갱신(upgrade virsion)하는 것이다. 평가물은 다음 회기에 반영하여
다시 수정 개선하는 근거가 된다.

글 : 김재일(조계종 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사찰생태연구소장)
자료출처 : 불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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