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프로그램

환경운동연합10주년기념심포지움 – [노동]”생산현장과 유리된다면 ‘녹색의 주류화’가 가능할까?”

환경운동연합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특히 며칠전 맥도널드 상징물에 올라가 반전시위
를 벌인 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들의 정열과 헌신에 뜨거운 연대와 찬사를 보내면서, 녹색의
주류화는 직접 생산자, 즉 노동자와 함께 할 때 앞당겨지리라는 견해를 몇가지 예시에 바탕하여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녹색운동의 위상
(1) 런던에 머물던 중 2002년 11월 7-10일까지 유럽사회포럼에 참가했었는데 반세계화, 반민영
화, 반자본주의라는 대회의 큰 슬로건에 노동조합도 다양한 시민단체도 이견이 없었다. 기간산업
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노동-민중운동진영과 시민운동진영(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노동자와
시민의 분리’라는 점에서 이런 분류는 편의상의 매우 잠정적인 분류일 뿐 결코 정확한 것이 아니
지만)의 연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참가자들에게 그들에게는 그런 애
로가 없는가 하는 점을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는데 그들은 우리의 경우를 오히려 의아해 하면서 아
마도 한국에 진보적 대중정당의 경험이 일천해서가 아니겠냐고 반문하였다. 민영화가 기본적으
로 시장원리에 기반하는 것이고 환경운동, 생태주의는 이윤추구를 본질로 하는 시장원리의 일정
한 통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연대가 어려울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2) 인권개념의 발전과정과 관련하여 1세대 인권개념이 신체의 자유를 부르짖은 부르조아시민혁
명의 신체권, 2세대 인권개념은 사회복지-완전고용을 강조하는 1930년대 이후의 사회권, 그리고
3세대 인권개념이 깨끗한 환경에서 삶을 누리고 또한 전수할 환경권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우리
의 바람직한 미래사회의 상으로서 생태계와 조화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그 아름다운 세상을 반대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당장 오늘의 생존에 내몰려 미래의 환경파괴를, 그것이 중요한 줄을 알면서도 배려할 여
유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오늘의 생존문제를 외면하고서는 환경운동, 녹색의 주류
화는 그 종사자들의 눈물겨운 헌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칫 배부른 이들의 전유물로 오해될 수
도 있을 것이다. 꼭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환경친화적인 유기농산물을 가난한 이들은 사먹을 엄
두를 못내는 경우가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현대 자본주의에서 녹색운동과 노동운동
(1) 작년 민영화반대 파업을 전개한 발전노동자들의 경우 당연히 자신들의 해고위협이 중차대한
관심사였는데 우리 사회의 ‘노동’ 일반에 대한 여전한 천시, 노동자-노동조합에 대한 이념적 잣
대, 여기에 더하여 집단이기주의라는 언론의 매도 등으로 이를 감히 자신의 1차적 관심사로 표명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매우 착잡했었다. 비슷한 경험으로 교수노조
가 출범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을 즈음 서울역에서 농성 중이던 해고노동자들을 지지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그 중 얼굴이 초췌한 중년의 노동자가 내게 “교수님들이 어서 노조를 만들어서 노동
자, 노동조합이라는 말이 천대받는 세상 좀 바꿔주세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
였는데 2001년 11월 교수노조 출범대회를 가질 때 누군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소감을 물을 때 나
는 이 생각이 나서 ‘부끄럽지 않은 노동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기억이 있다.

(2) 내가 환경운동 진영의 활동가들과 가장 가깝게 교류한 계기는 한전의 민영화였는데 처음 토
론회에서 한전 노조(민주노총이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이다)의 평조합원 노동자를 만났을 때 그동
안 내가 만나온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과 다른 것에 당황한 기억이 있다. 관료적이고 덜 전투적
이고 서열문화가 훨씬 많았는데 그럼에도 그들의 고유한 소박함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토
론회에서 환경진영의 토론자에게 한전 노동자들이 한전의 환경파괴에 맞서본 적이 한번이나 있느
냐는 질타를 받자 중죄인처럼 쩔쩔매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토론자가 그들 노동자에게
그런 책임을 져야할 만큼의 경영참여의 기회가 주어진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중재를 하
였었다. 그때도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에 찌들고 한번도 다른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동참해 본 바
없다가 느닷없이 자신의 생존에 몰려 뛰어든 그들의 무망한 얼굴과, 도덕적 패기에 찬 젊은 환경
운동 활동가의 청년지식인다운 얼굴 사이에서 어느 쪽의 도덕과 원칙이 더 절박한 것인지, 어느
쪽에 더 연대와 지지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스러웠다.

(3) 이러한 계기들을 염두에 두면서 발제문을 읽었는데 노동의 중심성이나 좌파의 생산력주의에
대한 발제문의 비판은 좌파의 범주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다소간 부정확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들린다. 주지하듯이, 실제로 좌파 내부에 스탈린의 생산력주의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생산관계주
의의 입장에서, 경제주의비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어 온 바 있고, 노동의 중심성에 대한
강조도 고전 맑시스트로부터 최근의 Antonio Negri에 이르기까지 맥락이 다양하다.
발제문에서도 여러차례 강조하듯이 환경운동, 생태주의가 더불어 사는 평등한 사회를 지양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차이를 인정하되 대립으로 가져가지 않고 아울러가는 새로운 연대의 정치, 때
로 불가피한 단기적 이해관계의 대립을 인정하되 그러나 그러한 대립에서 오히려 함께 할 미래
의 가능성을 찾고 그 가능성을 확대해가고자 하는 기본원칙이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환경운동
이 자임하는 강한 도덕적 당위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기본원칙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지 않을까.

(4) 소비지상주의 역시 경계해야 하지만 대량생산 메카니즘, 만성적으로 과잉생산의 경향을 가지
고 있는 현대자본주의의 생산구조, 독점 하 생산의 필연적인 역사적 경향으로서 이러한 과잉생
산 경향에 대한 천착, 그리고 그 토대가 되는 소유와 생산의 집중(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결정적 위협이다)이 천착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3. 결론 : 녹색운동의 주체/동력 설정의 문제
(1) 무엇보다도 환경운동의 주체 혹은 구성원과 관련하여 고의든 아니든 생산현장의 노동주체가
상대적으로 주변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느낌이 있는데 시민의 개념/구성이 노동하는 대중을 떠나
서 존재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녹색운동의 구체적 동력을 어디에 설정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예컨대 생태계를 파괴하는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그 어린 자녀들)의 노동권(생존권)과 사회
의 환경권(실인즉 무엇보다도 바로 그와 그의 가족의 환경권)이 충돌하는 경우 반드시 환경권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충돌이 대립이 아닌 연대로 가기위한 이론적
정책적 준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2) His Name is Today : 칠레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시인 가브리엘 미스트랄의 싯귀를
인용하여 제3세계 아동구호를 호소하던 UNICEF는 병들고 굶주린 어린이 사진과 함께 한 때 이런
구호를 내걸었었다. 기아에 허덕이는 제3세계 어린이들의 뼈가 자라고 두뇌가 형성되는 것은 오
늘이지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구호였다. 이런 구호는 오늘의 생존문제가 더 절박한 이들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녹색의 주류화'(환경운동-생태운동의 특권화를 당연전제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조심스
런 표현이지만)를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오늘의 생존의 문제들(그것만이 전부라는 얘기가 아니
다)에 대한 천착이 함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한 문제들을 해소하여 녹색운동이 지향하
는 지속가능한 발전, 다같이 평등한 미래의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따라서 중심적이라고 표현
하든 대등한 분권적 관계라고 표현하든 녹색운동은 생산현장의 노동자, 노동운동으로부터 유리되
어서는 안될 것이다.

(3)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전투적 실리주의 등과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운동은
여전히 손배소, 가압류와 같은 전근대적 비민주적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사회권을 확보하
는데도 애로를 겪고 있다. 수백명에 이르는 해직 교수들의 해직사유는 때로 코메디라고 해야 할
만큼 어처구니 없어서,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조차 노동권은 특권적 관료와 족벌운영 앞
에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여 자기의 역
량으로 안아나갈 때 녹색의 주류화는 앞당겨질 것이다.

글 : 김 윤 자(한신대학교 국제경제학과, 교수노조대외협력위원)

admin

참여프로그램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