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프로그램

환경운동연합10주년기념심포지움 – [정치]녹색의 주류화를 위하여

녹색의 주류화를 위하여
– 녹색정치의 현실화

1. 들어가는 말
한국에 있어서 녹색은 사회운동이나 문화적인 분야에서는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치나
행정분야에 있어서는 아직도 주변에 속하는 주제이다. 서구의 녹색당이 주요한 연구과제로 등장
하고,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환경후보, 녹색후보들이 나오면서 국민들에게 녹색정치의 개념을
알리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소수 집단에서만 논의되는 형편이다. 해방이후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성장주의와 개발논리에 치여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
제적으로는 환경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국제연대를 위한 움직임들이 많지만 한국
에서는 아직도 “환경이 밥 먹여 주느냐” 나 “환경은 배부른 서구사람들의 이슈이지, 우리에게 중
요한 것은 아직도 빈곤의 문제이고 분배의 문제이다”라는 논리가 기조 논리이며 특히 정치권에서
는 더욱 심하다.
정치 행정분야에서의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 1967년 보건사회부 환경위생과에 공해계가 설
치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978년에 국립환경연구소가 설치되었고, 1980년에 현재 환경부의 전신
이라 할 수 있는 환경청이 설립되었다. 그 후 환경처를 거쳐 1994년 현재의 환경부로 발족되었으
며, 환경부는 그 존재 목적인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의 보전과 환경오염 방지에 대한 사무를 장
리한다는 업무 분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경보전 및 환경문제의 해결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
다. 국회차원에서는 1994년 노동위원회가 노동환경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며 새로 설립된 환경부
를 소관하기 시작하였고 1995년에는 환경노동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이처럼 정치 행정 차원에서 환경부나 환경위원회는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되는 공해등 환경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해결사 차원에서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정치에서의 녹색화에 대한
논의는 환경단체의 활성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환경련과 녹색연합등의 단체들이 환경문제를 중요
한 사회문제로 인식시키고 그 해결책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난 10 여년간 꾸준히 지속되었
으며, 정부의 환경정책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정치적인 파트너가 없는 시민사
회에서의 활동은 항상 환경문제를 주변부에 머물게 하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개발논리나 정치
논리에 밀리기 일쑤였다. 이는 지난 새만금 간척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토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은 정치적 이유에 의해 간척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2002년의 지자체 선거에서는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라는 주제와 함께 녹색정치의 논의도 구체화
되었다. 녹색평화당이 설립되고 환경련에서도 녹색자치위원회를 구성하여 독자적인 녹색후보를
출마시킴으로써 정치에 있어서의 녹색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다음에서는 현
재 논의되고 있는 녹색정치의 원칙과 틀을 살펴 봄으로써 정치의 녹색화의 과제를 가늠해 보고
자 한다.

2. 녹색정치의 원칙
녹색정치의 등장배경을 다시 정리해 보면 우선은 개발과 성장위주의 사회적 흐름에서 탈피하는
대안으로서 생태주의를 기조로 하는 녹색정치를 논하게 되었으며, 둘째는 시민사회의 발달로 개
발논리에 대항하는 생태주의와 환경운동등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그
럼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권의 불변의 모습이다. 정치권에 대한 변화없이 한국
사회의 변화는 없다는 인식은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와 녹색정치의 실현을 구체화하게 된 배경이
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녹색정치는 어떠한 원칙들로 구성이 되어야 하는가? 한국의 정치상황에
서 녹색정치의 원칙을 정리해 보면 첫째, 녹색정치는 생태주의적이어야 한다. 녹색정치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주의 이념이다. 생태주의는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일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발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와도 연결된다. 즉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가장 주류적
인 이념이었던 성장주의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특히 성장위주의 정책에서 결
과물로 생겨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환경정책이 아닌, 환경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회구조
를 변화하는 차원에서의 원칙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존 정당들이 환경정책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진보를 논하는 대안정당들에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성장과 개발논리에 대한 검토
와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생태주의원칙을 도입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녹색정치는 평등과 참여의 정치여야 한다. 즉 효율적인 성장주의에서 나올 수 밖에 없
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바로 생태주의의 사회적
인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며, 그들의 자주적 실천이 지
원되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여성주의적 원칙이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여성주의는 성평등과 함
께 폭력적인 가부장제의 타파를 의미한다. 따라서 녹색정치는 철저한 남녀평등을 의미한다. 이
는 내용 뿐만 아니라 당의 운영과정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세 번째는 녹색정치는 분권과 지역의 정치여야 한다. 현재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는 중앙중심
에서 비롯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모든 인구와 물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지방을 공동화하고 권력분
배에 있어서도 심각한 차별현상을 보여준다. 녹색정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
기 때문에 모든 의제와 내용은 지역으로부터 오며, 실생활과 연계된 생활정치여야 한다. 이는 정
치를 서울의 국회에서 몇몇 정치가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태라고 제한지었던 우리 정치의 개념
에서도 벗어남을 의미한다.
네 번째 녹색정치는 비폭력 평화주의를 지향한다. 현재 전쟁과 인명살상 및 전쟁에 대한 지지나
지원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핵시설과 폐기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원칙이 모두 포함된다.
다섯 번째 녹색정치는 전지구적 연대를 지향해야 한다. 즉 한국에서의 환경문제나 평화문제 뿐만
이 아니라 전지구적 연대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3. 녹색정치의 실현방법
이제까지 우리는 정치 또는 정당이라고 하면 중앙의 엘리트 중심을 떠올린다. 몇몇 사람이 뜻을
모아 당을 설립하고 지부를 만들고 정당원을 모집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정당은 만들기도 쉽지
만 해체하기도 쉽다. 다시 몇몇 사람이 뜻을 모아 당명을 바꾸기도 하고 다른 정당과 합치기도
하면서 이합집산을 계속 해 온 것이 한국정당사이다. 따라서 항상 유권자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
서 이야기 되어 온 것이 당원 중심의 정당, 아래로부터 형성되는 정당이다.
녹색정치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중요한 원칙으로 한다. 이는 지역중심의 자발적 구성원을 뜻한다.
따라서 녹색정치는 지역에서 그 원칙들을 중심으로 기본 이슈를 만들고 지역정치에 영향을 미치
는 것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역에서의 결사체들은 철저하게 구성원 중심으로 운영되
며, 다른 지역 결사체들과 수평적인 연계를 맺는다.
지역결사체들은 자체후보를 내서 지방의회나 지방자치체에 진출하여야 하며, 바로 이 기초의원,
광역의원, 자치단체장이 녹색정치의 제도정치권에서의 대변자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지
역이 형성되었을 때 이들을 느슨하게 묶을 수 있는 전국차원의 조직을 형성할 수 있다. 그 의미
는 전국차원의 조직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기존정당과 같은 상명하복식의 위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 속에 서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녹색정치의 실행방법은 현재 한국의 중앙집권적인 정치상황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거나
이상적이라고 지적당할 수 있다. 당장 지역에 비해 크나큰 힘을 가지고 있는 중앙과 그 정치무대
를 빗겨간 채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은 영향력도 크지 않고 그 전파력도 떨어질 수 있다. 그
러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 원칙으로 하면서 단기적인 의미에서 영향력을 생각하여 기존 정치권
들이 걸어 온 길을 다시 걷는다면 아무리 그 목적과 의도가 바람직하다 할 지라도 차별성을 얻기
는 어려울 것이다.
또 한가지 녹색정치를 실천해 나가는 방법으로서 중요한 것은 사회운동과의 연계이다. 녹색정치
는 이제까지 정치가 제도권 안으로 국한된 정치를 확산시켜 보자는 것이다. 정치가 특정한 사람
들에 의해 특정하게 이루어지는 일들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회
적 행위들임을 일깨워 정치를 생활정치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속도지키기 운
동, 골프장 건설 반대운동 등은 곧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행동
들이다. 따라서 녹색정치는 운동영역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수 밖에 없다. 녹색정치는 사회운동
의 정치적 창구역할을 해야 한다.

4. 과제
녹색을 정치분야의 한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인식의 전환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이 활동들이 사회운동의
차원으로서만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는 기초
조직 다지기이다. 녹색정치는 철저하게 지역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환경
운동과 밀접한 연계를 이룩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차원에서도 지역의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활성
화 시켜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정치구조의 변화이
다. 정치구조가 현재와 같이 폐쇄적인 상태에서 새로운 흐름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안
적인 사고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정치권의 개방과 민주적인 구조변화가 필요하다.

글 : 조 현 옥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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