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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 –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실험의 장, 제2차 세계사회포럼을 다녀와서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실험의 장, 제2차 세계사회포럼을 다녀와서

최전승민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활동가

“민중의 생활 조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세계 사회운동들인 우리 수 만 명은 포
르투알레그레 제2차 세계사회포럼에 모였다. 우리는 우리의 연대를 깨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
기에 모였다.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대한 우리의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지난 사회포럼의 결의를
되새기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기 위해 여기에 다시 모였
다.” – 제2차 세계사회포럼 결의문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 평화와 사회정의를 위
하여’ 중

2002년 1월 31일, 브라질 노동자당(PT) 대선주자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가 앞장섰고
그 뒤에는 4만 명의 거대한 시위대가 ‘신자유주의 반대, 제국주의 반대’를 외치며 포르투알레그
레 시내를 행진했다. 노동자당과 공산당의 붉은 물결, 국제 농민 조직 비아 깜페시나의 녹색 행
렬, 페미니스트들의 보라색 깃발. 진지한 표정으로 구호를 외치는 MST(무토지농민운동) 어린이
들, 냄비를 두드리는 아르헨티나인들, 점거한 건물 창틀에 걸터앉아 깃발을 흔드는 MNLM(주택점
거운동) 가족들, 방송차 위에 올라가서 랩을 하는 사회주의자들. 대오 맨 끝에 ‘빚진게 없으니
갚을 것도 없다!’ 힌두어 플랭카드를 든 인도 참가단, ‘금융세계화 반대, 구조조정 반대!’ 한국
어 플랭카드을 들고 행진하는 한국 참가단… 시위대는 시내를 통과해 뽀르두술 노천극장에 모여
들었다. 해외참가자 1만 명을 포함해 131개국 활동가 5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렇게 제2차 세계
사회포럼은 막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작년의 4명에 비해 올해에는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사무국 1명, 민주노총 및 산하 연맹에서 5명, 참여연대 2명, 학생 조직에서 1명, 필자 등 12명으
로 구성된 참가단이 세계사회포럼에 결합했다.
다음 날인 2월 1일, 카톨릭대학(PUCRS)을 중심으로 시내 전역에서 워크샵, 세미나, 문화행사와
전시회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포럼은 ‘부의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부에 대한 접근
과 지속가능성’, ‘시민사회와 공공영역’, 그리고 ‘새로운 사회의 정치 권력과 윤리’라는 4가지
의 큰 주제로 열렸다. 이 네 가지 주제 하에 800개의 워크샵, 세미나와 총회가 개최되었고, 이
를 통해 참가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를 파헤치고, 민중의 구체적 삶을 살피고, 대안적
세계를 그려보고, 향후 운동의 전략을 수립했다.
2월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제2차 세계사회포럼에서 제기된 내용 중 주목할 만한 특징은 크게 5
가지였다. 첫째,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반민중성에 대해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
에 대한 국제주의적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둘째, 군사주의의 강화 및 전쟁 위협, 그리고
미국을 위기로 한 제국주의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뤄졌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토론과
행동들이 진행되었다. 셋째,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제기되었
으며,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넷째, 2001년도가 반신자유주의 운동에 여러 가지 ‘국면
들’을 가져온 만큼 운동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되었고, 세계사회포럼은 그 간 신자
유주의 운동의 성과 및 한계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확
실한 주체로 서고 있는 여성들의 조직적 참여가 돋보였다.

금융세계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01년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의 모순과 실패의 증거로 얼룩졌던 해이다.
아르헨티나에서의 금융위기, 초국적 자본 엔론의 몰락, 외채의 악순환, 국제 투기 자본의 횡
행… 이 모든 일들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결과이자 또한 내재된 모순이며, 현재의 전지구
적 경제 불황의 원인이기도 하다.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은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신자유주의
의 실패를 알리는 명백한 징후라고 규정했으며, 금융세계화에 대한 보다 강력한 국제연대와 투쟁
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IMF, 세계은행과 구조조정의 문제는 세계사회포럼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지구적 아파
르트헤이트’라는 세미나에서는 러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과 아르헨티나에 닥친 ‘위기를 거
듭한 위기’가 금융세계화의 본질을 드러내며, 각 나라에 강제된 IMF의 구조조정이 경제위기의 근
원인 외채를 갚는 데나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에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각 국 발제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너무 근본적(사회주의만이 대안이다!)이거나 피상적(IMF나 세계
은행을 개혁해야 한다!)인 대안밖에 논의가 되지 않은 아쉬웠고, 하지만 세계사회포럼 기간 중
다양하게 제시된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통해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주류 언론에
서 보여지는 무정부적 폭동과는 달리,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위기 ‘덕분에’ 사회운동의 ‘부
흥’을 경험하고 있다. 농민과 실업자 등 소위 ‘주변적’이라 일컬어지는 세력을 중심으로 IMF 반
대 투쟁이 매우 조직적으로 일고 있으며, 이러한 운동에 노동자, 학생, 심지어 중산층들도 주체
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단지 경제적 요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4명의 대통령을
몰아낼 정도로 강력한 정치 투쟁으로 커가고 있다. 즉, 아르헨티나인들은 현재 불만 표시 또는
단순한 저항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극에 치달은 경제위기를 그야말로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로 규정하면서 지배계급 대체, 채무불이행 원칙 고수, 은행 국유화 등 ‘또 다른 세계’를 건설하
려 하고 있다. 이들의 열망과 강한 의지는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에서 온 활동가인 내게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에릭 뚜상 등이 발제자로 나온 제3세계 외채 관련 총회에서는 외채가 남반구 국가들을 분할통치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도구이기 때문에 국제연대, 즉 ‘집단적 모라토리엄’만으로 외채의 악순
환을 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 ‘채무국 카르텔’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었
고, 그러면서도 남반구 국가 내 계급적 적대 관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속에서 불법 외채를 통해
오히려 주머니가 돈독해진 남반구 자본과 정권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즉, ‘집단적 모라토리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
지구적 민중연대만이 외채의 악순환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지배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을 포함한 20개국 증인들의 고발로 구성된 ‘외채에 관한 국제민중법정’은 쥬빌리사우스 등
남반구 네트워크들의 성과와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쥬빌리사우스는 쥬빌리2000으로
부터 분화되어 나와 외채탕감운동에 있어 남반구 중심의 급진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에스끼벨이 포함된 배심원은 이틀에 걸친 증언을 들은 후, 외채가 엄연한 불
법이라는 규정 속에서 IMF, 채권국 및 채무국 정권들을 ‘기소’하면서, 외채에 대한 무조건적 탕
감과 더불어 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금융거래 과세에 대해서는 세계사회포럼의 일환이었던 세계의원포럼에서 주되게 논의되었다. 특
히 유럽 쪽 의원 및 ‘로비스트’들이 많이 참석했기 때문에 유럽연합 등 국가 차원에서 토빈세 도
입을 위한 활동을 더욱 강력히 전개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그런데 금융거래 과세 운동을 북반구
사회운동들이 주도하고 있어, 남반구 사회운동들이 토빈세의 ‘수혜자’로만 위치 지어지는 것이
우려스럽고, 운동이 토빈세 도입 자체를 넘어 마련된 기금을 실제로 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논의와 전략이 이후 어떻게 구체화되는 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제국주의, 군사주의와 전쟁 – ‘악의 삼형제’

세계사회포럼에 남아메리카 참가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을 뿐더러 9.11 사태 및 이후 미국의
공습 때문에 금융세계화만큼 군사주의와 전쟁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남아메리
카 지역의 신자유주의는 항상 총대를 들었다. 남아메리카인들에게 신자유주의, 군사주의와 제국
주의는 불가분의 삼위일체이며, 수십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현실임을 각종 회의와 2월 4
일에 있었던 FTAA 반대 시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9.11 사태와 이후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대테러 전쟁’도 논의에 불붙이는 데 큰 핵
심적인 역할을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대테러 전쟁’은 사실상 ‘테러’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
히려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술책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지점에 있어서는 논쟁은
분분했다. 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을 테러리즘(terrorism)이라 규정할 것인가, 테러리스트 행위
(terrorist act)라 규정할 것인가 아니면 범죄 행위(act of crime)라 규정할 것인가? 내가 결합
했던 결의문 작성위원회에서 이 논쟁이 가장 핵심을 이루었다. 결국 ‘테러 행위’라는 표현이 모
두에게 그나마 만족스러운 표현인 것으로 결론지어졌고, 대신 미국의 아프간 공습 또한 ‘테러적
전쟁(terrorist war)’이라고 명명됐다. 또 한 축으로는 아프간에 대한 공습을 미국의 일방적 군
사행위라 할 것인가 아니면 전지구적 자본 축적을 쫓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쟁이라 부를 것인가
를 놓고 늦은 밤까지 논쟁이 진행되었다. 이에 대한 논쟁은 더욱 확대되어, 대륙별 또는 지역별
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들(인도/파키스탄 분쟁, 바스크 독립운동 등)을 어떠한 개념으로 포
괄할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되었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쟁의 근원을 모두 전지구적 자본주
의 체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
기 때문에, 뭉뚱그린 채 넘어갔다.
한편, 노엄 촘스키와 제임스 페트라스 등 저명한 학자들도 참여한 ‘전쟁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유엔이 아프간 전쟁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해야 함을 주장하는 공동성명
서를 채택해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에게 보냈고, 나름대로 긍정적(?)인 답변을 폐막식할 때 얻
었다.

‘비판’에서 ‘대안’으로

제2차 세계사회포럼의 또 다른 특징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넘어 대안에 대한 논의
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비아 깜페시나나 사회주의당 등은 우
리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사회주의만으로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라면
서 현 시기에 있어 사회주의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특정 ‘주의’로 규정할 수 없는 현재 진행형 운동들 그 자체를 대안으로 사고하
는 흐름이 존재했다. 특히, 탈세계화(deglobalisation), 지역화(localisation), 연대의 경제
(economy of solidarity) 등 그 내에도 다양한 흐름이 있는 후자의 경우, 탈중심화되고 지속가능
한 대안적 경제체제를 논한다. 그래서 관련된 회의는 공통적으로 소농민, 노동자, 지역조합 활동
가, 공공주택 관련자, 빈민운동가 등 지역운동이나 공동체 운동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활동가
들, 또는 젠더적 입장에서 대안적 경제 모델을 연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자기 사례를 통해
대안적 생산 및 분배 체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에 대한 논의
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진행된 점, 생태주의자, 여성주의자 등 다양한 입장들이 반영되고 있다
는 점, 그래서 대안을 여러 세력들이 역동적으로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이미 진
행되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을 반신자유주의의 맥락에서 읽어내고 배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
업이며, 이 사례들은 또 다른 운동을 자극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성과 탈중
심성, 소규모성만을 강조하는 것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들을 엮어낼 정치적 프로그램은 무엇인
가? 없어도 되는가? 서로 간 ‘아름다운 나눔의 정신’만으로 충분한가?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정
책을 옹호하는 유럽의 ‘제3의 길’ 정권들은 기존의 사회복지가 몰락한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완
충제로 이러한 ‘대안적 지역 경제’를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변혁적이고 포괄적
인 정치 프로그램의 부재는 이 운동들의 제도화로 귀결될 수 있다.
주체의 다양성을 인식하면서도 이와 같은 다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 계획의 수립이 아마도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이자 향후 대안 창출에 있어 핵심 과제일 것이
다. 이에 대한 해답을 세계사회포럼에서 기대할 수는 없지만, 논의를 다 구체화시키고, 제기되
고 있는 다양한 대안들 간 대화를 가능케 하는 공간으로 역할한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특
정 ‘주의’로 명명되는 근본적 대안과 보다 유연하고 실천적 수준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시도들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장단기적 안목에 따라 상호보완적 전략과 전술을 택하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한다.

2001년도 반신자유주의 국제연대 운동, 우여곡절 만큼 성장도 했나

2001년도가 세계 정치경제적 지배질서를 강화하고 동시에 모순을 극대화한 만큼, 신자유주의 반
대 운동에게는 많은 우여곡절을 가져다줬다. 그 간 진행된 반신자유주의 운동에 대한 평가는 다
양한 시각에서 여러 차례 이루어졌는데, 주로 월든 벨로나 사미르 아민 등 지식인, 아탁, 비아
깜페시나와 세계여성행진 등 네트워크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세계사회포럼에 가장 큰 참가단을
보낸 이탈리아의 제노아사회포럼도 고정 발제 단위 중 하나였다. 발제자나 회의 참가자들 모두
의 일반적인 의견은 2001년도 반신자유주의 국제연대 운동이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
이다. 우선, 7월 제노아 G8 정상회담 반대 시위에 30만 명이라는 역사적 인원이 집결했고, 그 후
과로 이탈리아에서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전국적 대중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활동
가가 힘주면서 말했다. 지역별로 130개의 ‘사회포럼’들이 조직되어 2-3개월마다 전국 회의를 진
행한다고 한다. 이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명백한 성과이기도 하고 또한 다양한 운동들 간 연대
를 꾀하고 안정화시키는 장치로서 자리잡은 세계 및 지역 ‘사회포럼’의 성과이기도 하다.
9.11 이후 각종 ‘반테러’ 조치로 사회운동을 범죄화하려는 시도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켰다는 점
도 큰 성과로 지적되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전세계적으로 폭발한 반전평화운동, 제3세계에서
붉어져 나온 반미반제운동, 그리고 반신자유주의 운동 간 상호 연대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
고, 이러한 연대 속에서 북반구 중산층 중심의 기존 평화운동이 급진화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는 북반구와 남반구 사회운동들 간 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전쟁 반대, 제국주의 반대’라는 구호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그럼
으로써 운동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는 점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대 속에는 여러 논쟁
지점들(위에서 언급한 ‘테러리즘’의 정의 등)이 해결되지 않고 봉합된 채 남겨져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다지 큰 논쟁 지점으로 발전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맴돌고 있는 문제는 ‘반신자유
주의 사회운동들’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되
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주로 북반구에서 개최되는) 상징적인 대규모 시위에 (주로 남반구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소중한 투쟁들이 묻히고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즉, 주체와 의제의 다양성
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반신자유주의 운동’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지칭할 때 여전히 ‘북반
구’가 이끄는 ‘주류’ 네트워크들을 가리키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주의 없이 또 다른 세계는 불가능하다!

금융세계화에 대한 토론이든, 전쟁 반대 시위이든, 대안에 대한 논쟁이든, 이 모든 과정에서 여
성들이 적극적인 주체로 나섰다는 점은 세계사회포럼, 나아가 반신자유주의 운동에 있어 분명히
주목할 만한 ‘일보진전’이다. 브라질여성연합, 경제 변혁을 위한 라틴아메키라 여성연합
(REMTE), 세계여성행진(WMW) 등 페미니스트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
에 대한 여성주의적 대안에 관한 세미나와 워크샵을 개최하면서 가부장제와 더불어 자본주의 체
제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한편, 2월 2일 여성의 빈곤화와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 문화 퍼포먼스와 낙태권 캠페인 등 세계사회포럼 기간 중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또
한 ‘여성주의 없이 또 다른 세계가 불가능하고, 세계가 변해야 여성의 삶도 변한다’라는 구호 아
래 세계사회포럼 조직위원회에 가입해있는 세계여성행진은 반신자유주의 국제연대운동을 평가하
거나 조망하는 모든 세미나 자리에 발제자로 참석해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운동을 평가하고 새로
운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여성행진의 촉구 및 ‘감시’ 덕분에 각 세미나 주최측들
은 최소한 발제자의 남녀비율을 맞추는 데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올해 ‘외채에 관
한 국제민중법정’이 개최되었듯이, 내년에는 ‘여성폭력에 관한 국제민중법정’ 개최가 계획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회포럼이 진정 ‘다른 세계’를 향하기 위해…

2월 4일 오후에 수천 명이 모인 ‘사회운동들의 마지막 회의’에서 3일 간 수정작업을 거친 결의문
이 낭독되었고 여러 국가 또는 단체 대표자들이 줄이어 나와 투쟁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러한 의
지는 바로 직후 진행된 FTAA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그리고 2월 5일 오전, 제2차 세계사회포럼 폐
막식이 거행되었다. “환영합니다. 여기가 바로 또 다른 세계입니다”라고 쓰여진 무대 위에서 라
틴아메리카 원주민을 비롯한 대륙별, 인종별 참가자들이 발언을 했고, 참가자들은 깃발을 흔들
고 대회가 ‘Um outro mundo possivel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를 부르며 옆 사람 손을 잡
고 의자 위에 올라가 춤을 췄다. 그리고 내년에는 포르투알레그레 뿐만 아니라 네팔, 에콰도르,
미국, 지중해와 팔레스타인에서 대륙별로도 모이기로 약속했다.
130여개국에서 5만명을 집결시킨 세계사회포럼은 1999년 이후 폭발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국
제연대 운동의 집약된 성과이자, 다음 단계를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그러한 만큼, 반신자유주
의 운동의 성과와 한계는 세계사회포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역시 이번 회
의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에스끼벨, 멘추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소말리아 ILO 사무총장,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등 국제적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은 세계사회포럼, 나아가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대중적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 동안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대안이나 어떠한 제도적 기반도 없는 맹목적 비판이
었다는 ‘누명’을 씻게 되었고, 그 어느 누구도 이제 이 운동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반신자유주의 운동 자체가 그러하듯,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사회포럼이 이토록
인정받고, 안정화되고, 점점 더 대규모화되고 또한 더욱 큰 상징으로 치켜세워지면서 세계사회포
럼, 나아가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제도화 또는 관료화되거나, 소수 명망가 중심의 운동으로 흘러
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지지를 잃어가고 있는 브라질의 노동자당이 세계사회포럼을 전략적으
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고, 주와 시의 적극적 후원으로 가능했던, ‘운동권들의 올림
픽’과 같은 이 대규모 행사를 과연 어느 국가(특히 남반구)가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4나
올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의 참여도가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것은 물리적 인
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운동에 대한 각종 회의에서도 제기되었고, 내가 ‘결의문 작성위원회
(drafting committee)’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세계사회포럼으로 ‘대변’되는 이 운동은
과연 누구의 운동인가라는 것이다. 작성위원회에 추천된 것은 내가 동양인이고 여성이기 때문
에, 한 마디로 인종과 성별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거대한 ‘국제연대의 장’에서 여전히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북반구 사회운동 세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깨가
무거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에 씁쓸하기도 했다. 급진적인 반신
자유주의 운동은 여전히 남반구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반신자유주의 국제연대에 있어 세계사회포럼이 차지하는 상징적 위치와 역할, 2년 연속으로 성황
리에 개최되었으며 지역별로 확산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 그 자체의 성과와 점점 가시화되어 가
고 있는 한계 속에서, 한국에서의 국제연대는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이 든다.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국제연대의 장에 한국의 운동진영은 어떠한 내용
과 입장을 가지고 참여할 것이며, 여기에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다시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한
국에서 신자유주의란 어떠한 의미인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어떻게 대중화시키고, 또한 이
투쟁을 어떻게 국제적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우리에게 대안은 무엇인가? 또한 2003년부터 정기
적으로 열릴 예정인 아시아사회포럼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우려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사회포럼은 분명히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에 균
열을 내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가운데 있다. 엄밀히 말하면 세계사회포럼은
이 두 세계 사이의 경계에 있는, 하나의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희망은 여기에서 생겨나고 있
다. 포르투알레그레에 모였던 5만 명은 서로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다른 역사와 문화
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함께 ‘신자유주의 반대’와 ‘전쟁 반대’를 외쳤다. 세계경제포럼
이 신자유주의의 첨병들 이윤을 극대화하고 다수를 빈곤의 굴레 속에 빠뜨리기 위한 전략을 짜
는 연례 행사라면, 세계사회포럼은 이에 맞서 민주주의와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 자본이 아닌
민중 중심의 대안적 세계화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한 실험의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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