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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주변 옥토, 진흙으로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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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큰일 났다.”
“저 넓은 땅에 몇 년간 손을 댄다면 농사도 못 짓는데 식량이 모자라면 어떻게 할 건인지.”
“옥토를 왜 리모델링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홍수가 나면 잠겼는데 공짜로 높여 준다고 하니 좋은 거지.”
“농사 안 지어도 되고, 보상도 해준다니 괜찮은 거 아닌가.”
“땅값 올라갈 텐데 왜 반대하나.”
 
국토해양부·한국농어촌공사가 벌이는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에 대해 농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4대강 살리기사업)을 통해 강(둔치)에서 나온 준설토를 농지에 쌓아 돋우는 사업을 벌인다. 정부는 이것에 ‘농경지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을 붙여 추진하고 있다.




▲ 밀양 하남지역 하천경작자들은 4대강정비사업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생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밀양 하남지역 들녘에 내걸려 있는 펼침막. ⓒ 윤성효





▲ 경남 밀양시 상남면을 흐르는 낙동강으로, 왼쪽에 보이는 제법 넓은 둔치는 사업을 진행할 경우 모두 없어지게 되며, 파낸 흙은 사진에서 오른쪽 둑 너머에 있는 확장지구 들판을 ‘리모델링’하는데 사용된다. ⓒ 윤성효


요즘 농어촌공사는 각 지사별로 농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벌이고 있다. 농민들로부터 동의서도 받고 있다. 조만간 보상 절차가 진행되며, 내년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1년 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농경지 리모델링에 따른 2년치의 영농손실과 비닐하우스 등 지장물건은 전액 국비로 보상된다.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은 낙동강 전역에 걸쳐 이루어진다. 경북 안동부터 경남 김해까지. 경남권역은 김해, 양산, 밀양, 창원, 함안, 의령, 합천, 창녕 등 40개 지구이며 경북권역은 안동, 고령, 성주, 칠곡, 예천, 의성, 구미, 상주 등 48개 지구다. 자치단체마다 2~5개 정도의 지구를 두고 있다.
 
밀양 상남면 확장·외산·인산·동산지구, 양산 물금읍 증산지구, 창녕 미구(유어면)·상리·현창·장천·이방(이방면)·노리(부곡면)·길곡·오호(길곡면)·월하(남지읍)·사몰포(대지면)지구, 창원 일동·모산(대산면)·본포(동읍)·외산(북면)지구, 합천 광암·원진·가현·삼학·성태(청덕면)·죽고·적중(적중면)·병배(덕곡면)지구, 김해 낙산·어은·안하·시산·한림·장재·봉림(한림면)·미사(생림면)·여차(상동면)지구, 의령 전화·내제·율산·정곡·여의·이근(낙서면)·성산·유곡(지정면) 지구 등이다.
 
대부분 지구마다 수백~수천 헥타르(ha)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다. 구미는 11개 지구의 저지대 농지 2133㏊, 의성은 총면적 257ha, 밀양은 3개 지구의 농지 400ha가량을 돋운다. 낙동강 권역 88개 지구 전체를 포함하면 그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리모델링 대상 지역은 저지대가 많고, 낙동강과 붙어 있다. 지금 농지보다 최고 10m 가까이 높이는 곳도 있다.
 
대상지는 낙동강과 둑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기도 하고, 몇 km가량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낙동강 준설지역에서 김해 한림 안하지구는 6km, 시산지구는 1km 정도 거리다. 낙동강에서 준설해 트럭을 이용해 이곳까지 옮기는 작업을 벌이게 된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준설토 적치장과 다르다. 적치장은 강에서 채취한 골재를 팔거나 사용하기 위해 임시 보관해 놓는 장소를 말한다. 현재 4대강 정비사업에서 적치장은 해당 자치단체에서 마련하도록 해 놓았다. 적치장 규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농경지를 돋우는 데 들어가는 준설토는 골재와 다르다. 흙, 특히 진흙이 해당된다. 강 바닥과 둔치에서 파낸 흙을 농지로 옮겨 돋우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상지역 중에는 그동안 홍수 때마다 상습 침수된 곳도 있지만, 옥토도 많다.




▲ 이영학 이장이 4대강정비사업으로 농지 리모델링 사업 대상지인 밀양 상남면 확장지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앞에 보이는 모든 들판이 대상지다. ⓒ 윤성효






▲ 말양 상남면 확장지구. 4대강정비사업으로 낙동강에서 준설한 흙과 모래를 최고 높이 7.5m로 숭상하는 ‘농지 리모델링’ 대상지다. ⓒ 윤성효

상당수 농민들 ‘리모델링’에 찬성… 개발 아닌가?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지 가운데 한 곳인 밀양 상남면 확장·외산·인산·동산지구를 지난 18일 환경·농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보았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과 밀양하남 하천경작자 생계대책위원회 하원오 위원장(부산농민회장), 밀양 평촌리(2구) 이영학 이장, 이수완 밀양참여연대 환경위원장과 함께했다.
 
평촌리 마을정자에 모였다. 모두 걱정부터 했다. 한마디로 ‘큰일 났다’는 반응이다. “말로는 농경지 리모델링이라지만 결국에는 적치장이 되고, 나중에는 물류단지나 택지, 공장 등으로 개발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밀양지사는 상남면 4대지구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했다. 주민설명회도 했으며,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곳은 낙동강과 밀양강 합류 지점에 있다. 수산대교부터 밀양강 합류 지점까지 흙과 모래 등을 준설해 이곳의 농경지를 돋우게 된다. 이곳 농경지는 지금보다 최고 7.5m가량 높아진다.
 
이곳은 내년 상반기부터 리모델링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어촌공사는 농민들에게 내년 봄까지 농작물 경작을 끝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리는 심지 말라고 했다는 말도 나온다. 농어촌공사는 밀양 4개 지구 리모델링사업에 1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원오 위원장은 “지금 농사 잘 짓고 있는데, 무슨 리모델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정도 높여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지, 농사지을 물은 제대로 끌어 올 수 있을지 걱정이며, 한쪽을 높이게 되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곳이 있어 침수될 것인데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 밀양 평촌리2구 이영학 이장과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하원오 하남하천경작자생계대책위원장, 이수완 밀양참여연대 환경위원장이 18일 오후 밀양 평촌리 정자에 모여 4대강정비사업과 관련한 농지 리모델링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 4대강정비사업으로 낙동강에서 준설한 흙과 모래를 쌓아 ‘농지 리모델링’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밀양 상남면 확장지구. 지금은 농토가 좋아 비닐하우스를 하고 있다. ⓒ 윤성효

이영학 이장은 “4개 지구 가운데, 몇 군데는 이전부터 홍수가 나면 침수가 되어 높여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렇지 않고 땅이 좋아 비닐하우스를 많이 하는 논의 주인들은 반대했는데, 농어촌공사에서 한 차례 더 설명회를 열어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상은 농지 주인한테만 이루어진다. 소작농들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곳 농지는 외지인 소유가 30~40% 정도에 이른다. 농민들에 따르면, 논 1000평의 경우 한 해 벼 수확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150만 원 안팎인데 리모델링사업으로 1년에 600만 원 정도 보상해 준다는 것. 이에 농지 주인들은 거의 대부분 리모델링사업에 찬성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논에서 밭으로 지목변경하기를 바라고 있다. 절대농지에서 풀리면 공장이나 택지 등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게 쉬워지고, 개발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땅 값이 올라간다고 보는 것.
 
하 위원장은 “농지 주인들은 소작농한테 빌려주어봤자 한 해 쌀 몇 가마 정도 받는 게 전부라 할 수 있는데, 2년간 받는 보상금은 그보다 몇 배가 더 되니까 좋아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소작농에 대한 보상도 없고, 대책도 없는 게 큰일이다”고 말했다.
 
이영학 이장은 “리모델링하겠다고 하는 논은 모두 나락 농사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간혹 침수될 때도 있지만 상습침수지는 아니다”면서 “농민들이 여러 해 동안 옥토로 가꾸어 놓았는데, 모래와 진흙으로 높이 돋우고 나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 4대강정비사업으로 준설한 흙과 모래를 쌓아 ‘농지 리모델링’ 대상지로 선정된 밀양 상남면 확장지구다. 지금은 농지가 좋아 비닐하우스가 즐비한데, 사진에서 보이는 모든 논이 리모델링 대상지다. ⓒ 윤성효





▲ 낙동강 상남면 일대 낙동강 하천의 둔치에서 경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 윤성효

“지금 농사짓기 좋은데 무슨 리모델링이냐”
 
이들과 현장을 둘러보았다. 평촌마을에서 차량으로 10여 분간 낙동강변으로 갔더니, 황금벌판이 펼쳐졌다. 그 벌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리모델링 대상지인 밀양시 상남면 확장·외산·인산지구였다. 낙동강 쪽엔 비닐하우스 시설이 즐비했다.
 
낙동강과 밀양강은 강물도, 둔치도 푸르렀다. 넓은 둔치에서 파낸 흙과 모래를 이곳 농경지를 돋우는 데 사용하게 된다. 이수완 위원장은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에 붙어 있는데, 이곳을 7m 안팎 높여 농경지로 다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다른 용도로 변경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은 농민들에게 땅을 높여 상습침수지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고 했는데, 나중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뻔해 보인다”면서 “물류단지를 비롯한 각종 개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최근까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따질 문제가 많이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면서 “지금 농사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리모델링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밀양의 4개 리모델링 지구는 정부에서 건설 추진 중인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바로 옆에 있다. 신공항 후보지는 밀양 하남지역이다.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꽤 넓은 평야다.
 
하원오 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지금은 김해에 있는 공항과 창원에 있는 공단을 이곳에 설치하려고 하다가 하도 땅이 좋아 그대로 살려야 한다고 해서 공항과 공단이 지금의 위치로 갔다는 말이 있다”면서 “신공항도 그렇고 4대강사업과 관련한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은 바로 밀양의 옥토를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밀양강과 만나는 낙동강의 둔치로 숲이 우거져 있고 농사를 짓는 둔치가 보인다. ⓒ 윤성효





▲ 경남 밀양시 상남면 외산지구.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파낸 흙과 모래로 ‘농지 리모델링’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땅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모든 논이 낙동강에서 파낸 준설토로 높여진다. ⓒ 윤성효

농어촌공사 “적치장은 아니다, 농민 원하면 지목변경 가능”
 
한국농어촌공사 밀양지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현지 조사와 설명회, 동의 절차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면서 “4대강사업과 연계되어, 강에서 준설한 흙을 가져와 농경지를 돋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개 지구의 총 사업비는 1000억 원이며, 내년 봄부터 농사를 짓지 않고 공사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흙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환경부 등과 연계해 설계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목변경은 농민이 원할 경우 가능하다. 그는 “현재는 논인데 밭으로 지목변경을 농민이 원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적치장으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에, 그는 “적치장은 골재로 사용할 수 있는 모래를 쌓아놓는 장소를 말하는데 해당 자치단체에서 마련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지는 적치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 하남 들녘에 매달려 있는 펼침막. ⓒ 윤성효

장상환 교수 “한쪽이 높아지면 다른 쪽이 침수”
 
이성목 경남진보연합 정책국장은 “현재 4대강사업 마스트플랜을 보면 강에서 파낸 모래와 흙은 천변공원 조성이나 대학 캠퍼스 부지 조성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서 “마스트플랜에는 모래를 가져갈 곳의 정확한 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 사업은 일단 사토로 땅을 높이고 토질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2년 뒤에 농사를 짓게 될지 걱정스럽고, 다른 쪽으로 개발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4대강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해 온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지금 정부 정책을 보면 모래는 골재로 분리해서 팔고, 진흙으로 논경지 등을 메운다는 것”이라며 “진흙으로 메운 땅이 농지로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보통 논을 개토하려면 산에 있는 흙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을 높이면 다른 쪽은 더 낮아지는 땅이 생긴다”면서 “땅은 강 쪽으로 내려올수록 낮아지는데, 강 옆의 땅을 높이면 어떻게 되겠느냐. 다른 지역이 저습지가 되고 침수지역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 간 그 많은 땅을 리모델링한다면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 것인데, 그것으로 인한 부작용도 클 것”이라며 “처음 계획을 세울 때 이런 부분까지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밀양 하남지역 들편이다. 경남도는 이곳에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해 놓았다. 이곳은 낙동강정비사업의 준설토로 ‘농지 리모델링’ 대상지에 포함된 밀양 상남면 외산지구가 붙어 있다. ⓒ 윤성효



 ▲ 밀양 상남면에 해당하는 낙동강의 천변습지. ‘아름답다.’



*출처 : 낙동강 주변 ‘옥토’, 진흙으로 덮는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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