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프로그램

[어린이 환경스케치(2)] 엄마, 우리교실은 동굴로 들어가요!


[미정이의 어린이 환경스케치(2)] “엄마, 우리교실은
동굴로 들어가요!”

벌써 이태전인가요..
유치원 증원을 위해 지하시설까지 교실로 이용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
뜨리는 한 어머님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와 사실들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탁한공기, 아이들이 뛰노는 교실의 한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회색빛 콘크리트벽의 깔끔함(!)…
“엄마, 우리교실은 동굴로 들어가요!”라는 아이들의 지하
동굴 등교기(?)와
갑작스레 늘어난 아이들의 천식으로 인해 시작된 학부모들과 운영자
간의 몇 달간의 지리한 싸움은,
결국 지하교실폐쇄, 지상교실로의 이전이라는 제자리 찾기 끝에 가까
스로 마무리되었지요…

그 과정 가운데 가장 마음 아팠던 사실은 어른과는 달리 회피본능도
없고 면역성도 현격히 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한 정당한 환경권 확보를 엄마들의 유난(!)으로 보는 기
성세대들, 운영자들의 태도였습니다.
심지어는 몇몇 교사나 학부모들까지도 아이들에 대한 안전사고 가능
성에 대해서만큼은, 더군다나 폐쇄된
공간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아이들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너그럽기
그지없었으니까요..

아 참, 다들 아시죠? 지하공간의 경우 라돈 등의 방사성 물질의 노
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
대기오염은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유치원·지하상가 등 실내공

세균 ‘득실’ … 이 기사를 접하면서 그 해의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
아 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하루 일과의 90%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하는 우리 아
이들의 환경을 다시 한번
둘러봐 주십시오.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떳떳할 권리가 있습니
다.

* 글: 장미정 님(환경교육센

간사), 어린이환경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여 전해드립니
다.


*[기사1] 유치원·지하상가
등 실내공기 세균 ‘득실’ …

*[기사2] 지난 주에는
‘환경호르몬 돌풍’을 일으켰던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의 저자
다이엔 듀마노스키가 방문.. ‘호르몬의 재앙’을 주제로 강연을 하
였습니다. 인터뷰기사로 내용을
대신합니다.

*[기사3] “소풍
전날에 흘리 두 아이의 눈물”… 어린 시절 봄소풍 기억이 새
록새록.. 그리고
이런 선생님 어때요?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기사인데 재미있어서 올
립니다. 읽어보세요..!!


[중앙일보] 2002-04-19 (사회) 뉴스 30면 43판 652


유치원·지하상가 등 실내공기 세균 ‘득실’
유치원.지하상가 등의 실내공기가 외국의 권고 기준을 훨씬 초과
할 정도로
세균.곰팡이로 심하게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일 서울시립대.한양대 연구팀이 환경부에 제출한 ‘실내공
기 오염 특
성 및 관리방법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이 최근 유치원.아파트.지하상가 등 건물 용도별로 수도권
27곳에서 공
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 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이 ㎥당 5백50
마리로 측정
됐다.
특히 서울 동대문구의 유치원에서 1천1백38마리, 종로구의 박물관
에서 1천69
마리, 관악구의 아파트에서 1천마리가 각각 검출돼 싱가포르 기준
의 두배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의 지하상가 두곳과 서울 중구의 지하주차장.역사, 경
기도 과천
의 어린이집에서도 8백마리 이상의 세균이 떠다니는 것으로 조사됐
다.
국내 기준은 없으며, 싱가포르에서는 권고기준을 ㎥당 5백마리 이
하로 정해
놓고 있다. 미생물 숫자가 많이 측정된 유치원.아파트.지하상가 등
은 환기시
설을 가동하지 않고 자연 환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조사팀은 “미생물들은 습기가 많고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환
경에서 잘 증식하
며 전염성 질환이나 알레르기.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며 “주기적
으로 실내외에 대한 소독.방제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
했다.
강찬수 기자

————————————————-
[동아일보] 2002-04-22 (과학.의학) 인터뷰 21면 05판 2690자
‘도둑맞은 미래’ 저자 다이앤 듀마노스키 인터뷰
한국 등 17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미래’의 저자 다
이앤 듀마
노스키가 동아사이언스와 랩프론티어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와 18
일 저녁
‘호르몬의 재앙’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했다.
30여년 동안 미국 보스턴 글로브 등에서 환경 저널리스트로 일해
온 그가 2명
의 동물학자와 함께 96년 출판한 이 책은 합성화학물질이 성비 파
괴, 생식 능
력 저하로 다음 세대를 위협하는 실태를 고발해 전세계에 ‘환경호
르몬 돌풍’
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환경호르몬이 생식계통뿐아니라 지능과 행동에
도 장애를
준다며 ‘녹색화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연 뒤 자세한 얘기
를 들었다.
-환경호르몬이 어떻게 다음 세대를 위협하는지 설명해 달라.
“2차 대전의 ‘화학혁명’을 통해 현대문명은 농약 등 엄청난 화
학물질을 환
경에 쏟아 부었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의 지방, 자궁의 양수, 모
유, 북극곰, 심
해의 고래, 정원의 토양, 플라스틱 용기, 합성세제, 화장품, 장난
감, 컴퓨터
어디나 존재한다. 지금까지 140종이 넘는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
로 밝혀졌
고,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DDT, PCB, 다이옥신 등 난분해성 환경호르몬은 여성의 체지방에 축
적됐다가 임
신한 여성이 자신의 지방을 태워 새 생명을 만들 때 탯줄이나 모유
를 통해 아
기에게 전달된다. 우리 몸 속에서는 췌장, 갑상선 등 내분비기관에
서 호르몬
이 분비된다. 호르몬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제공돼야 아
이가 정상적
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일부 화학물질은 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해
체내에 들어
오면 호르몬 흉내를 낸다. 이 때문에 인체가 착각을 일으켜 특히
발육기의 태
아나 어린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이는 마치 핸드폰
에 다른 사람
에게 가야할 메시지가 전달돼 통신이 교란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
다.”
-책 출판 이후 환경호르몬이 생식 계통의 장애 외에 뇌와 행동에
도 영향을 주
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미국 5대호 지역에서 엄마의 자궁에서 PCB 등 저농도의 환경호르
몬에 노출
된 아이를 장기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커서 지능의 발
달과 학습 능
력, 집중력에 장애를 나타내고 스트레스에도 약한 것으로 밝혀졌
다. 이런 증상
은 수십년 뒤 성인이 돼야 나타나므로 발견이 어렵다. 놀라운 사실
은 환경호르
몬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은 여성의 환경호르몬 농도가 거의 자연
농도에 가까
운 정상농도였다는 점이다. 5대호의 숭어는 단지 5 ppt(ppt“1조
분의 1)의 다
이옥신 농도로 알이 치명적 피해를 입어 멸종 위기를 맞고 있
다.
20세기에 유럽에서는 남성의 정자 숫자가 절반까지 감소했고, 젊
은 남성의 고
환암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미국에서도 생식기의 기형인 요도하열
증 환자가
70년에서 90년 사이에 두배로 늘었다. 플로리다의 악어는 수컷의
성기가 3분
의 1에 불과하다. 암컷도 수컷도 아닌 거북이와 북극곰의 숫자도
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도둑맞은 미래’에
서 문제를 삼
았던 플라스틱 용기 속의 비스페놀A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웠지
만 여전히 사
용되고 있다. 안전하다고 보나.
“(사무실의 생수통을 가리키며) 생수통이나 젖병은 폴리카보네이
트라는 플라
스틱으로 만든다. 여기에는 비스페놀A가 들어있어 플라스틱을 부드
럽게 한다.
어린이 젓병의 95%가 폴리카보네이트이다. 책 발간 직후 화학산업
체는 비스페
놀A가 안전하다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2년 전 플라스틱 용
기나 캔에
서 용출되는 미량의 비스페놀A가 태아의 뇌 발달과 행동, 생식계통
에 영향을
준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와 유명 저널에 발표됐다. 비스페놀A
는 플라스틱
이 낡거나 뜨겁게 가열되면 더 나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환경호르몬으로 밝혀진 PBDE도 주목 대상이다. 이 난분해성
물질은 플라
스틱이 불에 붙지 않도록 하는 방염재로 컴퓨터, 자동차, 가구,
옷, 카펫, 건
축재 등 플라스틱 어디에나 쓰인다. 스웨덴에서는 72년부터 97년
사이에 모유
의 PBDE 농도가 50배나 증가했다. PBDE는 자연의 갑상선 호르몬보
다 7배가 강
력하다. 따라서 갑상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뇌의 발달에 위협적
이다.”
-환경호르몬을 추방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노력하고 있는데
“DDT, PCB 등 12개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금지협약(POPS)
이 지난해
채택됐다. 환경단체들은 8월 남아공에서 열릴 지속가능한 개발 정
상회담 때까
지 이 협약을 발효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에 가입 압력을 넣고 있
다. 하지만 금
지할 12개 물질은 환경호르몬의 극히 일부이다.
7만2000종의 합성화학물질이 판매되는 미국에서는 매년 2400종의
새 물질이 나
오지만, 이중 15개만이 합리적인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는 자신도 모
르는 사이에 거대한 화학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환경
호르몬 문제는 단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
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유명 의학잡지 ‘랜싯’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유아 사망
의 15%가 DDT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중국 등 25개국이 여전
히 말라리아
모기 퇴치 등을 위해 DDT를 쓰고 있다. 한국은 DDT 사용을 금지했
지만 중국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나라다. 게다가 DDT는 바람과 황사를 통해 장거
리 이동을
하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웨덴은 1999년 지속가능한 화학 정
책을 채택하
면서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안전성이 입증돼야 사용을 하기로 정책
을 혁명적으
로 전환했다. 한국도 ‘녹색 화학’ 체제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
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소풍 전날에 흘린 두 아이의 눈물 – <시와 아이들> 봄 소풍 이
야기

*글: 안준철 기자 jjbird7@hanmail.net ,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글입
니다]

봄 소풍을 가던 날입니다. 모이기로 약속한 장소에 가보니 시간이
퍽 이른데
도 십여 명의 아이들이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밝고 가벼운 옷차림
으로 둥그렇
게 원을 그리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묵정밭에 핀
한 무더기 봄
꽃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저를 먼저 발견하고
는 쪼르르 달
려와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 오늘 청바지 입고 왔어요. 이 웃옷도 오래 전
에 산 거구요. 그리
고 구두 안 신고 운동화도 신고 왔어요.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 저
맞죠?”

그러자 이번에는 서너 명의 아이가 한꺼번에 앞을 다투어 몰려와
마치 패션쇼
라도 벌이듯이 묘한 몸 동작까지 곁들여 옷맵시를 자랑하거나, 아
니면 자신의
옷차림을 설명하느라 난리입니다. 말에 과장이 있어 보이기도 하
고 더러는 진
실성이 의심되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상을 타려는 모습이
예뻐 보입니
다.

“선생님, 저도 청바지 입고 왔는데요, 작년에 언니에게 물려
받은 거예요. 우
리 집 가정 경제를 생각해서요. 그래도 워낙 모델이 좋아서 섹시
해 보이죠? 그
리고 여기 이 구멍은 너무 오래 입어서 닳아진 거예요. 일부러 찢
어진 것을
산 것이 아니고요.”

아이들이 청바지에 헌옷 타령을 하면서 제 앞에서 궁색을 떤 것
은 그만한 이유
가 있습니다. 소풍을 한 열흘 앞두고 저는 소풍날 가장 옷을 잘 입
고 온 아이
에게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입니다. 이런
단서조항을
붙여서 말입니다.

첫째, 소풍을 위해 새로 장만한 옷이나 정장차림은 실격.
둘째, 오래 걷기에 편한 복장과 신발을 신을 것.
넷째, 소박한 옷차림이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것.

해마다 아이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소풍날 하나의 재미를
더하거나, 아
이들 복장을 단속하려는 생활지도 차원에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오
래 전 소풍
하루 전날에 흘린 두 아이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서너 해 전의 일입니다. 그해 처음 여자 반 담임을 맡았는데 소풍
을 불과 하
루 앞두고 두 아이가 교무실로 저를 찾아와 갑자기 소풍을 가지 않
겠다고 했습
니다. 이유를 물으니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다
가 갑자기 훌
쩍훌쩍 울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사정을 물어보니 대답
이 너무 뜻밖
이었습니다.

“저, 내일 입고 갈 옷이 없어요.”
어이가 없는 대답이었지만, 혹시라도 집안에 무슨 사정이 있는 것
이 아닐까 싶
어서 이렇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옷이 없다니?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그러자 옆에서 함께 훌쩍이고 있던 아이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애들은 내일 다 새 옷을 입고 올 거란 말예요.”

저는 그날 두 아이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소풍을
가는 날 새 옷
을 사 입는 것은 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며, 더욱이 편한 복장
도 아닌 정장
스타일의 옷을 사 입고 소풍을 가는 것은 정말 촌스럽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
해주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만, 두 아이 모두 집에 청
바지가 있다
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내일 그것을 입고 오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
라고만 귀띔
을 해주어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수업 시간 다른 반 교실에 들어가 두 아이의 말이 사실
인지 직접 확
인을 해보았습니다. 과장이겠거니 했는데, 놀랍게도 절반 가량이
소풍을 위해
새 옷을 장만한 것으로 응답을 하였습니다. 왜 집에 있는 말짱한
옷들을 놓아
두고 소풍날 하루를 위해서 새 옷을 사느냐고 물어보니 한 아이의
대답이 이랬
습니다.

“소풍날 친구들은 다 새 옷 입고 오는데 저만 안 입으면 쪽
팔리잖아요.”

‘언제부터 아이들이 이렇게 허약해졌을까?’
그런 아득한 생각이 밀려오면서 소풍날 하루를 위해 옷을 산 아이
들이나, 그
것 때문에 상처가 된 아이들이나 모두 함께 혼을 내서 정신을 차리
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
했습니다. 그
것이 아이들만의 잘못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날 종례 시간, 저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뒤에 이렇게 말했습
니다.
“내일은 자유복장입니다. 그리고 내일 옷을 가장 잘 입고 나
온 학생에게 ‘베스
트 드레서’ 상을 주겠습니다. 그런데 소풍날 하루 입자고 부모님
을 졸라서 새
옷을 사 입고 온 학생은 실격입니다. 그런 학생들은 부모님께 결
코 효도하는
학생이라도 말할 수 없으니까 금번 효행상 시상에서도 제외하겠습
니다. 그리
고 한 가지 힌트를 드리면, 선생님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를 좋아합
니다.”

그 다음날, 청바지에 가벼운 웃옷차림을 하고 온 아이는 그 두 아
이 말고도 상
당수가 있었습니다. 몇 아이만 이미 사놓은 옷을 안 입고 올 수도
없었던지
새 옷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옷 모양새가 모
두 엇비슷하
여 무슨 제복 같기도 한 것이 색깔조차 밝지 못하고 침침하여, 밝
고 소박하고
발랄한 자유복장을 한 아이들에 섞여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습니
다.

올해 봄 소풍에는 단 한 명의 아이도 새로 산 옷을 입고 오지 않
았습니다. 언
니나 엄마가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임신복 비슷한 옷을 입고 온 아
이가 한
명, 그리고 양장 스타일(본인은 절대 양장이 아니라고 우겼지만)
의 불편한 옷
을 입고 온 아이가 한 명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 두 아이는 소풍
날 하루 종일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모둠별로 하는 소풍놀이가 주최측
의 치밀한 계
획에 의해서 대부분 몸으로 때워야 하는 남성적인 놀이들로 짜여
져 있었기 때
문입니다.

그런 뜨겁고 흥겨운 몸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다시 모둠별
로 모여 제가
내준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란 게
사실은 별 것
이 아니었습니다. 시를 읽고 모둠별로 상의하여 시의 의미가 이어
지도록 빈 공
란을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시내버스 안에서
내게 자리를 양보 받은 할머니 한 분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을
슬그머니 어루만지시더니
손을 쥐었다 놓았다 하신다

불혹을 넘긴 지도 오래인 내가
당신 눈엔 아이 같았을까
아니면, 신혼 시절 남정네나 같았을까
어느 아슴한 시절을
가만 손을 대어 쓰다듬었을까

정류장이 가까워오면서
조심스레 손을 빼려하자
화들짝 놀랐다가 다소곳해지는 손
허전해진, 공기처럼 가벼워진 손을
이번에는 내 쪽에서 ( )( )( ) ( )( )( ) 해본다
————– 졸시 ‘손’ 전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시를 꼼꼼히 읽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바
로 그 점을 노
렸던 것입니다. 비록 놀이를 통해서라도 시를 접한 아이들 중에는
아직 경험하
지 못한 노년의 내면 풍경을 간접 체험하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
었던 것입니
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그 동안 철없이 받기만 하던 사랑을 청산하
고 돌연 사
랑의 주체가 되어 ‘이번에는 내 쪽에서 쥐었다 놓았다’ 해보는 일
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거의 환상적인 생각을 해보기도 한 것입니다.

admin

admin

참여프로그램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