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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책속의 세상이야기(3)] 마지막 거인

[우리아이 책속의 세상이야기(3)]

‘마지막 거인’
‘…..퍽-
퍽- 등장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그 속도가 괴기스럽습니
다…. ‘


– 마지막 거인 / 프랑수

플라스 / 디자인 하우스/초등학교 고학년아이들부터 읽을 수 있
다.
글: 김소희 님/ 환경교
육센터
회원, 어린이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관장, 5살배기
딸 ‘동화’엄마

*
바짝 붙어선 앞뒤는 그렇다치고 ㄱ자로 막아선 옆 동 때문에 늘 버티칼
을 치고 살았던, 전의 아파트에서의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라고 직접 기른 전나무를 끌고 온 선배가 ”
딱 한 평이네”
그랬습니다. 마루에 누워 보이는 하늘 조각이 딱 한 평이라고.
선배는 제 자식 떼 놓듯 전나무를 안타깝게 보고 갔습니다. 무사히 잘
자라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던가 봅니다.
그 한 평으로 잠깐 스쳤다 가면 그만인 햇빛을 두고 상사병이 일었는
지 결국 전나무는 크리스마스 끝나기
무섭게 말라버렸습니다.
달포 전 이사한 우리 집은 아파트 13층입니다.
층이 배로 높아진 만큼 어지러웠지만 며칠동안 그야말로 ‘감격’했습니
다. 앞쪽 뒤쪽이 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 며칠 마음이 무겁습니다.
베란다 창 밖으로 하루, 아니 아침저녁 다르게 불쑥불쑥 드러나는 새
아파트 구조물 때문입니다. 이사
온 첫날 방음벽으로 새 아파트 터만 표시해둔 것 같더니 바로 땅을 팠
고, 시커먼 흙물이 드러나더니
목재들이 격자로 놓여졌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엔 수십 개의 돌기
둥이 촘촘히 박혀 있었습니다.

나는 그 기둥이 마치 내 가슴에 박힌 듯 답답합니다.
새 집에서의 첫 ‘감격’이 다시 ㄱ자로 놓여질 저 건물에 꺾일 것이라
는 이기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채 한달 못 된 시간동안의 변화 때문입니다.
마치 거대도시 하나가 땅속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것 같은 그 속도 말입
니다. 클릭 한번에 퍽- 퍽-
등장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그 속도가 괴기스럽습니다.
그무렵 읽게 된 책이 『마지막 거인』입니다.

*
이 책의 기록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트모어’는 잊었던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1990년 모 신문 창간호에 ‘대두아 아현이’가 공개됐습니다. 핵발전소에
서 방사능 관리부 잡역부로
일했던 문행섭 씨의 딸 아현이는 그 뒤 핵 방사능 오염의 상징이 됐
고, ‘반핵운동’ 현장마다 아현이의
커다란 머리와 휑하니 큰 눈이 늘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아현이는 곧
잊혀졌습니다.
4년 뒤, 잊혀진 아이 아현이를 다시 찾아낸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환
경운동연합의 월간지 『환경운동』기자로
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문행섭씨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집을 나가 절로 떠돌았
고,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 보상도
받지 못했고 되레 ‘기형아’를 낳은 집이라고 이웃 입방아에 시달리고,
그 지역의 모든 경제를 주무르던
한국전력의 냉대 속에 버티다 못한 아현이네는 비 오는 어느 날 새벽,
누구도 모르게 도망갔습니다.
내가 찾아갔을 때 버려진 집에는 소용닿을 곳 없는 살림살이와 거미줄
만 남았더랬습니다.
나는 굳이 아현이를 찾겠다고 여기저기 뒤지고 수소문해댔습니다.
아현이 이름을 꺼내자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허요”
하던 그 엄마의 한숨과
눈물을 다 기록했습니다.
그때 나는 취재기자의 원칙을 벗어나 기사에 사족까지 달았더랬습니
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는 그 일을 기사화 하
겠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다.
끝내 기자라는 것도 밝히지 못했으니까. 이점에서 아현이 어머니께 진
정 용서를 구하려 한다. ……또다시
세인의 관심사가 되기 두려운 그 가족이 스스로 원하기까지는 기사화하
지 않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되물을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죄가 아닌 것을 감당하겠다고
가출해 방황하는 그 아버지와
기형 유전인자를 가진 집안처럼 부당한 눈치를 받아야 하는 형제들과,
어느새 5살이 되도록 방안 깊숙한
곳에서 남모르게 감춰져 자라온 아이 아현이, 그리고 ‘나 하나 희생하
면 세상이 조용할텐데…’라며
가슴에 한을 박고 하루하루를 사는 그 엄마까지…, 생각하면 생각할수
록 그들이 ‘감수’해야 할 짐의
무게가 부당하다는 걸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 아버지가 그리운 가
족에게 돌아오고, 그 엄마가
기쁘게 찬송하며, 형제들이 아현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필귀정’이
욕심일 뿐 또다시 사람들에게
회자되다 변화없이 묻히는 더 큰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두
려울 뿐이다.”
장황하게 내 입장을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무릎꿇고 내밀던 책으로 나를 마구 때리던 그 어머니의
말씀,
“그냥 살게두지 그랬어.”
그 말씀에 내 장황했던 변명도 와르르 무너져버렸습니다.
그 기사 이후 수많은 기자들이 내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현이의 집을
묻는 전화였습니다. 그때 내
자책은 더 컸습니다. 나의 함구에 어느 일간지 기자는 “뭐 대단
한 특종이라고 혼자만 알려하느냐”고
핏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아현이는 잠시 회자되다 또 잊혀졌습니다.
핵의 위험을 대변하겠다는 당위에 밀려 드러난 아이 아현이, 아마 어느
날 새벽, 누구도 모르게, 도망가야
했을 것입니다.
쉽게 욕심내고, 쉽게 들볶이고, 쉽게 포기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어쩔
수 없는 인스턴트 시대의 사람,
나 때문에 말입니다.

*
『마지막 거인』을 읽는 내내 또 다른 책이 연상됐습니다.
아무도 갈 수 없는 땅(never – never land, 호주 서남쪽의 불모지)
의 토착민인
‘참사람’ 부족의 이야기 『무탄트』입니다. 다음호에 계
속..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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