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프로그램

인간의 도시 1부 – 서울의 초상

오늘날 세계는 급속히 도시화되어가고 있다. 인구 천만이 넘는 거대도시, 이른바 메가시티는
1950년까지 세계 단 1곳이었으나 현재는 19곳, 2015년에는 23곳에 이를 전망이다. 멕시코시티를
비롯하여 도쿄, 상파울로, 뉴욕, 상하이, 로스앤젤레스, 캘커타 등. 그리고 그 속에 서울이 있
다.

서울 인구 1천만, 수도권 인구 2천만. 메가시티 서울에서의 삶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은 대한민국의 거대한 심장이다. 수도권에는 전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100대기업 본사
의 95%, 공공기관의 84%, 제조업체의 56%가 몰려있으며 은행예금의 68%가 집중되어 있다. 그러
나 놀랍게도 서울에서의 삶의질은 형편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난 2000년 전세계 215개 도시
를 대상으로 삶의질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서울의 순위는 고작 93위,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은 최하
위 수준이었다.

문제의 근본은 인구집중에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
과밀은 생명체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고려대학교 생리실험실에서 정상조건과 과밀조건에서 사육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체중
발달은 시간이 갈수록 밀집조건의 쥐들이 정상조건의 쥐들에 비해 위험에 대해 정상적으로 반응
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공격성실험에서는 밀집조건의 쥐들이 공격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충분하게 먹이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공격성을 드러내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헥타르당 약 171명으로 초과밀상태다. 세계 최대 인구라는 도쿄도 인구밀도
는 헥타르당 56명으로 서울의 3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사적공간을 침해당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고밀도 현대사회는 인간의 이상반응도 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밀환경에서 인간은 타인에게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2001년 11월 10일 3시
경. 강남역 부근 대로변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주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타인
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본 이 실험에서 3시간이 지나도록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행인들은 무심히 지나쳤고 그것이 오늘날 서울에서의 삶의 모습인 것이다.

과밀을 만든 인구집중, 그 요인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도시로 오는가.
멕시코시티는 지금도 매일 천여명의 이주자들이 밀려들고 있는 곳이다. 그들 모두에게 돌아갈 일
자리는 없지만 그들은 고향보다 도시에서 희망을 찾고 싶어한다. 멕시코시티의 이주민들은 외곽
에 무허가 빈민촌을 이루고 산다.
도시는 기회의 땅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만드는 환상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지난 67-70년대 서울에도 무허가 주택촌이 급증했다. 그 시기에 서울도 역시 멕시코시티와 같은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정부주도로 강력한 산업화 정책을 취하면서 농촌의 인구가 급격히 서울
로 유입되어 달동네의 주민이 되었다.
인구가 변하면서 서울의 모습도 또한 놀랍게 변화해왔다. 공간적으로도 서울은 크게 확장되어왔
다. 특히 1963년에는 이전의 268평방킬로미터에서 594평방킬로미터로 2배가 넘는 엄청난 구역확
장을 했다.
1969년 서울시에 의해 한적한 강남이 개발되면서 이 땅은 또한 한국 부동산투기의 발상지가 되었
다. 63년부터 79년까지 용산 중구 등의 땅값이 29배 오른 것에 반해 양재동 말죽거리의 땅값은
무려 1000배가 오른 것이다. 이 시기부터 개발은 이권과 결부되기 시작했다.
1977년 당시 국회속기록에서는 서울시 도시행정의 즉흥성과 개발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만재해
있다. 한병채의원은 서울시가 시민의 생활안정을 위해서 시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땅장사를 하
고 있다고 꼬집고 서울시장이 개발행정을 마치 돌격작전을 하듯이 벼락치기로 하고 있다고 비판
했다.
관주도의 불도저식 개발에 주민들의 기본권이 짓밟히는 사례가 빈발했던 것이 사실이다.
관은 주민 위에 군림했고 주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했다. 77년 성산대로 건설 당시에도 피해지가
속출했다. 불과 한달전에 신축한 건물을 철거했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보상가에 철거비부담은 건
물주가 부담했다.

현재 서울시는 전체 주택의 51.3%가 아파트로 세계 유래없는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다. 당시 당국
은 아파트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업체의 이윤을 최대한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정책을 썼다.
아파트는 최소의 땅에 최대의 인구를 소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주거양식이었다. 그리고 서
울개발의 역사속에서 개발주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주민들의 삶의질이 아니라 경제
적 효율성이었다.

78년 당국은 강북인구 분산책의 하나로 도심의 학교를 강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학교부지는 공
원, 운동장 등 공공부지로 이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3개 학교의 이전 이후 실상 규제를 풀
어 공원 등의 녹지가 아닌 교통량을 유발시키는 병원, 업무용 빌딩 등이 들어섰다. 경제적 효율
성의 잣대로 도시를 재단한 결과 서울도심의 녹지는 모두 사라지고 주변의 녹지만 남아있다.
원래 자연녹지였던 성동구 행당동, 금오동 등에는 층층이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런식으로 성동
구 공원녹지 7만6천평이 사라졌고 서울 전역에서 근린공원의 18%, 65만평이 사라졌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관악구 신림동 난곡에서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철거가 시작되었다. 아파
트가 들어서면 달동네 주민의 5~7%만이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머지는 외곽이나 지방으로 밀려나
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개발은 서울의 땅값을 더욱 상승시킨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
을 서울의 외곽으로 밀어내면서 수도권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수도권이 확장될수록 집과 직장의 거리는 멀어지고 자동차는 늘어나며 교통은 악화된다. 서울의
자동차는 80년대 20만대로부터 현재 244만대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그 증가세는 멈출줄 모른다.
브라질 상파울로의 교통체증은 악명높다. 시 당국이 교통혼잡에 쓰는 비용이 1억3천만 달러에 이
른다. 상파울로에는 에어택시라 불리는 헬기가 250여대 영업중이다. 요금은 시간당 300$ 정도.
에어택시 조종사 알 시울로는 승객들을 위해서는 에어택시를 조종하지만 자신의 출퇴근을 위해서
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자동차를 이용한다. 저소득층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부담이기 때
문이다.

도시의 확장은 자동차의 집중을 낳고 이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부른다. 지형상 공기가 잘 빠
지지 않아 세계 최악의 오염도시로 낙인찍힌 도시, 멕시코시티. 98년에는 대기중 오존지수가 위
험수준을 넘어서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적이 있다. 멕시코시티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자동차다. 자
가용이 전체 대기오염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1985년 이전에 생산된 150만대의 노
후차량이 새 차에 비해 90배나 오염을 유발한다.
대기오염 대책은 멕시코 시 당국의 절실한 과제다. 특히 PM10이라 불리는 0.01mm 이하의 미세먼
지는 사망률을 비롯한 각종 질병과 연관이 높다.
1입방미터의 공기 중에 PM10이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하면 호흡기질환을 30% 증가시킨다는 연구결
과가 나와 있다.
멕시코시티 사망원인 1위는 호흡기질환이다. 일년에 10만명 기준으로 56명 정도가 죽는다.

오늘날 서울에서도 호흡기질환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대기중에 PM10과 오존이 꾸준히 늘
어나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공기중에 입자가 큰 먼지의 농도는 줄고있지만 미세먼지의
농도는 계속 늘고 있다. 산화질소와 오존 등의 증가양상을 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자동
차 이외의 다른 발생원은 없는 것으로 생가된다. 자동차의 통행량이 줄어드는 주말에는 1차 오염
물질인 산화질소나 일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도시대기
오염의 주요 발생원인은 자동차인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 오염물질이 개인의 건강에 얼마나 위해를 끼치는가.
그 위해도를 추정한 연구결과를 보면 문제는 역시 서울이다. 서울은 전국 6개 대도시 중 PM10에
의한 만성사망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의 만성사망자수가 6개 대도시 사망자수의 약 절
반을 차지한다.
오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급성사망자수도 서울이 가장 높지만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
가 무엇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놀라운 고도성장을 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지금 인간을 위협하는
환경으로 돌아오고 있다.

서울의 발전은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일까.
한강변에 그림처럼 펼쳐진 시민공원들은 그렇다고 말하는듯하다. 그러나 그 공원을 찾아가는 길
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강시민공원의 접근성을 연구한 박준한씨와 동행하여 잠원시민공원
을 찾아가 보았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첫 안내판이 나타난 곳은 지하철역으로부터 900미터나 지
나서였다. 횡단보도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무단횡단을 해야 하고, 공원의 입구도 터널을
통해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데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폭이 고작 80미터에 불과하여 불안에 떨며
지나야 한다. 지하철역에서부터는 1.4키로미터. 걸어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더구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차량들 때문에 걷는 것도 위험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강과 주거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강변도로의 건설 당
시 한강에 대한 보행 접근로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것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목표로하는 경제적
효율성과 상관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강변도로는 서울 도시개발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강변도로의 건설로 인해 지역간의 물류 등의 이동이 원활해진 것은 사실이나
주변지역의 생활공간과 자연하천과의 접근성이 제한받게 되고, 결국 자연환경으로부터 시민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서울의 도시개발은 인간을 소외시킨채 진행된 것이었다. 천만시민, 2천만의 수도권 주민들은 숫
자로만 존재하고 서울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인간의 행복보다 도로의 효율이 더 중요한 현실,
그것이 오늘날의 거대도시 서울의 초상인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21세기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은 시작되고 있다.

출처 : MBC 다큐 인간의 도시

admin

참여프로그램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