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순 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1. 사구(砂丘)의 정의 및 형성
사구란
문자의 의미 그대로 모래 언덕을 가리키는데, 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쌓여서 낮은
구릉모양을 이룬 것이다. 모래는 바람에 의해
이동이 가능하므로 바람이 많은 지역, 그리고 모래의 공급이 많은 지역에서는 사구가 만
들어 질 수 있다. 따라서 사구의 형성에는
기후, 지질, 식생, 수문 등 다양한 자연환경이 영향을 미친다.
사구를
이루는 모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형형성작용에 의하면 암석이 풍화작용(風化作用)
을 받으면 자갈이 되고, 자갈은 모래로 변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풍화작용은 반드시 순차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큰 암석이 전체적으로 풍
화작용에 의해 모래 및 점토질로 분해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점토가 씻겨간 후 가장 안정성이 높은 모래를 남기게 된다.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은 화성암의 조암광물(造巖鑛物)은
석영, 장석, 모래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광물은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만들어 졌기 때
문에 지표의 환경에 노출되면 불안정해 지므로,
풍화작용을 받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풍화작용에
대한 저항력은 저마다 달라 그 가운데 석영의
안정도가 가장 높다. 따라서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작용의 영향을 받게 되면 궁극적으
로 모래가 많이 형성된다. 모래는 이와 같이
풍화작용에 의해 제자리에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이후 대부분 바람에 의해 이동되어 일
정한 장소에 집적된다.
사막에서는
기온의 일교차가 커서 기계적 풍화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
온의 일교차로 인한 가열과 냉각만으로 암석이
잘 부서지지는 않는다. 암석은 기계적이건 화학적이건 수분이 풍부해야 풍화작용을 잘
받는다. 사막에서도 수분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열대사막의 공기에는 수분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으며,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 날
에도 밤에는 이슬이 맺힌다. 따라서 사막에서도
화학적 풍화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나, 사막에는 강수가 거의 없으므로 사막의 하천은 거
의 말라 있다가 폭우가 쏟아질 때만 잠시
홍수로 흐른다. 일시적인 호우로 인해 공급되는 미립질 퇴적물의 양은 엄청나다. 왜냐하
면 평소에는 표토층이 거의 이완된 상태로
있는데다가, 식생피복이 매우 불량하여 작은 충격에도 토양층은 쉽게 붕괴되고, 급기야
기반암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침식, 운반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립질 퇴적물은 현재의 건조기후지역 뿐 아니라 제4기 지질
시기 동안 건조했던 기후환경에서도 발견된다.
비록 지질시기가 오래된 경우 古사구의 형태로 발견되지만, 과거의 기후를 알려주는 열
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난 빙기 동안의
빙성퇴적물이 덮혀 있는 지역에서도 풍부한 미립질 퇴적물로부터 모래의 공급원을 제공
받음으로서 사구나 뢰스층이 두껍게 형성된다.
2.
사구의 구분
사구는
건조기후지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그 외에 모래의 공급이 많으면서, 탁월풍
이 있는 해안에 주로 형성된다. 따라서 대표적인
사구는 대개 건조한 내륙에 형성되는 사막의 사구와 해안사구로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2.
1 사막 사구
내륙의
사막이나 건조한 평원에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못하여 기반암 위를 덮고 있는 토양층
은 매우 건조하고 얇다. 그나마 사막의 퇴적물은
식생피복이 불량하여 토양층으로 고정되어 있지 못하여, 바람에 의해 쉽게 이동한다. 따
라서 사막에서는 바람이 모래, 실트, 점토
등을 흡취할 수 있어서 침식력을 크게 발휘한다. 이러한 형식의 침식을 취식이라 한다.
건조분지의 선상지에서도 미립물질은 취식에
의해 제거되고 자갈만 남아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러한 곳에서 부는 강풍은 대규모
의 먼지바람을 일으킨다. 먼지 중에서도 입자가
미세한 것은 수 킬로미터 상공까지 분산되어 장애물이 없으면 수천 킬로미터씩 날아간
다. 엄청난 먼지바람을 일으키고 이를 운반하여
한곳에 쌓으면 모래언덕이 만들어진다. 강풍이 불면 입자의 크기가 다양한 퇴적물로 이
루어진 지표면에서는 우선 먼지가 제거된 후에
모래가 점차 자갈로부터 분리되며, 사구사라고 불리는 모래의 군집이 형성된다. 사구사
는 거의 전부 입경이 0.1-1mm의 범위에
들어갈 정도로 분급이 매우 양호하다. 그 중에서도 입경 0.3-0.15mm의 모래알이 압도적
으로 많고, 0.08mm 이하의 것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바람은 부력이 작아서 같은 무게의 입지끼리 토사를 분급하
는 기능이 물보다도 훨씬 탁월하다.
2.
2 해안 사구
해안사구는
분포하는 지역의 지형, 기후, 식생, 해류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형성
과정 및 분포특징이나 생태계도 다르므로
그 기능과 보존방안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동·서해안은 지체구조
와 해안의 지형특징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하천특징, 해저지형, 해저수심, 해류, 조차, 홀로세 해면변동의 양상이
다르므로 사구의 특징도 크게 차이를 보인다.
2.
2. 1. 동해안의 사구
해안에는
소위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사빈(beach)이 있으며, 대부분 해안사구 전면에 분포한다.
사빈은 하천이 상류에서부터 침식·운반하여
바다와 만나는 하구부나 내륙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 간 만입에 주로 형성되는데, 사빈
의 모래는 해안사구의 주 공급원이 된다. 동해안에는
비교적 큰 하천 하구부에 하천이 운반한 모래가 집적되므로 규모가 큰 사빈이 나타나
며, 강릉 남대천 하구의 경포해수욕장과 포항의
형산강 송도해수욕장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사빈의 모래공급에는 하천 뿐 아니라 해안에
수없이 반복적으로 부딪치는 파랑작용이 또한
중요하다. 특히 바다 쪽으로 돌출한 암석해안에는 파랑의 침식에너지가 집중되면서, 파
랑에 의해 침식된 상당량의 세립질이 조용한
만입에 퇴적되거나, 해류나 연안류의 흐름을 따라 운반된다. 이렇게 하여 집적된 모래,
즉 사빈의 모래는 대개 해풍이나 탁월풍에
불려 내륙 쪽으로 이동하지만,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운반력이 떨어져 낮은 언덕을 이
루게 된다.
2.
2. 2. 서해안의 사구
사구는
특히 바람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므로 북서풍의 탁월풍이 강력한 서해안이 대규모 사구
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적지가 된다. 즉 태안반도
북서쪽 신두리에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가 나타난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처럼 큰 하천의 하구부가 아니므로 동해안과 다른
환경에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하천의 직접적인 모래공급보다 파랑의 침식작용
과 함께 탁월한 계절풍 그리고 무엇보다 대규모
간석지가 분포하는 얕은 서해바다가 가장 중요한 형성원인이 될 수 있다. 간석지는 모래
간석지와 뻘간석지로 구분되며, 먼 바다 쪽에는
모래간석지가 주로 분포한다. 썰물 때가 되면 광활한 간석지가 육상에 드러나며
탁월풍인 북서풍은 먼바다에서
육지를 향하여 대량의 모래를 공급해 올 수 있다. 따라서 신두리 뿐 아니라 안면도, 백
령도, 대청도, 덕적도, 재원도, 제부도
등 기타 무인도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서해의 섬들에서 섬 자체의 규모에 비해 훨씬 큰
모래언덕인 해안사구가 상당수 관찰된다.
사진
1 『대청도의 사구(경기도 옹진군 대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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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동
서쪽 1㎞ 지점, 사빈해안의 북쪽에 형성된 해안사구로 산지의 소규모 곡을 바람
에 의해 운반되어져 온 모래가 메워 만든
지형이다. 사구 하단의 완경사지에는 식생이 피복하고 있어 사구가 고정되어 있지
만 경사가 급한 위쪽은 계속되는 모래
공급으로 사면 경사가 불안정하여 식생은 거의 없다. 이 사구에 모래 공급원은 사
구 남쪽의 모래해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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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덕적도 서포리 사빈(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서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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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
최고, 최대의 관광지인 서포리 해수욕장. 모래해안의 규모가 매우 크다. 또한, 간
조시에 드러나는 사질 간석지와 육지쪽에
형성된 사구(coastal dune)와 사구열인 빈제(beach ridge)까지 포함하면 모래사장
의 규모가 더욱 커진다.
이러한 서해안에 분포하는 광활한 사빈(beach)은 바람에 날려 사구를 형성하는 중
요한 공급원이 된다. 따라서 관광지로서의
매력과 함께 지형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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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덕적도 서포리 해수욕장 배후의 사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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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과
동일한 지역. 해안가에 나란하게 길게 드러난 모래 언덕. 해안으로부터 두 번째
사구열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사구열의 모래는 토양화한다.
홀로세
후기의 해면 미변동과 함께 수열의 사구열인 빈제(beach ridge)가 형성된다. 빈제
는 리즈(ridge)와 제간습지(swale)로
구성되는데, 리즈는 상대적 고해면기에, 제간습지는 상대적인 저해면기에 형성된
다. 집이 들어선 높은 미고지는 리즈에
해당하고, 전면의 논은 제간습지이다. 집 뒤로 첫 번째 사구열 위에 들어선 송림
이 보이며, 그 배후에 서포리 해수욕장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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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안사구의 발달과정
해안사구를
이루는 바람의 운반작용은 사막환경에서 보다 훨씬 복잡하다. 즉, 사막에서처럼 단순히
바람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파랑의
작용과 함께 지역에 따라 독특한 자연환경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파랑의
영향을 받는 해안선 전면에는 모래언덕인 범(berm)이 형성된다. 폭풍이 불어오거나 파랑
에너지가 강할 때 전면이 침식되거나 파괴되기도
하지만, 모래의 공급이 풍부한 해안에서는 지속적으로 파랑이 운반한 모래가 재퇴적되
어 모래언덕의 고도를 높이게 된다. 이렇게 하여
파랑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foredune)에서는 식생(사초 또는 해송 등)이 정착하여 사빈
에서 날려오는 모래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여 사구성장을 돕게 된다.
또한
식생으로 고정된 사구의 앞쪽에 다시 사구가 성장하면서 해안쪽으로 진행하게 되고 이러
한 사구들이 열을 이루는데 이를 사구열(砂丘列)이라
한다. 해안사구의 식생이 파괴되면 바람에 의해 그 부분의 모래가 내륙 쪽으로 이동되면
서 U자형 사구가 발달하게 되며, 바람(주로
해풍)이 아주 강한 곳에서는 모래의 이동이 심하여 주변 농경지와 삼림이 모래에 매몰되
기도 한다.
<그림
1> 사구의 형성과정(Bird;권혁재,1996,p.345에서 발췌)

4.
해안사구의 중요성과 보존방안
대부분의
해안사구에는 해수욕장이 개발되면서 해안도로가 건설되고,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골재채취를 위해 무분별한 모래채취가 행해져 최근
기존의 지형 및 생태계는 거의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구는 자연상태에서 이동을 통
해 계속 성장하며 변화되어 가는 지형이므로,
인공 구조물들은 자연스러운 지형형성과정을 저해한다. 또한 서해안 사구 형성의 중요
한 공급원인 모래 간석지의 모래공급이 방조제
및 매립사업으로 인해 급격히 줄고, 그 결과 해안선이 단조해지고 해류의 방향이나 파랑
의 작용이 변화하면서 정상적인 사구의 형성과정을
크게 거스르게 된다. 사구는 일단 고도가 높아지면 식생의 피복이 양호해지면서 해안에
위치하는 마을에 해풍을 방지할 뿐 아니라
내륙까지 모래의 피해와 해일과 태풍의 극단적인 피해를 크게 예방하게 된다. 그러나 사
구가 파괴되면 해안선이 황량해 지면서, 작은
강도의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많아진다.
무엇보다
사구는 육상과 해양의 중간단계에 위치함으로서 생물종 다양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
다. 따라서 개발을 위해 들여온 여러 건축자재와
이질적인 흙 등에 의해 각종 내륙의 육상식물이나 곤충 등의 생물 침입이 발생하면서 동
·식물 생태계 자원이 파괴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사구의 분포현황과 생태계, 사구의 형성원인 지형
발달·변화 및 이동·파괴
등에 대한 집적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미 훼손된 사구를 복원하고 충분히 보
존되고 있는 사구에 대한 구체적인 보존 방안도
현재 시급하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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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약력소개
o
윤순옥 (尹順玉) (1958년생)
현
경희대 문리대 지리학과 교수
o
주요 경력
–
대한지리학회 이사
–
한국지형학회 이사
–
한국제4기학회 이시
o
저서 논문
–
http://geog.khu.ac.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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