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프로그램

정호관의 eco-world

그린 뉴스레터 19호부터 eco-world가 문을 엽니다.
처음 문을 두드리신 분은 환경운동연합 정보센터의 기획위원 정호관님입니다.

eco-world는 부정기적으로 실릴 예정입니다.
인터넷 회원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플라타너스, 속리산, 백제의 미소.

아무 연관성도 없는 이 단어들이 한 줄로 서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년 6월의 어느 토요일, 회사 WorkShop을 강원도 모처에서 1박 2일로 가지고,
피곤에 절어 서울로 향하던 고속도로에서 누님의 전화 한통을 받게 됩니다.

당시 누님 댁에는 대학생인 큰 딸과, 재수중인 둘째 딸이 있었지요. 근데, 이 둘째가
참 심약하고 여기 저기 생각이 많아 어려운 재수 생활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때도 대책없는 두통 증세가 도져 일요일 하루 바람을 쇠러 가기로 했나 봅니다.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일찍 부산을 떨어 목적지로 정한 곳은 속리산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수학 여행 때, 가보곤 사진속의 정 이품송만이 가끔씩 기억을 되살리는
곳이죠.

속리산을 향해, 경부 고속도로를 달려 들어 선 곳은 청주 톨게이트. 많이들 들어는
보셨겠지만, 6월의 그 쨍쨍한 햇살이 산산이 부서지도록 흩날리고 있는 플라타너스의
터널이 펼쳐집니다. 이 플라타너스들을 언급한 ‘시’도 있었지요.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감동적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더더욱.

청주에서 속리산으로 가는 길도 여름의 초입에 알맞은 숲의 향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잠시도 한눈 팔 수 없는 운전 기사의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죠.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은 ‘말티재’라는 고개. 그 고개를 넘으면 실망스러울만큼
초라한 정이품송이 지키고 있고, 드디어 속리산의 품안에 안기게 됩니다.

법주사. 속리산 초입에 위치한 절이지요. 새로이 만든 거대한 청동 불상이 다소 위압감을 주지만
뭐 어떻습니까 ? 로보트 태권브이나, 마징가를 생각하면 그런대로 볼만 하지요.

말만한 조카애 둘은 법주사 경내를 뛰놀며 재잘거리는데, 누님의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대웅전 앞. 절을 하고 계시는군요.

뜬금없는 기사 노릇을 일찍 끝내나 싶은 마음에 서울행을 재촉하던 차, 뜬금없이 큰 애가 서산
마애 삼존불 얘기를 꺼냅니다. 아시죠 ? 국사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그 ‘백제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불상이죠.

서산으로 갈려면 천안 톨게이트를 지나 꽤 가야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수덕사에도 잠시
들르면 좋겠군요. 서산이란 곳은 참 조용한 곳입니다. 마애 삼존불이 있는 그 산자락은
더더욱 조용하지요. 아 참. 그 산자락 어귀에 있는 ‘해미읍성’도 꼭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해미’라는 지명도 참 예쁘게 와 닿지만, 그 조그마한 성 안에서 느끼는 감흥도 새롭습니다.
그 성 안쪽에 있는 나무 하나. 한세기전 천주교 신자들을 가두고. 그들이 순교한 곳이기도 합니
다.

차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산자락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암자처럼 지은 엉성한 건물 하
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약간은 볼썽 사납게 보호받고 있는 바위 하나. ‘누가’, 도데
체 ‘왜’ 저걸저 바위에 새겼을까라는 의문은 접어둡시다. ‘삼존불’이 의미하는 바도 당장의 관심
은 아닙니다.

그저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봐 왔던 그 ‘미소’만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만약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 우리의 문화 유산, 우리 후손들
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할지 그리고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지금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
지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 순간만은, 그리고 그 이후 한동안은 삶의 집착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그날 뜻밖의 자유를 만끽하게 해 주었던 그 말썽꾸러기 조카는 지금 원하던 바를
이루어 망아지처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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