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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감사원을 감사(監査)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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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8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사업에 대해 재감사를 해달라며 국민 1,400여 명이 제출한 국민감사요청에 대해 감사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감사원은 경인운하사업이 운하건설을 위해 경제성 왜곡및 편법, 거짓을 동원하여 추진되고 있기에 전면 재검토하고 관련공무원을 처벌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감사원은 동일한 사업에 대해 감사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게다가 2003년과 2009년 경인운하사업은 전혀 바뀐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도리어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변경되어 국민의 혈세로 운하를 건설해야 할 상황으로 더 나빠졌다.


감사원의 존재 이유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 감사원도 입장이 바뀌는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경인운하 판단 정권 따라서 춤춰


감사원이 밝힌 감사불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을 부풀리기 위해 자료를 조작·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공사를 위한 적법한 절차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사업결정과정이나 국민의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를 모두 잘 지켰기 때문에 굳이 국민의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감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첫째, 주요 국책사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사업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국민을 위해 타당한 사업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경인운하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그동안 무수한 왜곡과 거짓으로 점철돼 왔다. 정부에서 경제성 분석을 할 때마다 수치가 바뀌었고, 국토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은 그 중심에 있었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14㎞의 방수로 공사비 5천억 원에서 4㎞ 더 파는 운하사업에 세금 2조 2천5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그야말로 건설회사에게 국민세금을 퍼주는 공사라는 게 국민 여론이다. 그나마 차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3시간씩이나 걸려 운하를 통해 화물을 싣고 갈 배가 거의 없다는 것은 상식인데도 말이다. 솔직히 이 상식은 운하 찬성론자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둘째, 운하에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수심을 유지하고 폭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운하건설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환경적문제는 철저히 검토하고 따져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나 오염이 심해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인천앞바다와 한강이 직접 연결되는 경인운하는 한강와 인천앞바다에 모두 치명적인 환경변화가 일어난다. 게다가 18㎞에 해당하는 운하수로의 수질문제와 기타 환경문제까지 정부는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환경영향평가조사를 근거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네 수로를 건설할 때도 1년 이상의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 말이다.


국책사업 잘못 시정 기회 저버려


셋째, 경인운하사업은 1월 초에 발표하고, 1월 말에 환경영향평가 결론이 나왔으며, 반대의견을 듣지 않기 위해 찬성 측 주민과 경찰로 주민설명회장을 봉쇄했다. 공청회조차 찬성하는 사람으로만 구성해 ‘관제공청회’를 열었고, 그것도 모자라 비밀 기공식을 통해 일단 삽질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공사가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이 모든 과정이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과거 그 어느 국책사업 중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신속하게 결정과 추진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는가.


감사원의 이번 결정은 이명박 정부의 ‘운하 중독증’에 전염된 정치적 판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감사원은 잘못된 국책사업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감사원이 제 역할을 포기한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감사하지 못한 권력에 대해 이제 국민들이 직접 감사에 착수하자. 그리고 그 첫 걸음은 제기능을 상실한 감사원을 감사하는 것이다.

* 경향뉴스 7월 15일자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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