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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제4차정책포럼 – 한국사회에서 ‘환경’과 ‘노동’의 운동전선 접점과 과제

한국사회에서 ‘환경’과 ‘노동’의 운동전선 접점과 과제

선진국 따라잡기식 개발(catch-up development)을 추구해 온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사회 근대
화 과정은 ‘압축적’, ‘돌진적’인 개발양식을 특징으로 함.
한국의 국가주도의 이러한 개발양식은 동일 선상에 놓여 있었던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총량적’, ‘외형적’ 성과를 가져다 주었음.
기적적인 성장(miraculous growth) 이라고도 불리는 한국사회의 개발을 추동한 힘은 독특한 개발
국가(개발독재)체제에 있다고 볼 수 있음. 국가가 앞장서서 시장 형성을 자극, 독려, 촉진 시켰
던 개발국가체제는 국가주도의 계획경제를 추구한 사회주의체제나 자유시장 중심의 자본주의체제
와는 다른 독특한 개발양식을 구성했음.

하지만 국가가 경제성장을 위해 전 사회를 총력 동원하는 개발국가체제는 필연적으로 ‘노
동’과 ‘환경’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음. 한국사회의 급속한 성장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
서 저임금 노동을 강요받았던 노동자들과 생산활동에 대한 저렴한 투입요소로 인식되었던 자연생
태계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임.

사실 70년대와 80년대 초까지 환경문제는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등장하였으며, 그 피해자는 사회
적 약자로서, 노동자와 지역주민들로 이들에 대한 피해구제 차원의 운동이 등장했음. 따라서 사
람들에게 직접적, 가시적인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자연생태계 자체의 파괴 문제는 사회적 이슈
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음. (물론 당시에도 관변단체 중심의 애국운동 차원에서 자연보호
캠페인 운동은 있었음)
노동운동 역시 군사정권의 폭력적 통치구조 하에서 기본적인 인권, 생존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
직임들이 있었으나 합법적 공간에서 사회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지 못했음.

하지만 군사정권의 폭압적 통치 정당성에 대한 균열이 나타나면서 80년대 중반 이후 사회운동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음. 즉 성장 결과물의 불균등한 분배와 열악한 생산조건에 대한 방치
는 총량적 경제성장논리가 만들어 낸 신화의 허구성을 자각하도록 하였음. 이는 군사 독재정권
과 재벌의 성장연합체제에 대한 저항세력을 조직화시키도록 하였음.
‘노동’과 ‘환경’ 운동은 이때 형성된 ‘반자본’, ‘반독재’ 운동 전선 위에서 잠시 만날 수 있었
음.

하지만 이후 ‘반독재’ 운동은 민주화를 향한 폭넓은 사회운동세력간의 연대체제를 형성했었으
나, 80년대 후반 이후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가 구축되면서 반독재 정치운동 영역의 상당 부분
이 제도 영역으로 포섭됨.
또한 사회주의적 전망에 기반한 ‘반자본’ 운동 역시 남북한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구조와 사회주
의권의 붕괴로 대안적인 사회체제에 대한 포괄적 사회변혁운동의 전망을 상실하게 되었음.
이런 상황에서 현실의 합법적 투쟁 공간에서 새로운 저항이슈를 발견하고자 한 시민운동 영역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환경문제는 새롭게 주목받게 됨.

이는 90년대 들어 급격한 사회적 여건 변화에 영향 받은 바 큼.
(언론 자유화와 이슈 공론화 공간의 확장, 지방자치(주민자치, 풀뿌리운동) 실시와 시민들의 참
여의식 확장, 삶의 질과 자아정체성에 대한 관심, Global 이슈에 대한 관심과 지구적 연대의 필
요성 자각 등)
그 결과 90년대 들어 환경운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함
(전문환경운동단체 + 기존사회운동단체의 환경이슈 채택 + 종교단체의 환경운동 + 대안운동
등) / (자연보호·반공해 –> 환경 –> 생태·생명 –> 녹색정치)

시민운동 영역에서 핵심 부문으로 자리잡게 된 환경운동은 기존의 계급중심 운동에서 벗어나면
서 생산력 패러다임 자체에 문제제기 하기 시작함.
한편, 사회민주화의 확대로 군사독재정권의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영향력을 키
워 온 국내외 대자본이 차지하게 됨.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사회민주화와 같은 포괄적 정치
투쟁보다는 경제적 생존권 투쟁에 역량을 집중하게 됨.

따라서 90년대 들어 노동과 환경의 운동의 전망과 전략적 초점간에 괴리가 발생함.
– 환경운동진영은 노동운동이 생산력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
– 노동운동진영은 환경운동이 계급적 관점을 결여한 나이브한 개량주의 운동이라고 비판

이처럼 환경과 노동운동의 분화 현상은 운동의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과 함께 총체적 사회변혁운
동 에너지의 분산이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음.
이러한 상황에서 사안별로 전술적 연대를 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코드를 맞추어 나가는 전략적 연대를 할 것인가?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이자
과제라 할 수 있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환경’의 ‘공동의 적’, ‘공통의 해결과제’는 무엇인
가? 라는 질문이 필요함.
아직 까지도 개발국가체제의 잔영이라 할 수 있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재벌 대기업 중심의 독
점자본의 영향력이 강력하며, 이것이 지역 생태계와 문화, 시민들의 삶의 질, 공영역의 황폐화
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볼 수 있음.

환경과 노동운동 모두 조직구성원(회원)의 집단적 이해관계에 대한 대변자 역할을 넘어 사회적
공익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설득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함께
공유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함.
즉 보다 폭넓은 사회운동적 전망 속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설득논리를 가지고 어떻게 다가가
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물음 제기가 있어야 함. 이 과정을 통해 운동이 가지는 제도화의
딜레마와 생존의 딜레마를 극복해야 함.

‘환경’과 ‘노동’은 지역사회, 생활공간을 거점으로 새롭게 만나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현실 지
배적인 가치구조와 제도적 질서에 균열을 내고 우선순위를 조정해 나가는데 시너지 효과를 만들
어 내야 함.
(ex. 현재 노동운동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임금인상’ 투쟁 자체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
는 개인 또는 가계의 소득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지출구조 자체의 왜곡된 문제까지 개
선해 주지는 못함. 현실적으로 환경파괴로 인한 생활환경오염과 건강악화 문제, 또는 주말마다
교외로 탈출하도록 만드는 삭막한 도시환경은 삶의 질을 악화시키면서 새로운 지출항목들을 끊임
없이 만들어 내고 있음. 바로 이러한 현실 문제들에 주목하여 ‘삶’의 영역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사회변혁운동의 전선에서 ‘환경’과 ‘노동’은 만나야 함.
나아가 주5일근무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증대된 여가 시간들이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에 포섭
되지 않고 공익적인 사회활동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환경과 노동운동 모두가 고민해
야 할 부분임)

생태복지와 삶의 질을 핵심으로 하는 대안사회를 향한 운동 양식은 결국 절대빈곤시절에 개발국
가체제가 만들어 냈던 낡은 가치와 제도적 양식들을 허물어 내는 파괴의 운동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현실화, 구체화하는 창조의 운동이 균형있게 결합될 때 가능할 것임.

글 : 정규호 (바람과 물 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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