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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환경운동연합제2차정책포럼 – 맑고 신선한 환경정책을 기대하며

정부의 환경정책이 답답하다. 맑고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 2일의
청와대 환경부 업무보고를 앞두고 출입기자에게 배포한 자료다. 기자들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퇴짜를 놓다시피 했다. 신문과 방송에도 업무보고 내용이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새로 들어선 정부, 참여 정부의 환경정책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정부는 지난 4월 15일 국무회의에서 24개 사회갈등 현안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환경분야가 7개
로 전체 7개 분야에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한산 국립
공원 내 사패산 터널 건설 ○한탄강댐 건설 ○경인운하 건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선
정 ○새만금 간척사업 계속 시행 ○소각장 건설 추진 등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일반 시민들도 이제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지긋지긋해 한다.
이들 문제는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시작됐으나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언론을 통해서도 계속 보
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민들이 환경정책이 잘 시
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환경부는 업무보고 자료에 ‘이들 문제에 대한 조정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보전을 해야 할 환경부가 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조정은 국무총리나 아니면 대통령에게
맡기면 된다. 사회 갈등을 푸는 것도 좋지만 올바르게 풀어야 한다. 환경부는 건설교통부나 산업
자원부, 농림부 등과 싸워야 한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
기로 결정했다. 경유승용차 시판 허용이나 공장 입지규제 완화, 골프장·스키장 면적 완화 등이
들어있다. 각각의 사안들을 보면 그 나름대로 규제완화의 이유는 있다.
문제는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포장된 데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경 규제를 얼마든지 완
화할 수 있다고 정부 스스로 떳떳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고를 계기로 환경규제가 강화돼 온 것은 사실이다. 환경청이 환경처
로, 환경부로 확대되고 수돗물 관련 업무도 넘겨받았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경보전은 뒷전이 되기 시작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는 환경은 희생이 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시민들에게 심어줬다. 이미 이런 생각이 보편화된 마당
에 개발부처나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뿌리칠 근거도 없다.

경유 승용차 시판 허용 결정과 관련해 환경부는 시민단체를 적극 활용했다. 어차피 규제 완화가
될 것인데 환경부가 여론의 화살에 직접 노출되기 싫어서다. 시민단체와 합의하에 규제를 풀어준
다는 형식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1년 가까이 환경부를 도운 시민단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환경부는 시민단체와의 합
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 두 번씩이나 모욕을 줬다. 기업에 밀리고 다른 부처에 밀린 탓이다. 그
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다른 일로 시민단체를 설득하려고 할 때 설
득이 될 것인지를 환경부는 돌아봐야 한다. 협조를 구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대기·수질오염 등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환경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자동
차 대기오염 문제 해결, 상수원 수질개선 등은 해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하지만 서울의 대기
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4대강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구체적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개선된 부분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또 알아냈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쉽게 잊어버린다. 반면 악화된 부분을 매스컴이 보도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환경부로서
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다. 노력하고 성과를 거둔 만큼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환경오염도는 통계나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시민
들은 수돗물은 마음놓고 마시기를 원하고 와이셔츠는 이틀 정도는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
근처의 푸른 공원을 소망한다.
체감 환경지수를 높이려면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말을 듣지 않는 단체
장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정부 5년간의 환경정책을 평가할 때 환경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
적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 전체의 환경정책은 낙제점을 받았다.
환경부의 환경정책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을 논한다면 큰 시야로 바라봐야 한다. 환경분
야의 7개의 사회 갈등을 살펴보자. 소각장 건설을 제외하면 환경부가 주무부처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환경부는 팔짱끼고 뒤에 앉아서 구경하다가 중재나 하자는 생각이 아니었던가. 이제 주
무부처가 어디냐고 따지는 것을 버려야 한다. 남의 제사상이지만 감 놔라, 배 놔라 해야한다. 환
경이 훼손되는 일이라면 그렇게 싸워야 한다. 지자체를 나무라야 한다. 제도적으로 그렇지 않다
면 제도를 바꾸어 달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중재는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맡기면 된다.

그러나 싸움에도 룰이 있다. 예를 들면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같은 것을 싸움터
로 활용할 수 있다. 개발부처 등을 링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싸우다가 질 수도 있다. 패배가 두
려워 피한다면 지지는 않겠지만 이길 기회도 없다. 그리고 좋은 평가도 절대 못 받는다.
한 가지 더 첨부하면 링에서 패하더라도 환경부에는 우군이 있다. 시민단체와 여론이 있다. 여기
엔 패한 싸움을 되돌릴 힘이 있다.

글 : 강찬수(중앙일보 환경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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