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초록정책 관련자료

[포럼]한국 녹색정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 대안정당으로의 녹색당의 의미

글 : 차명제 · 성공회대학 NGO 대학원 교수

녹색당은 1970년 이후 유럽과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창당되기 시작하여 현재 전세계
적으로 80여 개국에서 나름대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몇몇 국가와 오세아
니아 국가들에서 녹색당은 집권당으로 혹은 제3당으로 그들의 정치적 위치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
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2년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녹색평화당”이란 이름으로 녹색당을 창당
하여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녹색당은 흔히 대안정당으로 분류되는 데, 이는 진보정당과 어느 정도 차별성을 갖는다는 것이
다. 진보정당이 보수적 성향을 갖는 정당과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정당의 개념이
라면, 대안정당은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개념 틀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하는 정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
는 사회문제들이 단순히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계급적 관점과 이해관계를 통해서만은 해결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녹색당의 핵심이슈 중의 하나인 에너지문제만
보더라도 다른 기존 정당과 분명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현재 50개의 초국적 기업 중에 석유를 포
함한 에너지 관련 기업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화석원료 채굴과 공급의
독과점을 통해 그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쟁이나 독재정권과의 결탁
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문제에 대해서도 극히 무관심하다. 여기에
서 보수정당은 이들 기업의 이해를 대변해 왔으며, 진보정당은 이 기업에서 안정된 일자리와 정
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 그리고 기타 민주주의와 평화문제, 그리
고 환경문제에 대해서 이들 정당들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녹색당에서는 이런
부차적인 문제들이 오히려 주요 관심대상이며,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이
윤창출이나 노동자의 고용과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나 특정집단의 이해
관계에 연연하기 보다는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기업의 이윤창출, 노동자의 고용과 복지, (풀뿌리)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사회정의 등에 입각한 포괄적인 대안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어 다른 기
존의 정당과 차별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의미에서 녹색당은 명실상부한 대안정당이
라 하겠다. 참고로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그들의 해답은 재생에너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녹색당
은 원자력발전소의 폐쇄와 함께 현재 중앙집중식의 독점적 공급구조에서 지방분권적이고 자립적
인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국가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들, 예를 들면 스칸디나비아 국가
들과 네델란드, 독일,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 등은 안정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으
며, 이들 나라에서 녹색당은 집권당이나 제3의 정당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환경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건전한 나라들이며, 안정된 정치제도와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어, 바로 이런 이유로 녹색당과 같은 대안 정당이 사회적 지지를 얻는
것인지, 반대로 녹색당이 있기 때문에 이런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지만 답은 그 중간
쯤에 있을 것이다.
녹색당은 1970년대 이후 만들어진 매우 젊은 정당이기 때문에 기존 정당에 비해 건실하지 못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으나, 반대로 과거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정당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녹색당은 고정 유권자층이 두텁지 못해 그 지지도가 10%대에 머
무르고 있는 반면 기존 정당에 식상했거나 자유롭게 사고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확실한 지지를 얻
고 있는 것이다.
녹색당은 출범 당시부터 그 스스로를 “정당아닌 정당”, “운동정당”으로 규정하며 기존 정당과 차
별화를 부각시켰다. 시민사회의 창구를 자임하여 시민사회의 요구와 의견을 정치사회에 전달하
는 역할을 수행했고, 위원직의 순환제을 통해 4년 임기의 위원직을 두 명이 2년씩 맡는 재도도
도입했다. 물론 이 제도는 전문성 제고나 정책의 연속성 문제 등으로 인해 그리 큰 성과를 거두
지는 못했지만 매우 참신하고 획기적인 제도였다.
이런 형식적인 부분 외에도 내용적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참신하고 획기적인 정책들을 제시하였는
데, 여성의 정치참여 촉진을 위해 50% 할당제를 주장하고, 탄소세, 식품안전성 보장과 유기농 확
대, 재생에너지확대와 원전폐쇄 등이 이에 포함된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에서 사실 이러한 정
책들이 세계 그 어느 곳에서보다 거의 완벽하게 추진되면서도, 경제번영과 정치안정을 누리고 있
는 현실을 통해 환경과 경제발전은 궁극적으로 상호 적대적이고 모순적이라기보다는 상보적 관계
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녹색당이 성립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서구의 경우, 시민사회의 발달과 성숙한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 등의 사회적 요구와 분위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한국에서 녹색당을 창당하기에는 이르다, 사회적 분위기가 성
숙되지 않았다고 하는 ‘시기상조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와의 단선적 비교를
통해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
라는 당시 서구보다 오염의 정도가 더욱 심하며, 동시에 기존 정당들의 심각한 정당성 위기, 90
년대 이후 시민사회의 사회적 영향력 강화, 사회집단간의 첨예한 대립, 진보와 보수의 갈등 등
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의 녹색당 출범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평화와 인권존중, 환경과 사회정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한 생태 순환형 사회건설, 다문화 사회
에 대한 준비, 그리고 세계 녹색당 연대를 통한 세계화가 야기하는 부작용의 해결 등 사실 한국
의 녹색당은 세계 어느 녹색당보다 그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녹색당과 관련하여 전개되고 있는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녹색정치 실현을 위한 광범위한 시
민사회의 여론 형성을 들 수 있다. 포럼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모임에는 과거 녹색평화당 창
당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녹색정치의 필요성을 인식한 이들이 중심이 되어 참여하고 있으
며, 이는 녹색평화당과 전혀 무관하게 조직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녹색정치에 대한 이
해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녹색당과 녹색정치의 외연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중
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특정 정당의 손익계산을 떠나 우리 사회에서 녹색정치에 대한 이
해와 녹색사회 실현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어 얼마나 바람직한 현상인가? 결국 정당도 이
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의 관건은 결국 정당의 정
상화와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정책도 없고, 당원도 없
는 정당,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훈련을 받지 못했거나 당 소유주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이들로 구성된 한국의 기존 정당은 하루 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녹색당과 진보정당들은
선거법과 정당법 등의 개정을 통해 신생정당의 진입장벽을 허무는데 공조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자료출처 : 녹색자치네트워크

admin

(X) 초록정책 관련자료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