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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한국 녹색정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 녹색과 정치의 만남

― 새로운 대안정치를 꿈꾸며…

글: 이미영 · 여성환경연대 사무국장

80년대 학생운동, 90년대 초까지의 공장생활과 학교복적, 그리고 시민운동이라는 새로운 영역과
의 만남, 이러한 나의 개인적 이력은 청년기의 대부분을 ‘민중중심의 민주주의와 새로운 정치주
체의 형성’이라는 화두에 매달리게 했다.
새로운 정치에의 목마름과 짝사랑은 90년을 거치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정치라
는 영역은 단지 공격과 압력의 대상으로 그리고 문민정부 이후에는 아주 가끔 사안별 협력이 가
능한 정도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제도권에의 진보적 인사의 진출 역시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
치며 심드렁해 졌다. 민중당 출신 의원들의 변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 서경석, 제정구,
이미경, 유인태 등의 독자세력화 노력의 실패와 한나라당으로의 투항, 일부 국민회의로의 재편
입, 김대중 대통령에게 넙죽 절을 하며 충성을 보인 한때 전설이었던 운동권 선배의 모습 등은
개인적 차원에서 제도정치에 진입하는 소위 ‘비판적 지지’ 전략이 갖는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었
다. ‘정치와 도덕은 양립불가’ 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정치하는 사람들과는 일정한 거리유지
가 품위유지를 위해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도 시민단체에서 ‘공공’자가 붙는 일에 열
분을 내고 사회변화와 진보를 갈망하는 나같은 사람이 ‘정치’는 ‘도덕’을 중시여기는 사람이 가
까이 하면 안될 영역으로 사고되었다면 민초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소외감은 거의 극에 이르렀
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치에 관심 덜 갖기 운동’ 나는 건전한 시민사회의 형성을 위해 이런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 생전수전 다 겪고 이것저것 다 두들겨 보았던 민초들에게 ‘그래도 깨끗한 한표’를 호소하며
선거에 동원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그나물에 그밥같은 또는 내용은 괜찮은데 나
를 대상화시키는 것 같은 정치인들에게 나의 성스러운 한표를 던지기가 정말 싫었을 거다. 소극
적이건 적극적이건 보이코트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정치권에의 의존성을 극복하고 제도 밖에서의 시민주체의 자율적 영역의 확대, 스스로의 에너지
와 질서로 움직이는 공적 영역의 확대만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특히 여
성이 중심이 된 풀뿌리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성환경연대’라는 신생조직에 몸담게 되면
서 부터이다. 이때도 정치는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골치덩어리에 불과했다.
소박하지만 매력이 넘쳐흐르고 개성과 열정이 가득찬 주부로 대변되는 여성들의 생활운동, 대안
운동은 ‘정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새로움’ 의 내용이 무엇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영감을 주
었다. 놀라웠다. 나와 우리의 내부에서 나오는 정치적 비젼, ‘생활정치’, ‘살림의 정치’ 에 대
한 아이디어가 싹싹하고 바지런한 주부들의 모습에서 제공되었다. 그들의 ‘정치’에 대한 생각은
나의 부엌살림과 직결된 것이었고 나와 우리가족, 그리고 이웃의 행복추구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
다. ‘풀뿌리생활운동과 정치’와의 만남은 이곳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심각한 논쟁을 동반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거에 이기면 좋지만 지는 것도 이곳에서는 큰 상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좀 속상하기는 하지만 달라질게 별로 없는 공동체의 관계로 다시 들어와 예전처럼 활동
하면 그만이다.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선거과정은 감동 그 자체이다. 아름다운 선거를 통
해 그 결과에 관계없이 여성들은 새롭게 정치세력화 된다. 그동안 내가 벌려왔던 운동의 대상이
었던 후진(?) 여성들이 나를 다시 정화시키고 새롭게 정치화 시키는 스승으로 다가왔다.
살림꾼들이 내건 ‘생활정치의 기치’와 제도정치에의 독자적 참여는 이제 막 풀뿌리에서 기초의원
을 배출하기 시작한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그 잠재력은 커 보인다. 시시해 보이고 답답할 정도로
느려보여도 할 수 없다. 정치의 틀과 내용을 바닥에서부터 바꾸는 다른 대안이 있는가? 나는 현
재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녹색정치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풀뿌리운동의 저변확대와 연
대에 기반할 때만 우리가 그렇게 목말라하던 새로운 정치주체의 형성은 가능할 것이다. 이점에
서 나는 녹색정치에 대한 본격적인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환영하고 이를 위해 결단한 아
직은 소수인 분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는다.

단 몇가지 점에서 좀 더 많은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몇가지 점은 하나
로 수렴되는 근본문제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녹색의 독자세력화가 필요한가 아닌가를 둘러싼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녹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
화에 동의하는 사람들 내에서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시각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정당건설의 원칙, 방법과도 연결된 문제로 보인다.
첫 번째는 당건설의 조직적 기초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합의이다.
새로운 정당은 중앙당을 먼저 선포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된다. 풀뿌리 생활운동에 기반한 ‘생활
정치 네트워크’와 같은 열려있는 연대망의 형성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확대로부터 지
역당이 만들어지고 이 힘에 기초해 중앙당이 선포되는 방식, 풀뿌리에서 얼마 이상이 원내 진출
에 성공했을때 중앙당을 만드는 방식 등이 검토되기를 희망한다.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등의 성급함은 민초의 삶과 동떨어진 또다른 정치스타들을 만들어내는 전철을 밟을 수 있
다.
조현옥, 서형원 선생님이 발표하신 녹색당이 지향해야할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논거는 너무도 지
당하다. 문제는 이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에 있다. 독자세력화에 대한 시도는 그전에
도 있어왔다. 녹색의 담론이 중심에 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진보세력의 독자세력화의 명분은 너무
나 분명했다. 하지만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객관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역량의 성숙
에 대한 자의적 판단때문이 아니었을까? 녹색세력내에서도 분명 소중한 실험들이 있어왔고 무시
할 수 없는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의 토대는 너무나 취약한 것이 현실이
다. 전략적 거점이었던 환경연합의 고양 녹색후보의 낙선은 지역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같이하고
민초의 마음을 모아내는 그 지겹도록 더디고 어려운 과정을 생략한 채 열매를 딸 수없다는 진리
를 새삼 체험케 했다. 생활운동의 활성화와 지역분권의 촉진, 삶의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광
범위한 네트웤 형성이 전제될 때 녹색정치는 비로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현재의 정치지형의 복잡함이 녹색정치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를 속시원히 보여주고 있
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점 역시 당장 녹색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어렵게 하는 조건중의 하
나로 보인다. 민노당, 국민개혁정당, 민주당내 개혁세력의 자리매김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속에
서 일반 시민들은 혼란스러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민개혁정당의 경우 풀뿌리민주주의, 평
등, 반전평화를 내세우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며 이라크로 달려가는 당원이 있는가 하면 대표는
노심을 이해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며 향방을 둘러싼 정리되지 않은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중도개혁과 보수간의 구도가 안정되고 그 구도의 한계, 문제의식이 여실히 느껴질 때 녹색
정치의 필요성은 대중적으로 공감될 것이다.
세 번째로, 시민운동진영에서 녹색정치에 대한 합의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점 역
시 짐이 되고 있다. 녹색당이 운동당으로서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중시한다고 했을때 여성, 환
경, 평화 등 다양한 시민운동진영과의 보다 많은 토론과 합의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
해 ‘환경’ 만으로 이해되는 녹색담론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당’ 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녹색정치는 포기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대안정
치로서의 ‘녹색정치’의 실현이라는 지향과 이에 기반한 연대형성은 기존의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
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더디가더라도 원칙과 내용에 충실한 녹색정치의 기초를 만드는 과정
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출처 : 녹색자치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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