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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환경정책, 어디로 갈 것인가? – [토론1]한경구 (문화인류학, 국민대 국제학부)

문화인류학자들 중에 수렵채집민이나 농민의 생산활동과 민속지식을 연구한 사람들은 자연환경
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나처럼 고등학교 때 생물을 싫어했고 도시에서 현지조사를 한 사람들
은 사실상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무식한 문화인류학자가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세 가지쯤 된다.
첫째, 환경은 자연과학자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문화’라는 틀을 통해
서 주변환경을 인식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문화를 가진 인간에게 환경은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된
다. 그러므로 인간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용하며 어떠한 것들을 파괴하거나 변형해
도 좋다고 생각하고 또 어떠한 것들에 애착을 갖고 가치를 부여하는가는 사회문화적 문제가 되
며 문화인류학자의 영역이 된다.
둘째, 총체적 접근법을 특징으로 하는 문화인류학은 정치, 경제, 사회, 심리, 종교, 상징, 인
체, 환경 등 각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분과학문들과는 달리 이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
는지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위, 특히 대형 공공사업이나 새로운 기술의 등
장이 지역 주민의 삶이나 사회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한 문화인류학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대형국책사업들의 경우 대개 정치적으로 약자인 특정 지역이 전체의 이익
이라는 명분 하에 희생으로 선정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도 하다.
셋째, 문화인류학은 방법론적으로는 참여관찰과 심층적 인터뷰 등의 기법을 사용하는 현지조사
(fieldwork)를 그 특징으로 한다. 환경의 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또는
사람들이 환경 또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등을 이해하기 위하여 여러 방법이 사용될
수 있으나 현지조사가 매우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때에 문화인류학자가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점을 깨닫게 된 것은 그동안 시화호 사업이 주민들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 동강댐 공동조사단, 새만금 공개 토론 등에 참여하면서, 또한 개번 매코맥의 {허울뿐인 풍
요, 일본}이라는 책을 통해 토건국가라는 개념을 알게되면서이다. 국가, 또는 국가의 이름을 사
용하는 관료와 정치가, 사업가들이 특정한 지역을 사업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삶
을 파괴하는 결정을 하고 이들에게 향후 경험하게 될 위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주거나 허망한 기대를 갖도록 방치한 것, 전통사회나 개발독재시대, 고도경
제성장기의 가치관과 믿음, 관행들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비성찰적인 태도, 자신
및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의 이익, 즉 사적 이익을 공동선이나 공적 이익의 추구보다 우선시
하는 비문화적 태도 등을 목격하거나 경험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세 분의 발제문을 읽고 받은 느낌을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토론문을 문
서로 제출하라는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신중히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거의 갖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토론시에는 내용이 달라질 것을 각오하고 몇 줄 적어보았다.
장재연 소장님의 경우 환경정책을 국민의 건강 보호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
다. 한때는 고시공부한답시고 헌법공부를 열심히 하여 그야말로 딸딸 외다시피 한 적도 있지만
현재 우리 헌법에 주택에 관한 규정이 있는지는 장 소장님의 글을 읽고 새삼 깨달았다. 이러한
논의에서부터 책임행정과 과학적 평가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장소장님의 문제제기는 너무나 소중
한 것들이며 깊이 공감을 느낀다. 환경운동이 왜 민주화운동인가를 뼈아프게 느낄 수 있다.
한편 윤서성 원장님과 이필재 과장님의 글은 환경정책의 환경과 요소들을 매우 포괄적으로 잘
정리하여 주셨다. 국책연구기관과 주무관청을 비롯하여 우리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한계이
며 또한 무엇이 과제이고 목표인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또한 합의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실천만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커다란 목표는 지속가능발
전이지만 국제경쟁의 격화와 남북교류사업 등 성장과 확대에 대한 요구가 한계로 작용하고 있
다. 이러한 가운데 사전예방적 정책과 관리를 통해 깨끗한 공기와 물을 확보하고 경제와 환경의
공생을 이루며 생태계를 보전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차기 정부가 적어도 이러한 기본적인 목표나 과제를 부인하지는 않을 것
이다. 또한 민주적인 절차나 정보의 공개도 노골적으로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것만으로 충분할까?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다는 불안과 지역적 기반의 편중에 대한 의식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노 후보, 그리고 노 당선자의 발언이 보여주듯 국가의 자명한 정책적 목표와 과제들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환경운동은 민주화운동이다. 환경운동은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민주투사가 대통령이 되며 그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경
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지난 몇 년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차기 정권에 대한 우려는 그
래서 더욱 심각한 것이리라.
또 하나 다소 불안한 것은 차기 정부의 환경정책이 아직도 환경을 그냥 “자연”으로서 파악하
는 경향이 강하며 “인간이 문화를 통해 파악하는 자연”으로서 파악하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
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정책과 관련된 권력의 문제,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성장이나 보전이라
는 문제, 불평등의 문제, 민주주의의 문제, 정치적 제휴와 배척,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 계층
문제 등에 대한 감수성(sensitivity)은 아쉽지만 찾아보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속과 성
장, 경제와 환경처럼 기본적으로 상극적인 개념을 마치 양립 가능한 목표인 것처럼 별 고민이나
논증 없이 제시하는 것도 불안하다. 사회문화적 영향평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아
마 그래서 받는 것 같다.
새만금 사업이나 청계천 복원 같은 현안들을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목표, 과제와 한계에 비
추어 검토한다면 어떠할까? 지속가능 발전이나 사전예방, 민주적 절차, 투명성 등을 어떻게 설명
해야할까? 세입자들을 내쫓고 펌프로 물을 끌어와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에 흐르게 하면서 워터프
론트 개발을 시도하는 서울시의 정책 또한 자연의 복원이라는 엄청난 이념을 명분으로 하고 있는
데, 중앙정부의 정책기조에 비추어 보면 어떠한가? 오늘 논의는 차기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일
반적인 논의이기는 하지만, 정책목표는 구체적인 결정을 통해 달성되기 때문에 특히 새만금 사
업 같은 것은 언급해야할 것 같다.

자료제공 : 시민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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