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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발언 배경과 대책 모색

미국의 대북강경책과
남북관계

“악의 축” 발언 배경과 대책 모색


ⓒ 한겨레

지난 1월 말, 미 부시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북한이 포함된
“악의 주축”
발언과 이후 외교안보 고위인사들의 잇달은 대북 강경발언으로 북-미관계
는 물론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관계에도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긴장이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
게 조성될 우려마저 던져주고 있다.
여기서는 연초 부시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파고를 높여가는 배경을 살펴보
고 한반도에 줄 영향과 우리의 대책을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악의 축” 발언은 부시정부의 안
보관과
국내정치적 이익의 소산

부시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는 올 한해 미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방향을 제
시하는 밝히는 자리였다. 연두교서는
올해 대외정책 목표를 테러집단의 완전 소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 등
두 가지로 제시하였다. 부시의 “악의
주축” 발언은 두 번째 목표에 관련된 것으로 북한, 이란, 이라크를 구
체적으로 거명하였다. 부시는
대외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나서, 이어서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미사일방어망
(MD)의 추진과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부시대통령은 또 연두교서 발표에 앞서 올해 미 행정
부의 국정 방향을 반테러, 본토
방어, 경제 회복 등 세 가지로 꼽으면서 안보관련 사안을 둘씩이나 내세웠
다. 이는 부시정부가 올 한해도
2단계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국제적 주도권과 국내정치적 이익을 추구
하겠다는 의지를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부시정부의 고위관료들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 한반도의 국
지전 발발 가능성 등을 거론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시정부의 대북 강경발언은 새삼스러운 바는 아니지만, 연두교서에서 대
통령의 유례없는 거친 표현과 이를
뒷받침하는 고위관리들의 연쇄적인 발언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
다. 그 배경에는 부시정부의 대북인식을
포함한 대외안보관과 정치적 이익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먼저, 부시정부
는 “힘에 의한 외교”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이 갖고 있는 강력한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외교정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천명된 이 표어는 꺾일 줄 모르고 일관되게 정책적으
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시정부에게 외교정책은 안보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이 있
다는 점이 크게 고려되지 않고 있고,
외교정책은 일방주의(unilateralism)적이다. 부시정부의 이런 대외안보관
은 탈냉전의 국제질서가 안정적이고
협력적이라기 보다는 불확실하고 갈등적 요소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
다. 냉전시대에 억제되었거나 냉전 붕괴로
새로 부각된 종족분쟁, 테러, 마약, 난민, 환경,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이
미국과 미 동맹국의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시정부가 보기에 클린턴정부는 이런 불안요인들
을 방지·억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시정부는 북한체제를 “마지막 스탈린주의국
가,” 폐쇄체제로 규정하고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 부시 공화당정부는 북한이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수출 등으로 미국의 국익과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여기에
전방에 배치된 재래식 군사력이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정부는 작년 6월 북
한에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순응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9.11 테러 참사 이후 이런 요구를 압력 수준
으로 높여갔다.

부시정부의 이런 대북 인식과 요구는 그의 대내외적인 정치적 이익을 감안
하여 나타난 것이고, 그것이 연초에
더욱 증대하였다. 먼저, 대내적인 측면에서, 부시대통령은 반테러전쟁에 대
한 지지 여론을 11월 의회 선거때까지
이어가 공화당의 정치적 주도권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을 포함
한 정부 고위관료들이 미국형 한보사건이라는
엔론사와의 정경유착에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 민주당이 이를 놓치지 않으
려 했고, 부시정부는 늦은 경제회복과
더불어 악재를 만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정부에 대한 여론의 지
지도는 여전히 높았다. 부시는 반테러
여론을 동원해 정치적 지지를 지속하기 위해 대외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
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연초가 되면 미국의 국방·정보당국은 차기년도 예산 증액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차기년도 예산안 심의가 4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시대통령의
“악의 주축”
발언 직후 행정부는 국방예산을 향후 5년간 1200억 달러로 증액해 과거 레
이건정부때의 최고액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대외적으로 부시정부는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본격
화해야 하는 스스로의 과제를 안고
있다. 미사일방어망은 클린턴정부가 기술적, 재정적 문제로 추진여부를 공
식 결정하지 못한 대역사(大役事)이다.
부시정부는 하늘을 초속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미사일로 격퇴하는 이 사업
을 추진하기 위해 러시아, 중국과
같은 강대국을 지적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민주국가이자 약소국인 북한과 같
은 나라를 위협국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동시에 부시정부는 북한위협을 통해 동북아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특히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강하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목
적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부시정부의
대북강경책은 시기적 요인과 북한의 순응 가능성을 제외하면 올 늦게까지
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 햇볕정책과 한-미동맹의 병행 유지를 위한
외교적 역량이
관건

그러나 부시정부의 강성 대북정책은 한-미 우호관계를 무색하게 할 정도
로 자국의 패권적 이익과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이는 북한의 개혁개방정책과 한국정부
의 남북화해정책을 동시에 곤란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북한은 부시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현상적으로는 강경한 대응자세
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부시의
대북정책이 “공화국 압살 책동”이라고 비판해 왔다. 부시의 발언
에 대해서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제기하는 군사력
문제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 동결에 대해서 북한은 클린턴정부시기에 맺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현재 핵개발을
동결한 상태이며, 경수로 건설 직전에 가서 과거 핵개발에 대해 사찰 받게
되어 있다. 부시정부는 이에 대해
과거 핵사찰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 사찰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경수로 건설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미사일문제에 대해서 북
한은 부시정부의 개발 및 수출중단
요구를 일축하고, 클린턴정부 말기에 협의되었던 개발 및 수출 중단의 대가
로 제3국에서 인공위성의 대리 시험발사
및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는 부시
정부에 전임 정부의 정책을 승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부시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매우 엄격한 접근을 시도하
고 있다. 또 북한은 부시정부가
제기하는 휴전선 부근 재래식 군사태세의 후방배치를 “자주권 침해
“라고 비난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유엔대표부 대사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
와 협상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제3자의 중재나 일방의 양보가 없는 한 이들 현안에 관한 양국간 심각한 입
장 차이로 공식적인 대화 재개는
당분간 어려운 상태이다.

남한도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임기 1년을 앞둔
김대중정부는 부시정부의 최근 일련의
대북 발언이 야당의 정치공세와 맞물려 약화될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현정부는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
유지와 한-미 공조라는 입장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완화시키려고 하고 있
다. 미국도 한국내 반미여론을 고려해
북한위협론을 줄이고,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문제의 남북 해결과 김대중정부
의 햇볕정책 지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초강대국 미국의 자국중심의 외교정책 행태와
부시정부의 대외정책 스타일을 고려할
때 남북한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마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
대, 부시정부는 대북정책과 대한정책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고, 그에 따라 남한의 선택치는 더욱 좁아 보인
다.

부시대통령이 19일 방한한다는 이유로 같은 날 방북하려던 설날맞이 남북
공동행사 남측 민간인들의 방북이
연기되었다. 이것은 미국의 태도로 인해 남북 교류협력이 제동이 걸린 또
하나의 사례이다.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도
김대중대통령이 베를린선언에서 밝힌 대북 전력지원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
제 남은 것은 현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와 화해·평화를 소망하는 국민여론을 정책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다. 또 미국의 강경책을 우려해 한편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북한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올 때 밖의 한풍(寒
風)이 안의 온풍(溫風)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북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정략적인 이용과 워
싱턴을 향한 분열적인 구애(求愛)
행각도 경계할 문제다.


글 : 서보혁(평화네트워크 평화문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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