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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괴담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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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용 서울대 교수) 얼마 전에 인터넷포털에 수돗물 민영화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다. 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하루 수도요금이 14만원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집 수돗물 요금이 한 달에 1만원 미만이니 수백 배 이상이 되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막아야 할 일이다. 도대체 14만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 285L를 먹는샘물 값(1L에 500원)으로 환산하면 얼추 14만원이 나오게 된단다. 생수로 목욕하고 빨래하고 화장실 물로도 사용한다는 말이니 괴담이다.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로 믿고 싶은 심정이 있는 모양이다.

수돗물 민영화 괴담 배경은 이렇다. 2006년 물산업 육성화 방안이 마련된 시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물산업 육성화 방안의 골자는, 현재 830조원 시장(2003년 기준)이고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미래산업인 물산업 시장에 진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하수도 분야 구조조정을 하고 그 핵심이 수도사업의 단계적 민영화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공기업 민영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 코드를 더욱 맞추려 한 것 아닌가 싶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실수 등 때문에 도매금으로 국민적 저항과 반감을 산 것이 아닌가 한다. 마침내 촛불시위가 절정이었던 6월에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수도사업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수도사업 구조조정 문제는 정부는 물론 학계 및 시민사회에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민영화는 여러 논의 중의 하나였을 뿐 전부는 아니었다. 민영화는 자산 인수를 하는 완전 민영화에서 가벼운 민간 위탁경영까지를 광범위하게 통칭하는 말이다. 오랫동안 공공성을 강조해온 상수도 분야는 기본적인 수돗물 공급 역할은 충분히 했다. 수돗물 보급률이 대도시는 대부분 97%를 넘으니 적어도 공급은 채워준 셈이다. 하지만 국민 신뢰와는 별개였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시민 비율이 10%도 채 안 되니 말이다.

1990년도 이후 터진 낙동강 페놀 누출 사고, 바이러스 검출 등 수돗물 사고가 시민의 수돗물 불신에 크게 기여한 것은 틀림없다. 수돗물 관리 기관인 지자체가 수질 결과를 조작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숨기는 부도덕한 행위도 적발이 되었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수도사업자가 감시 기능을 동시에 하니 고양이 앞에 생선 격이다. 50%를 약간 상회하는 낮은 가동률이나, 지자체와 광역상수도를 책임지는 수자원공사의 중복투자 같은 비효율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내가 아는 수도사업이나 정수장 현실은 이렇다. 현장에는 필요한 전문가가 없다고 야단을 맞지만 정수장에 전문가가 채용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 구조에서는 박사학위 전문가도 공무원시험을 치러야 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자리가 승진을 위한 순환보직 코스라고 한다. 재원이나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춘 서울시나 광역시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중소 도시의 경우 수도사업은 더욱 열악하다. 더군다나 전국에 2만 개 이상 산재해 있는 마을 상수도의 상황은 어찌 하랴. 해결책은 가능한 한 언론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수도서비스 개선은 뒷전이고 직능조직 간의 이해다툼은 치열하다. 수도 분야는 잘 되면 그만, 잘못되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탈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기호는 까다로워지고, 상수원 오염물질의 종류는 증가하고 성격도 복잡해지는데 수돗물 대책은 소걸음도 되지 않을 판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한 급속한 기술발전은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수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경직된 우리의 공무원 체제로 이 같은 발전을 수용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수도사업의 다층적 문제가 민영화로 전부 해결될 수는 없다. 미국은 수도사업 민영화를 하지 않았어도 전문가를 수용하는 인사제도를 갖고 있다.

수도사업의 비효율이나 수돗물 불신에서 오는 고비용은 모두 시민의 부담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도사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민영화로 완전 탈바꿈한 내력을 모르겠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불합리한 현실 고수도 아니고, 국민이 부담스러워하는 수도사업 민영화도 지금은 답이 아닐 것이다. 개방된 민간 참여를 통하여 전문성과 효율성을 올리면서 수돗물 공급의 공공성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정책 추진이 아쉽다.











*이 글은 7월 10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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