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친원전 정책, 녹색금융까지 망가진다
– 수립 1년도 안 된 ‘녹색분류체계’에 무리하게 원전 포함시켜
– 폐기물 대책 없는데도 원전은 ‘녹색’이라는 환경부 궤변
– 자금 조달 실효성 낮고, 녹색금융에 악영향 미칠 것
◯ 정부가 9월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녹색분류체계가 수립되고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권 입맛에 따라 무리하게 녹색 금융에 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수정한 것이다. 이로써 녹색 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국내 금융계에 녹색분류체계가 매우 불안정한 정책 신호를 형성하게 되었다.
◯ 2020년 기준 국내 녹색 금융 규모는 대략 72조 원 정도이며, 향후 대부분 민간·공적 금융기관들은 이를 확대할 방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 금융의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녹색분류체계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생에너지·순환 경제 등 향후 육성·지원해야 할 산업에 투자가 집중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원전에 ‘녹색 딱지’를 붙여주려고 녹색분류체계에 무리하게 원전을 포함해 정책 기능에 치명적 문제가 생기게 됐다. 국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그간 한수원의 재원과 공적 금융기관의 회사채 인수로 이루어졌다. 애초에 원전 건설에는 민간 자본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았는 뜻이다. 즉,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이 자금조달 측면에서 전혀 실효적이지 않다. 도리어 공적 금융기관들이 어차피 정책적 결정으로 인수했어야 할 한수원의 회사채를 인수하며 그것을 ‘녹색 금융 투자’로 위장할 우려만 생겼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다른 녹색 경제 활동에 투입되는 재원이 적어져 진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친환경 산업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 정부는 유럽연합 텍소노미를 참고해 원전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녹색경제활동 인정 기준은 유럽연합보다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유럽연합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계획 및 건설 시점이 분명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경우 관련 법률만 제정되면 별도의 처분시설이 없어도 인정해주는 형태다. 지금처럼 핵폐기물이 대책 없이 쌓여가도 원전은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이는 녹색분류체계의 주요 원칙인 ‘심각한 환경피해가 없을 것(DNSH)’을 위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전환부문’에 한시적으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까지 포함함으로써 폐기물 발생과 원전 위험 문제를 더 키우는 심각한 환경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녹색분류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여 진짜 육성되어야 할 녹색경제활동만 지원할 수 있도록 원전 포함을 철회해야 한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원전 문제를 정쟁화시키면서 기후·녹색금융 정책까지 파탄내는 어리석은 짓을 중단해야 한다.
2022.09.21.
환경운동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