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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지향)일기] 924기후정의행진에서 동물로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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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기후정의행진에서 동물로서 만나요

비건지향일기 – 지미⓻

 

안녕하세요! 지미입니다. 오늘의 비건지향일기는 이렇게 편지처럼 써보려고 해요.

저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에너지기후국’이라는 부서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 부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처음 ‘위기’로서 지구의 기후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사실 잘 실감나지 않았어요. 이대로면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질 건데 그럼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들이 더 크게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 말이죠. 근데 제 눈 앞에서의 일이 아니라서 몰랐나봐요. 이미 어딘가에서는 기후재난이 삶의 영역에 들어와 있었는데 이를 가끔 발생하는 우연찮은 사고처럼 생각했고, 인간이 쉽게 보기 어려운 생태계의 영역은 일찍이 위태로워지고 있었지만 정말 다른 세상 일 같았어요.

피곤하고 불안해도 비교적 안전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제가 마주하고 인식하는 하루는 핸드폰과 노트북, 시멘트 바닥과 그 위에 지어진 건물들, 전등과 화면, 아이돌에 대한 시덥잖은 찌라시부터 릴스로 채워져요. 그나마 머리를 굴리는 지점은 오늘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는 건데 이건 사이트나 편의점이 준 메뉴판 안에서 이뤄지고요. 가까운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도 사회구조적인 어떤 분석과 요구보다 개인적인 지지와 해결에 힘쓸 때가 많았죠. 그러니 기사 한 줄 읽지 않고 집회가 열리는지도 모르고 유난히 시간이 남아 비인기 사회과학 책을 읽지 않으면, 지구 생태계 어딘가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사실과 그것이 내 문제라는 자각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발딛고 서있는 콘크리트 밑에 사실 생명을 틔우는 흙이 있다는 것을. 내가 마시고 다시 뱉는 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한바퀴를 도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라는 사실을. 편의점에 내가 고를 수 있게 진열된 제품들 속에는 피와 병과 고통으로 물든 동물의 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티비 속 ‘생태계’라고 소개되는 그 작고 미묘한 세계가, 사실은 엄청나게 거대한 세계가 어떻게 나와 연결되어 있겠어?’

물론 이전부터 농사 짓는 농민, 더위와 추위에 더 취약한 곳에서 사는 사람 등 누군가는 이미 뼈저리게 실감했지만 다수의 관심사가 아니었겠지요. 그렇지만 최근 몇 년은 몰랐던 대부분의 시민들도 모른 척 할래야 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충격적인 것은 많은 사람이 기후재난을 함께 목격하고 같이 ‘문제’라고 말하는데도 아직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요. 정말로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요. 누군가가 죽는데 계속 손놓고 기다려야 해요. 안전벨트도 없이 롤러코스터의 가장 꼭대기로 달려가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충격적인 기후재난의 장면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웅성웅성하고 걱정하다 끝날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말할 자리가 필요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느끼고 있는 기후위기를 공동의 문제로서, 우리의 현실로서 제대로 대면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해요. 무엇보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가장자리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이들 중에는 매일 도축장으로 향하는 돼지, 소, 닭처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이들이 있거든요. 더 많은 이야기가 전달되고 말해지는 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에서 말과 존재를 잇고자 선택할 때일 거예요.

그래서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기후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수많은 존재들이 모여서 말하는 장을 만들었어요. 내가 알고 있는 기후위기의 모습이 하나뿐이라도, 이날 거리에서 더 큰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같이 살자는 말, 동물로서 함께 살아내자는 말, 기후정의를 같이 외칩시다. 9월 24일 이번 주 토요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꼭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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