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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체르노빌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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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윤 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악몽같은 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체르노빌 참사는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20년이란 긴 세월동안 일상의 삶 속에서 그 사건을 여전히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은 언제가 될지 모를 미래의 먼 시간까지 대를 이어 지속될 것이다. 아마도 원자력관련 사고가 다른 어떤 사고보다 공포스러운 이유는 우리의 감각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위험이 인간의 시간개념을 뛰어넘어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동안 지속된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재에도 진행중인 사고의 여파가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기술낙관적인 입장에 선 사람들은 체르노빌에서 가동된 원전과 같은 원전유형이 거의 없으며 기술적 진보를 통해 원전사고의 위험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어왔기에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생태적 위협상황 속에서 원전은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74년에 세계원자력기구는 2000년에 세계 원전의 시설용량이 445만MW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6만MW에 머물러 예상규모의 8%만이 실현되었을 뿐이다. 바로 체르노빌 참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최대의 환경문제로 간주되는 기후변화를 빌미로 원자력계는 다시금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는 원전의 확대를 통해서가 아니라 에너지중독에 빠져 있는 현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확대를 통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체르노빌참사는 공포스런 사건이었지만 원자력에 의존한 에너지시스템이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방향으로 에너지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체르노빌은 다시 한 번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독일학자 쾬라인 박사가 본인이 속한 환경대학원에서 특강을 했을 때 한 학생이 물었다. “독일의 일반시민들이 에너지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원자력을 반대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그 질문에 쾬라인박사는 “체르노빌”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체르노빌을 살아있는 교훈으로 다시 한 번 승화하기 위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껏 한국의 반핵운동은 “~은 안된다”라는 부정적인 구호를 많이 내세웠다. 많은 설문조사들에서 일반시민들이 원자력을 바람직한 에너지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이라는 관점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 현재 441개의 원자로가 31개국에서 가동 중인데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원전 시설용량이 큰 나라로 20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2010년과 11년 완공을 목표로 신고리 1, 2호기 건설에 착수한 상태이며 2015년과 16년을 완공목표로 하는 신월성 1, 2호기는 건설허가가 난 상태이다. 그리고 2017년까지 4기가 더 지어질 계획으로 있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대도시의 시민들은 지난 12월에 발표된 세계원자력기구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원전의 지속적인 운영에 찬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조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력해야 할 발전방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한 것은 태양광발전으로 응답자의 47.6%를 차지한 바 있다. 따라서 반핵운동은 이러한 시민적 인식에 답할 수 있는 운동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자력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해법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 시민들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앞으로 원전의 추가건설을 저지하는 운동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혹은 에너지 효율향상이나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로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간다 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상당히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앞으로 추가건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원전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원래 원자로의 제작시 예상 수명은 50년을 넘지 않으나 이익극대화의 압력과 높은 원자로 폐쇄 비용부담을 이유로 여기에 대한 비용이 원자로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다. 원전의 노화에 따른 위험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애초 원전수명을 40년으로 설계하였으나 6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만큼 부품이나 설비 자체의 노화에 따른 사고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핵진영은 기존 원전의 안전한 운전과 관리 감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적인 테러의 위험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원전은 위험한 공격목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원전사고의 가능성과 함께 원전과 관련해서 부단히 문제가 되고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가 바로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이다. 작년 11월 2일의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로 부지가 선정된 시설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이다. 이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문제가 반 정도 해결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사성 폐기물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인데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거의 준비된 것이 없다. 지난 해 정부가 방폐장 부지선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주민투표라는 절차를 통해 주민들 의견을 수용하는 민주적 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을 분리 건설하기로 하여 위험성을 현저히 낮추고 두 시설을 함께 추진했던 이전까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유인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주민투표는 오히려 지역간 경쟁을 자극하는 기제이자 정책실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된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난제 중의 난제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사용후 핵연료처분에 관한 법도 없으며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의 관리방법도 너무나 허술하고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중 어느 부처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명확하지도 않다. 지금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소위 말하는 님투(NIMTOO: Not In My Terms Of Office, 내 재임기간에는 안된다)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행정관료들이 골치 아픈 일을 재임기간에는 손대지 않으려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하고도 민주적인 처분을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직 세계적으로 이 문제를 완전하게 처리한 국가는 없지만 앞선 사례에 비춰보면 20~30년이라는 장기간의 시간표 속에 차분하게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반핵진영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원자력의 지속적 사용에 대한 논의와 함께 풀어야 할 지 아니면 각도를 조금 다르게 하여 분리하여 접근할 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입장에 서든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을 안전하게 민주적으로 건설하고 관리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 출처/시민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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