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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의 섬 이야기] 자카르타 섬의 블루카본

자카르타 섬의 블루카본

홍선기 목포대학교 생태학 교수

 

Pari 섬 주변의 다른 섬에도 맹그로브숲이 잘 보전되어 있다. ⓒ홍선기

지난 8월 17일부터 5일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다. 아직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기도 해서 자카르타 현장에서의 활동에도 조심스럽고, 입·출국의 불편한 사항은 있었지만, 2020년 1월 티모르섬 조사를 마지막으로 지난 3년간 인도네시아 섬 조사를 못 하고 있었기에 전반적인 현지 상황과 코로나 대응에 대하여 알고 싶어서 직접 방문하여 지인들과 미팅을 가졌다. 자카르타는 2006년 도심의 그린 네트워크 조사 이후 오랜만의 방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설립하고 총괄을 맡고 있는 N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Agency (인도네시어로는 Badan Riset dan Inovasi Nasional, BRIN이라고 함)의 연구원들을 소개받았다.

인도네시아는 17,500여 개의 유·무인도로 구성된 섬 국가라 대도시처럼 의료 시스템이 공평하게 갖춰있지 못하다. 그래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어도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부족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도시나 발리, 롬복과 같은 관광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외지의 섬은 코로나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접촉하는 인구 밀도가 낮고, 외부 방문객이 적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는 것이 지인들의 생각이다.

자카르타 시민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대도시 자카르타는 우리나라처럼 곳곳에 PCR 검사를 받는 ‘BUMAME FARMASI’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필자도 귀국할 때, 호텔 주변 이곳에 들러서 검사를 받았다.

Thousand Islands. 자카르타의 섬 지도 ⓒ홍선기

하루 시간을 내어 자카르타시 앞에 있는 섬을 방문하였다. 자카르타 앞에는 많은 섬이 있다. 일명 Thousand Islands, 그중 하나의 유인도인 Pular Pari에 다녀왔다. Pari섬은 2006년 조사하였던 Bidadari, Ayer, Onrust섬 근처에 있었지만(필자의 논문으로 발표됨. “Nature-based Tourism in Small Islands Adjacent to Jakarta City, Indonesia : A case study from Seribu Islands”. https://www.earticle.net/Article/A52465), 일정상 스치고 지나간 섬이었다. Pari섬에는 BRIN의 연구 조사 스테이션이 있고, 실험실도 있어서 연구자들과 동행하며 섬 주민, 연구자 등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Pari 섬의 항구와 관광객들 ⓒ홍선기

자카르타 주변의 섬 중에서 Ayer 같은 섬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이미 과포화 상태이고, Pari 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특히 코로나가 주춤해지면서 자카르타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섬을 방문, 장기간 숙박을 하는 바람에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BRIN의 연구자가 섬 주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Ayer 섬은 이미 토양 염류화(soil salinization)가 진행되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까지 영향을 주고 있고, Pari 섬 일부 마을에서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펜데믹이 주춤해지면서 폭발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물 부족은 섬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이곳의 큰 수익은 관광인데, 스노클링, 보트로 맹그로브 숲 탐방, 낚시 등이 있다. 사전에 주민들에게 연락하면 숙박과 식사,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섬 주민이 빌려준 자전거로 마을을 돌아보며 BRIN의 현장사무소를 방문하였다.

마침 해양연구자들이 주변 산호초의 생물상을 조사하고 샘플을 가지고 왔다. 맹그로브 숲속의 생물, 해조류, 산호초에 서식하는 어류 같은 생물다양성 조사와 함께 미세플라스틱 조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맹그로브는 이산화탄소 흡수를 제일 많이 한다고 알려져서 이곳에서도 ‘블루카본‘의 중요한 자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많은 숲이 잘려나가 관광지, 새우 양식장으로 바뀐 상황이다. 따라서 BRIN에서는 이런 맹그로브 훼손 지역을 찾아서 조사와 모니터링, 대체서식처 복원을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Pari 섬의 맹그로브 숲과 해조류 ⓒ홍선기

필자도 인도네시아 섬 여러 곳을 다니면서 맹그로브 숲을 보았으나 이 섬처럼 잘 보전되고 확장된 서식처를 가지고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잘피(거머리말, Zostera)와 유사한 해조류(Thalasia hemprichii, Enhalus acoroides)가 두 종의 맹그로브 숲(Rhizoposa mucronata, Avicennia alba)과 어울리면서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의 기능을 잘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엔 갯벌이 있고, 그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염생식물이 자생한다. 이 식물도 탄소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서 지구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하여 녹색 공간을 늘리고, 해양생태계를 구성하는 맹그로브나 해조류, 염생식물 등의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자연림의 맹그로브 북방한계를 일본 오키나와현 이리오모테섬(Iriomote Island)으로 알고 있지만, 기후 온난화에 의해 평균 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주도나 남도 섬에서도 맹그로브가 자랄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하여 미리 관련 연구를 진행해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용기

이 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활동가 이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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