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논평] 정부의 환경범죄 형벌규정 완화계획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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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친화적 행보를 넘어, “기업 공화국”을 만들려는가?

-매년 늘어가는 환경범죄,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 우려돼

 

 

◯ 26일 정부가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32개 과제 중 형량완화 14건, 과태료 전환 11건, 행정제재 우선 적용 5건, 형벌을 폐지하는 안 2건 등이다. 정부는 위와 같은 경제형벌규정에 대한 점검과 개선의 명분으로 “민간중심 역동경제로의 전환”과 “기업들의 자유·창의 증진”을 들었다. 정부는 1차 과제에 대해 연내 입법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수요가 큰 법률 중심의 집중검토와 부처별 검토를 통한 단계적 방안을 말했다. 제도개선은 합리성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이번 발표는 기업들의 편의가 우선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정도면 “기업 공화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치주의와 원칙, 공정 담론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후 기업들에게 너그러운 면모를 보였다. 임직원들의 범죄에 대해서도 유독 예외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환경관련 범죄에 대한 대응은 정부가 말하는 규제완화를 통한 민생안정이나 시장의 역동성 강화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법률에 따른 엄격한 처벌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정부가 처벌기준을 완화함으로서,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에 우려가 크다.

◯ 이번 발표에 따르면 환경분야의 경우 화학물질관리법 57조, 환경범죄단속법 제3조 1항과 2항이 포함되었다. 화학사고로 인한 상해 사건에 대해서는 법정형을 하향시켰고, 오염물질 불법 배출로 위해가 발생하거나 상수원을 오염시킨 경우에도 하한을 2년, 상한선을 5년가량 줄여주었다. 또한 제주특별법 제477조, 제473조 제1항의 예비·음모범에 대한 형량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 법안은 제주도의 자연보존 자원들을 불법 매매하거나 반출하려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 형벌규정 완화가 해당 법률들의 입법취지 실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하여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표1 : 대검찰청 전체사건 대비 경제사범·환경사범 처리현황(2015-2021)

출처 :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재가공

 

◯ 대검찰청 검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체사건 중 경제사범은 5%의 비중을 차지한다. 환경사범은 불과 1% 수준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형량을 줄여야 한다고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다. 일부 언론보도처럼 형벌규정들이 지나치게 기업인을 옥죄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처럼 재계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된 면이 있고, 다른 범죄의 처벌에 있어 형평성도 문제될 수 있다. 게다가 환경사범 형사사건은 줄곧 증가추세다. 2015년에도 10,730건이 처리되었고, 2021년에는 14,079건에 달해 20%가량 늘어났다. 정식재판에 들어가는 경우는 5% 수준에 불과했다. . 이러한 현실에서 환경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환경범죄 영역에서 사법정의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다.

 

표2 : 대검찰청 경제사범·환경사범 사건 처리율 비교(2015-2021)

출처 :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재가공

 

◯정부는 책임주의를 언급했다. 기업이 져야하는 만큼의 적정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여 환경범죄를 근절하고 사전예방을 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기업을 위한 합리화만을 앞세우고 있다. ‘합리화’라는 말을 기업들의 이해와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만 사용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사망자만 1,700명 이상 발생한, 유례없는 아픔도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를 비롯한 가해기업들은 지난 2021년 1월, 형사재판에서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1심 재판부의 그릇된 판단에 더해 검찰의 늦장 수사, 산업부와 환경부를 비롯한 관련부처의 직무유기 그리고 책임이행을 피하는 기업들의 무책임이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다”는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국민의 생명안전보다 기업들의 이윤추구를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지난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첫째도, 둘째도 민생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행보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민생의 전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획기적인 반성과 쇄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본격화 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약화시도를 비롯하여, 일련의 정책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다시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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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홍구 강

홍구 강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화학안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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