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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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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4일 태안군청에서 열린 시민환경포럼 ⓒ시민환경연구소

6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충남 태안의 군청강당에서 작은 토론회가 열렸다.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선박이 초대형 유조선을 들이받아 발생한 태안 앞바다 기름오염사고와 관련한 주제였다. 방제에 참여한 주민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지역 어린이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와 사고가 지역사회에 미친 사회, 경제, 심리적 영향조사인 사회영향조사의 중간결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초등학교 4,5,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태조사인데 조사대상의 6.5%의 아이들이 ‘우울’ 상태를 보이고 15%의 아이들이 ‘불안’상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2006년도에 한 의과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경기도 평택시의 미군기지 주변 어린이들이 각종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는 심리상태(‘우울’ 4.5%, ‘불안’ 5.2%)보다 훨씬 심각했다. 태안 아이들은 자신들이 뛰놀던 바다가 시커먼 기름에 뒤덮이는 사건에 놀랐고 사고 후 어른들이 매일 방제작업에 나가 고생하면서도 보상을 둘러싸고 자살하는 등 심한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면서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어른들의 심리상태는 어떠할까? 20세 이상 태안거주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영향조사팀이 전화설문 한 결과 응답자의 70.6%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호소했다. 이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심한 스트레스 증세가 남는 정신적 장애를 말하는데 태안 주민 10명중 7명이 이런 심리적 장애상태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태안주민들은 사고기업과 정부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를 낸 삼성에 대한 신뢰도가 5.7%, 방제를 책임진 해양경찰은 15.2%, 사고수습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20.3%였다.  이는 2006년도 일반사회조사에서 대기업 74%, 경찰 52%, 중앙정부 57%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진 수치이다. 반면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89%로 가장 높았다.         


건강조사결과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방제시 보호장구의 효과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필터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증상호소율이 크게 높다는 점이다. 실제 필터마스크를 사용한 주민은 32%에 불과하고 자원봉사자들도 41%밖에 안됐다. 그외에는 대부분 일반 위생마스크를 사용했는데 이는 거의 보호효과를 갖지 못했다. 그밖에 주민들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건강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방제에 참여한 시간이 많을수록 각종 신체증상호소율이 높았다.


이번 조사결과는 사고로 인한 급성건강영향조사로 정부가 시급히 태안주민에 대한 건강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중요한 점은 기름성분에 포함되어 있는 PAHs등과 같은 발암물질이 치명적인 질병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통상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10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암 등 만성적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1만 톤이 넘는 엄청난 발암성 오염물질을 처리하느라 태안지역주민들이 수개월동안 동원되고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 역시 적절한 보호장구도 지급받지 못한 채 위험지대에 뛰어든 셈이다. 사고 발생 직후 방제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건강을 우려하여 환경단체가 정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제안하자 환경부 장차관이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불안하게 할 필요 없다’며 거절했다. 당시 환경부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조사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2006년도에는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의 환경오염에 노출된 환경오염 위험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환경보건원년을 선언했었다. 그런 환경부가 대형환경오염사건이 터지자 국민불안 운운하며 오염지역의 건강영향조사를 외면한 것이다.



▲지난 4월 29일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앞바다에 떠있는 기름유출 사고의 주범인 ‘삼성1호’ 해상 크레인의 유조선과의 충돌부위 앞에서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서산과 태안주민들 ⓒ최예용

사회학자들은 태안사태가 환경오염사건에서 사회적 재난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사고의 책임규명과 피해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를 낸 기업은 법정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에 주민들의 삶은 망가지고 피폐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태안사람들은 ‘심리적 공황상태’라고 할 수 있다. 태안문제는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4일 토론회 참석자들은 연구자들이 태안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태안공동체회복센터’와 ‘태안환경건강센터’설치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 상처받은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건강피해를 치료하고 예방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태안주민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관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00만 자원봉사자들의 관심과 격려가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6월 10일 전남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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