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전기요금이 오르는 이유 ‘화석연료 청구서’ 날아온다

찜통 같은 무더위에 선풍기와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덩달아 전기요금 걱정도 따라온다. 그러잖아도 이번 달부터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더 그렇다. 올 3분기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5원 인상됐는데, 한 달 평균 307킬로와트시를 쓰는 4인 가구의 경우 월 전기요금을 1,535원 더 내야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요금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얘기도 있고,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을 둘러싼 해석도 제각각이다. 전기요금 인상,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기요금 인상의 직접적 요인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누적이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7조 7,86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역대 최대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요금 인상과 관련해 한전은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한전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을 일괄 공급하는 한전으로서는 생산된 전기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수익이 난다. 전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연료비다. 한전이 공개한 전기요금 원가 정보를 보면, 2020년 ‘구입전력비’는 45조 원으로, 총괄원가의 84%를 차지한다. 전력 생산에 석탄과 천연가스를 많이 쓰는데 사실상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석탄이나 천연가스 연료 가격은 최근 급등세다. 최대 석탄 수입처인 호주 유연탄 가격은 올해 4월 평균 291달러/톤으로 전년대비 280% 올랐다.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도 같은 기간 189% 상승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로만 18조 2,311억 원을 지출했는데, 지난해 9조원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유연탄 가격 상승세가 계속돼 올해 하반기 천연가스 가격과 역전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원가는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계속 인상되지 않다가 지난해 4분기에 처음 올랐다. 그나마 앞서 1분기에 인하했던 수준만큼 재인상해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올해 4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 요금을 인상해 6.9원 올랐고, 이번에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 추가 5원이 올라 8년 만에 실질적 인상이 이뤄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으로서 겨우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도 있지만, 원가를 반영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한전은 연료비 상승 영향을 따져 올려야 할 요금을 33.6원으로 산정했지만, 실제 인상 폭은 5원으로 결정됐다. 연료비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조정 폭은 분기당 최대 ±5원으로, 기존 ±3원에서 다소 늘었을 뿐이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원가에 맞게 그대로 조정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물가 안정을 고려해서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최종 규제하는 권한을 갖는다.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마련하면 정부가 이를 심의하는데, 특히 ‘물가안정법’에 따라 공공요금 인상 여부를 신중하게 따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전기요금 관련 독립적 규제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한전이 3원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정부는 높은 물가상승률 부담을 이유로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전기요금 인상안이 보류되자 다급해진 한전은 부동산과 해외 석탄발전소 매각, 임원 성과급 반납과 같은 비상 자구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력 판매단가와 구입단가 격차 추이. 2021년 12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해, 2022년 2월 -45.8원/kWh를 기록해 과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12년 3월 -18.8원/kWh 수준을 하회했다. 자료: 하나금융투자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민감도에 비해 실제 요금 부담에 대한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라면이나 기름 값이 오르면 당장 신경이 쓰이지만, 전기요금은 그렇지 않다. 자동이체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 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103.9달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저렴하다. 한국보다 싼 나라는 멕시코, 노르웨이, 터키로, 모두 산유국이거나 발전 연료가 안 들어가는 수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반면 독일은 345달러, 일본은 255달러로, 한국보다 2~3배 비싸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비슷하다. 한국은 94.3달러로, 미국(66.6달러)보다는 높지만 프랑스(124.6달러), 영국(157.2달러), 일본(161.9달러), 독일(173.4달러) 보다 크게 낮게 나타났다. 물가 차이를 고려한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전기요금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글로벌 가격 상승에 따라 다른 국가도 전기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는 추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유럽 4개국과 일본의 올해 3월 전력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388% 급등했다. 이에 따라 5개국의 전력 소매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최소 6%에서 최대 108%까지 증가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서 저소득층 가구를 보호하는 정책 방향은 유사하다. 연료비에 연동해 요금을 조정하는 제도를 두되 조정의 상한 폭을 둬 과도한 요금 상승을 억제하고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이번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7월부터 9월까지 복지할인 대상 350만 가구에 대해 할인 한도를 40% 확대해 폭염 기간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로 했다. 영국의 경우, 올해 4월부터 전기요금 상한선을 역대 최대 수준인 기존 대비 54% 상향했다. 아울러 석유, 가스 기업에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고 세수의 일부는 가정 부문을 지원하는 데 활용한다.

자료: 한국전력공사

종합하자면, 이번 전기요금 인상의 직접적 원인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과 같은 발전 연료의 국제 가격 상승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소매가격인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왔지만, 도매가격(화석연료) 상승에 따라 손실이 급증하며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인상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번 요금 조정이 ‘찔끔 인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져올 전기요금 인상 수준은 현재 요금 대비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공급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전기요금의 상승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석탄발전과 가스발전 비중은 각각 34.3%와 29.2%로 발전에서 가장 큰 비율을 나타냈다. 반면 발전 연료가 들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의 비중은 4.7%로, 전 세계 평균인 10.3%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럽은 공통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선택했다. 지난달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력 당국이 원가 상승을 반영하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해명만 무작정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결국 시민들이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 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10년 내 석탄발전소를 모두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수준의 목표와 방향 없는 적자 타령은 명분도 없고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탄발전 감축 대책은 없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면서 원전 확대만 부르짖는 방향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전기요금 인상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며 정쟁화하는 여당의 행태도 여전하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은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였다. 하지만 한전 적자에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대신 인상 원인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탓이며 결국 현 정부에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 27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한전이 원전은 가동 비율을 줄이고 가스와 석탄 발전 비율을 높이다 보니까 가스값, 석탄값 오르면서 결국 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원전 감축을 전기요금 인상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추이. 2022년은 1분기(1~3월)까지의 데이터. 자료: 한국전력공사, 환경운동연합

관련 데이터를 보면, 원전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고 한전 적자의 핵심 요인도 아니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원전의 발전 비중은 27.4%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6.8%보다 오히려 늘었다. 올해 1분기 원전 발전량과 비중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원전 가동률이 줄어든 시기가 있긴 했지만, 정부 규제 탓이 아닌 원전의 결함과 부실 발견으로 정비기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 원전의 이용률은 70.5%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한전은 4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원전 이용률이 올해 평균 80%를 상회할 전망이지만, 전기 원가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이 지난 5월 내놓은 에너지 시장 분석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고 정상 이용률을 가정해도 추가 비용 절감 규모는 1조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향은 없지 않지만 큰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30조원에 달하는 적자 대책을 논의하는 마당에 1조원 규모의 문제를 침소봉대하며 전부인 양 해석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한전의 실적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는 국제 유가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유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한전이 적자를, 유가가 내리는 시기에는 한전이 흑자를 보는 경향을 나타냈다. 여당에서 주장하듯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청구서’가 아니다. ‘화석연료 청구서’라고 해야 맞다. 더 비싼 청구서가 날아오기 전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지언

이지언

기후·에너지 활동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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