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동물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 야생동물들을 집안으로 데려오고 있는데
이것은 동물들에게서 고유의 습성을 빼앗고 인간의 환경에 강제로 적응시키는 것으 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의학적으로는 그 동물들의 질병과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규명되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도 문제가 돼요.“
인터뷰이: 이진호 수의사
축산동물의 복지는 반려동물 복지에 비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게 되었고, 대동물과 소동물 진료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대동물 수의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긴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안타까운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담기에는 어려웠지만 대동물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산업 동물 및 사람과 동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축산업의 본질과는 괴리가 크다.

© photographybyharry, 출처 Unsplash
Q 먼저 대동물 진료에 대한 이해를 위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단순히 대동물과 소동물로 분류해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야생동물이나 동물원의 동물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는 일반(반려)동물과 산업 동물의 차이를 알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이 가족과 같은 개념이라면 소나 말 같은 대동물들은 좀 다릅니다. 주로 경제적 요구에 기초해서 사육되기 때문입니다. 산업 동물은 소뿐 아니라 양돈, 양계, 양어, 양봉까지 다 포함하는 개념이고, 여기에서 주로 대동물은 소나 말들을 말합니다. 이런 분류에 따라 수의 진료도 다양한 전문적인 분야가 있어요. 동물분류에 따른 진료뿐만 아니라 질환에 따른 전문 진료 분야도 다양합니다.
특히 산업 동물과 관련해서 수의사는 공중 보건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인수공통전염병 같은 산업 동물의 질병으로 인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공중 방역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진료부터 신약 개발과정까지 수의과학이 개입하는 분야는 다양하고 포괄적입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Q 주로 어떤 동물을 진료하시고, 진료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저는 주로 소를 진료하고, 그 중 육우(또는 젖소)가 가장 많습니다. 소는 체급이 크다 보니 아무래도 진료시 위험부담이 있어요. 소나 말 같은 큰 동물에게는 가벼운 충돌이 사람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에게 받혀 목숨을 잃는 분들도 있어요. 타박상을 입는 건 흔히 있는 일입니다. 저는 진료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진 일도 있었고, 직원은 무릎의 내측 인대를 다쳐 수술했어요. 이가 부러지는 일도 있고요. 특히 산과 진료 같은 경우는 초음파가 어려워 촉진을 하는데 이런 진료방식 때문에 대부분의 대동물 수의사들은 무릎과 팔에 부상을 달고 사는 편이죠. 말도 드센 편이라 진료 하기가 까다로워요. 이런 과정 전체가 진료이기도 하기에 대동물 진료에 보람을 느낍니다.
Q 대동물 진료는 소동물 진료와 어떤 점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소동물의 경우 X선이나 초음파, CT 같은 의료 장비의 도움을 받아 진료할 수 있지만, 산업 동물, 특히 대 동물의 경우는 그런 장비의 활용이 어려워요. 또 동물에 따라 진료가 다르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경제적 가치가 큰 소는 개체진료를 하지만 돼지나 닭은 개체진료를 하지 않습니다.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의 경우 질병에 걸렸을 경우, 치료보다는 부검을 통해 질병의 종류를 확인하고 다른 개체에 전 염되지 않도록 예방적 투약을 하는 데 목적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그룹 진료는 방역관리를 위한 진료라고도 할 수 있어요.
즉 AI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걸리면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봉쇄하고 동물들을 매몰 처분합니다. 살처분을 하는 거지요. 질병이 정확히 인지되고 치료 방법이 있다면 개체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법정 전염병의 경우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차단방역이 우선입니다. 그런 점에서 산업 동물에 대한 진료는 일반동물과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미리 예방 접종을 한다든가 하는 일반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된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산업 동물들의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약품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투약 범위도 반려동물에 비해 좁아요. 산업 동물들의 경우에는 육류를 공급받는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항생제뿐 아니라 투약하는 약품 전반에 제한이 많고, 그 개체만을 위한 투약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산업 동물은 그 특성상 그 동물의 경제적 가치 이상의 치료비용이 든다면 치료를 포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치료비용이 많이 들면 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Q 단치, 단미 등 산업동물의 사육환경과 관련한 부정적 보도도 많고, 명칭을 농장동물로 바꾸자는 견해 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동물의 축사 환경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집단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싸움이 난다거나 하면 다칠 수 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산업동물의 경우 사용관리 프로그램에 단치(송곳니 자르기)와 단미(꼬리 자르기), 제각(뿔제거)이 포함되어 있어요.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동물의 안전이 그 동물의 상품가치와 연결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동물의 경우 건강하고 안전한 육류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축주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가능하면 고유의 습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살 수 있도록 축사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축주들의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는 한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많은 조율과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산업 동물의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축산업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Q 조금 다른 문제지만 요즘 대형파충류나 여우까지 반려동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이동물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 야생동물들을 집 안으로 데려오고 있는데 이것은 동물들에게서 고유의 습성을 빼앗고 인간의 환경에 강제로 적응시키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의학적으로는 그 동물들의 질병과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규명되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도 문제가 돼요. 청거북의 방생처럼 키우다가 포기하고 유기하는 경우 생태계의 교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구요. 동물들에 대한 소유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동물을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건강해야 사람과 동물의 관계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운동연합과 우리동생은 한 달에 한번 컨텐츠 교류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